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 14화 속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타고난 '오지라퍼'의 면모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동화작가 이수임(이태란). 그가 14화에서 읽고 있던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JTBC < SKY캐슬>이 명징하게 가리키는 주제의 요체일 것이다. 여기까지였으면 여타 사회파 블랙코미디와 유전자의 상당 부분을 공유했을 터. < SKY캐슬>의 탁월함은 그러한 유전자를 어른들의 의해 괴물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식했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주인공 한서진(염정아)의 딸 강예서(김혜윤)다. 신아고를 수석 입학, 전교 1등과 학생회장 자리를 꿰찬 예서는 어른들에 의해 '괴물'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미국에서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간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의 과거가 드러난 후 김주영을 내치려는 엄마 한서진에게 예서는 이렇게 반박한다.
 
 JTBC 드라마 < SKY캐슬 >의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난 그냥 서울 의대 가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김주영 선생이 필요한 것 뿐이라고."
 
"평소 같았으면 엄마가 더 김주영의 과거 따위 무시했을 것 아니냐"는 예서의 반발에 한서진이 느낀 서늘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김주영 때문에 자살한 '명주 언니'(김정란)과 달라, 우리 예서는 명주 언니를 실망시킨 영재(송건희)와 달라, 라는 안도보다는 엄마이고 부모인 내가, 내가 자처한 상황이 딸 예서를 어떻게 몰아가고 있나 하는 두려움 아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 14화 속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김주영은 자신의 잘못을 따지고 묻는 이수임에게 이렇게 맞받는다.
 
"내가 아니라 다른 코디가 그 아이들을 맡았다면 그런 불행이 없었을까요? 부모들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코디를 데려다 놓아도 아이들의 불행은 필연이었을 겁니다."
 
< SKY캐슬>은 이렇게 자식들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속 부모들과 아이들의 몰락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그 블랙코미디는 갈수록 파국으로 치달으며 생생한 공포감을 담은 공포 드라마로 변모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괴물'로 만든 책임은 오롯이 부모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예서를 세뇌시키는 일을 중단하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이수임에게 김주영이 한 장광설에 그 진실이 담겨있다. < SKY캐슬>이 항변 중인 주제와 함께, 마치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 아니냐는 '공범 의식'을 일깨우려는 듯.
 
"자식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파괴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 부모들입니다. 나도 묻고 싶어요. 도대체 왜 그렇게 의대, 의대하는지. 서울 의대에 합격하면 성공과 행복이 담보되는지."

"이수임씨, 나한테 와서 따지지 말고 예서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왜 그렇게 서울 의대, 의대하면서 예서를 사지로 몰고 있는지. 전 단 한 번도 예서에게 제게 오라고 강요한 적 없습니다. 예서 스스로 저한테 오는 거죠. 딸을 그렇게 만든 건 제가 아니라 예서 엄마입니다."
 

행복하지 않은, 병 들어 가는 아이들 
 
예서는 이제 부모에게 "재수 없어"라거나 "다 거지 같아"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다. 그 반감은 혜나가 자신과 배다른 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탓이 크지만, '1등'과 '올백', '서울대 의대' 만을 쫓게 만들고 '꼰대' 부모에 대한 반감을 키우게 만든 김주영의 세뇌가 제대로 먹혀든 탓이 더 크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SKY 캐슬' 속 아이들은 공부 스트레스 탓에 도벽을 키웠고(한서진의 둘째 딸 예빈), 가출을 했고(진진희의 아들 우수한), 고문실과 같은 스터디룸에 갇혀야 했다(차민혁의 쌍둥이 아들들). 그 누구도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아니, 병들어 가는 이 아이들 속에서 의붓어머니인 이수임과 화목하게 지내며 성적도 1등급인 우주는 가히 드라마 속 판타지로 보일 지경이다. 이러한 병든 아이들의 현재를 < SKY 캐슬>은 14화에서 차민혁(김병철)과 노승혜(김세아)의 첫째딸 차세리의 '파국'으로 극대화했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 14화 속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그냥 차세리로는 아빠가 만족을 못 했잖아. 누군 거짓말 하고 싶어서 해? 뻥 치고 싶어서 치냐고. B만 받아도 당장 목소리부터 달라졌잖아. 공부 잘하는 자식만 자식이라고 생각되게 만들었잖아!"
 
하버드 대학 입학 사실이 가짜임을 숨긴 채 1년 동안 가짜 대학생 생활을 했던 차세리는 "거짓말을 기뻐할 부모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다고"라며 절규하는 아버지 차민혁에게 위와 같이 항변한다. "아빠가 실망할 까봐,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눈물 흘리는 차세리는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거짓말도 불사하는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이다. "등신 천치 같은 것"이란 비난에 세리는 이렇게 반발한다.
 
"난 이제 더 이상 아빠가 원하는 딸 노릇하기 싫어. 난 아빠 플랜대로 살기 싫어. 피라미드 꼭대기? 아빠도 못 올라간 주제에 왜 우리더러 올라가래!"
 
차민혁에게 결국 뺨을 맞은 세리를 엄마 노승혜가 데리고나가면서 파국은 일단락 맺는 듯 보였지만, 딸의 하버드 입학을 자신의 영달이자 집안의 자랑으로 삼았던 차민혁의 분노가 사그러 들 리 없었다. "부모로서 미안하다"는 엄마와 데이트를 끝내고 들어온 세리를 차민혁은 딸로,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차민혁이 홀로 침실에 틀어 박혀 술을 마시고 절규를 하고 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세리의 거짓말을 낳은 것은 세리의 욕망인가, 부모 차민혁과 노승혜의 욕망인가.
 
로스쿨 교수인 차민혁은 그렇게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부모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중 하나다. '피라미드 성애자'인 그는 자신이 못다 이룬 대통령의 꿈을 계급 상승의 끝이자 자식들의 미래로 상정한 인물이다. '이기주의'와 '1등 주의'를 심어주는 독서모임을 주재했던 그에게 있어 자식은 자신의 욕망을 대리만족시킬 꼭두각시들에 불과하다.
 
의사인 강준상마저 '칼잽이'로 비하하는 그는 '서울대 의대'를 염원하는 'SKY 캐슬' 속 엄마들의 '미러링'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드라마 속 남자들, 즉 주남대학병원 의사들이 아이들의 교육을 부인들에게 맡긴 채 병원 내 정치에 몰두하거나(강준상과 우양우),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며 정의심을 발현하는데 몰두한다면(황치영), 차민혁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훈육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보내 공부시킨 첫째 딸 세리의 '가짜 하버드생 놀음'이란 파국으로 귀결됐다.
 
21세기판 '하녀'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 14화 속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그래 같이 죽자. 너 이집에서 살아서 나가기 싫지?"
"죽이고 싶으면, 죽여 보시든가."
 

그리고 마지막 파국. 14화, 갈등이 극에 달한 한서진과 김혜나는 이렇게 맞붙는다. 한서진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김주영이 노린 '빅픽쳐'에 의해 안락한 가정을 침범한 외부의 적으로부터 가족을 다잡기 위해. 하지만 아이러니는 그러한 침범 역시 예서와 둘째 딸 예빈이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불러들인 것이 원인이었다. 
 
강준상은 딸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공부 잘하고 생활력 강한 아이로 자란 딸 혜나 역시 어른들이 키워버린 괴물 아이에 다름 아니다. 'SKY 캐슬' 속 한서진의 집에 입주교사로 들어 온 후, 혜나는 점점 더 자신의 욕망을 키워나간다. 아버지의 존재를 갖고 싶고, 아버지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다. 또 강준상이 지닌 재력이 언젠가 자신의 것이 될 거란 욕망도 꿈틀한다.
 
점점 자신을 무시하는 예서와 제 욕심만 채우려는 한서진에 대한 반발심리가 커져만 간다. 그래서 한서진과 무리한 '딜'도 하고, 예서가 보는 앞에서 혜나가 좋아하는 우주와 입맞춤도 한다.
 
급기야 "너하고 우린 근본부터 달라, 유전자가 다르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혼모 딸"이라며 무시하는 예서의 뺨을 때린 혜나는 "너네 아빠가 우리 아빠야, 너에게 잘난 유전자 물려준 강준상 교수가 우리 아빠"라며 폭발한다.
 
이러한 혜나의 캐릭터 설정과 후반 전개는 마치 저 20세기 걸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21세기 'SKY 캐슬'로 이식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정교사로 입주, 하필 <하녀>와 마찬가지로 '지하'에 사는 하층 계급 여성이 안방 마님과 대립하고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며 폭주하는. 고전에서 볼 법한 계급 드라마가 강준상의 혼외 딸인 혜나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며 욕망을 발현시키는 혜나 역시 예나 또래인 '아이'일 뿐이라는 점이랄까.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어른들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 14화 속 한 장면.

JTBC 금토드라마 14화 속 한 장면.ⓒ JTBC


 
"때문에 우리는 계속하여 대답을 찾는다. 결핍 상황에 대한 확정된 대답이 없다는 인식은 물론이고, 그럼에도 대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은 성공한 교육의 징후이다. 부모가 자신들이 줄 수 있는 것에는 물질적인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모든 소망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식에게 가르친 것이다. 우리가 받거나 주는 것은 결코 최종 답변이 아니다. 라캉이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내렸다. '사랑은 갖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다'."
 
"내가 성숙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교육은 때가 되면 언젠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에 도달한다. 내가 약간 비장한 마음으로 '결핍'이라 부르고 싶은 힘든 상태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순간이다. 엄마가 항상 옆에 있지는 않고 아빠도 슈퍼 대디가 아니다.
 
설사 부모가 곁에 있어도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애정을 갖고 자식을 대한다 해도 필연적으로 실망하는 순간이 온다. 어떤 현실도, 어떤 제품도 우리의 욕망과 욕구에 대한 완벽하고 확정된 대답은 줄 수 없다. 교육의 질은 한 아이가 이 피할 수 없는 실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저자는 현대인들의 심리장애의 징후를 신자유주의적인 시스템에서 찾았다. < SKY 캐슬>은 한국사회의 아킬레스 건이라 부를 수 있는 뒤틀린 교육 시장과 그로부터 연원하는 계급과 그 대물림 문제를 블랙코미디란 장르를 경유해 탁월하게 묘사하는 중이다. 물론, 그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적인 가치관에 포획됐다는 사실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한편으로, < SKY 캐슬>의 초반부는 '미드' <위기의 주부들>의 설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 공동체에서 살아가던 주부들 중 리더급이 여성이 자살하고, 미스터리를 품은 죽음 앞에 함께 주인공인 네 주부들의 일상이 엮이면서 하나 둘 의문이 증폭되는 것. 그리고는 파국에 가까운 결말과 진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 SKY 캐슬>은 이렇게 불륜과 치정, 살인 등 '막장' 드라마급 전개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았던 <위기의 주부들>을 'SKY 캐슬'이라는 공간에 가져왔다. 여기에 개성과 현실감 넘치는 주인공들과 우리의 교육 문제를 녹여냄으로서 완벽하게, 훌륭하게 한국식으로 변형했다. 거기에 더해 유현미 작가는 '아이들마저 괴물로 만들어낸 어른들의 파국'이란 오리지널한 한국적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키는 중이다.
 
심지어 '사랑은 갖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란 라캉의 명제나 "교육의 질은 한 아이가 이 피할 수 없는 실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와 같은 주제를 역설적으로 품은 채. '오지라퍼' 이수임이 현실감이 떨어지거나 기능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무시무시하고 망가져버린 시스템 안에서 결국 글로든, 예술로든, 혹은 사랑으로든 무언가 돌파구를 찾는 인물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생생해서 더 무서운 한서진 캐릭터에 비해 이렇게 희망과 대안을 찾는 인물이 조금 납작하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리라. 이제는 현실에서 이수임과 같은 인물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아졌고, 그러한 인물에게 시청자들 역시 크게 공감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 또한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의 방증일 터다. 
 
그렇게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은 결국 부모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 SKY 캐슬>의 남은 6화는 그러한 파국을 한서진이 어떻게 수습하고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김주영의 계략에 의해 엄마를 죽음으로 몰았던 영재가 그랬다. 이제는 한서진의 차례다. 혜나의 반격에 "그래 같이 죽자"던 한서진. 그리고 그를 점점 닮아가던 혜나. 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혜나의 죽음을 암시하는 14화의 마지막 결말이야말로 부모를 닮아가는, 어른들이 키운 괴물이 일으킬 수 있을 법한 '사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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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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