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legend'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폴 클레멘트 감독이 이끄는 2부 리그 레딩 FC의 잉글랜드 FA컵 토너먼트 64강전 경기가 2019년 1월 5일(토) 21:30(한국 시간), 올드 트래퍼드에서 펼쳐졌다.

[뷰포인트]
· '솔샤르호' 맨유 로테이션 시스템 스쿼드 조합의 기능과 특징
· 알렉시스 산체스의 복귀와 '솔샤르호'의 궁합
· 레딩 FC 10경기 연속 무승의 탈출 여부

간절함의 대결

컵 대회는 변수가 많이 적용된다. 단기전인 만큼 이기는 자는 계속 살아남는다. 토너먼트의 매력은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를 생산하지 않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잉글랜드 챔피언십 10경기째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레딩은 상승세의 1부 리그 팀인 맨유를 잡아낸다면 팀에 상당한 임팩트를 가져갈 수 있다. 예컨대, 레딩이 14-15시즌의 FA컵과 같은 마법을 일으킨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당시 레딩은 아스널과의 4강전에서 아쉽게 1-2로 석패했다.)

그러나 상대 팀, 맨유의 경기를 대하는 자세 또한 만만히 볼 수 없다. '즐길 수 있는 축구'를 지향하겠다는 신임 감독 체제에서 구단 전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변모했으며, '상승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 또한, 리그에서는 4연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감독 부임 후 첫 토너먼트 경기에서 최근의 스쿼드에 기반한 충분한 로테이션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맨유 로테이션 스쿼드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센터백의 선택(마테오 다르미안), 마티치의 휴식과 업무 대행(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알렉시스 산체스의 선발 복귀, 유소년 선수들(타히트 총, 제임스 가드너)의 벤치 대기 등이다. 이 변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플레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으며 또한, 조금씩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루카쿠, 오랜만에 선택된 맥토미니, 올 시즌 최악의 영입으로 손꼽히는 프레드, 촉망받는 유망주 달롯 등이 그라운드 위에서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선수 하나 '신임 감독'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의지가 부족한 이가 없는 맨유였다.

과연, 레딩은 이런 1부 리그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구단을 상대로 연패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슈퍼 서브' 솔샤르 감독이 부임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당연히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솔샤르가 '퍼거슨의 유산'이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이든 간에 그의 경기 전개 방식과 의도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맨유라는 팀이 현대 축구에서 보여주던 방식과 스타일을 솔샤르 감독이 재현해내려 노력하는 느낌은 최근의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이라면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16분경 알렉시스 산체스의 좋은 오른발 슈팅이 골포스트 상단을 살짝 빗나갔을 때, 그리고 후안 마타의 PK 골이 들어갔을 때만 해도 오늘 경기 또한 맨유가 지난 4경기처럼 화끈한 공격 축구를 바탕으로 레딩 FC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느낀 팬들도 많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레딩 FC 또한 상승세의 맨유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열정 넘치는 플레이를 바탕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특히 52분경 해리엇의 1 대 1 찬스에서 왼발 슈팅이 로메로를 뚫어냈다면 충분히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솔샤르호'의 축구 스타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다리지 않고, 먼저'라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들 개개인이 자신의 주변 공간을 집어삼켜 내면서, 볼을 점유할 시에는 유기적인 볼 배합으로 상대의 눈보다 빠르게 공을 움직이고, 또 그 이후의 플레이에 '민첩'하게 접근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집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리뉴호'가 추구하는 강인한 무기는 '지켜내고 버텨내면서, 상대를 집어 삼켜내는 카운터펀치'에 있다고 한다면 '솔샤르호'가 갖는 강점은 바로 '공간에 대한 저돌적인 압박과 선수 개개인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카운터 어택'에 있다고 보인다. 포메이션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리면서 공격수들부터 미드필더, 수비 라인까지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다 보니 공을 빼앗고 점유하고 공간을 차지하는 시간과 횟수가 많아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리뉴 전 감독이 항상 말했던 경기를 삼키려는 '태도'와 '의지'의 모습이, 현재의 맨유라는 팀에서 가장 강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창의성'의 차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유를 주고 믿음을 주는 방식, 그렇지만 '개인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는 '프로'의 세계. 이러한 패턴이 바로 퍼거슨 감독 밑에서 자란 '솔샤르'만의 새로운 '스타일'이라 칭해도 될법할 만한 가치라고 느껴진다.

​오늘 경기의 안드레아스 페레이라에게서 느낄 수 있는 '패기'는 공을 빼앗기면 다시 빼앗아오기 위해 달려가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었고, 마테오 다르미안이 센터백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창의적인 패스를 선보이는 건 라인을 올렸을 때의 자신감 있는 '도전 정신'과 공간에 대한 '이해력'을 지니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의 린델로프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태도는 퍼포먼스를 양산한다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현대 축구의 심벌과도 같은 자신들의 사령탑을 떠나보내고 난 맨유는 새로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신들이 하고자 했던 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코어'가 없는 공간에 적당한 '대체품'을 투입하지 못하면 당연히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처럼, '자본'을 바탕으로 한 무분별한 조립과 색채 없는 그림, 그리고 철학을 알 수 없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와 운영은 이 거대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게 만들었고, 어디에 있는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변모해갔다.

조제 모리뉴 전 감독의 불명예스러운 퇴진 후 대다수의 언론 및 방송, 웹 채널 등에서 다루어진 가장 큰 이슈는 맨유 선수들의 '태업'에 관한 이야기가 그중 하나였다. 신임 솔샤르 감독이 부임한 후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이 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포그바는 그 가운데에서도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은 그리 간단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

모리뉴는 포그바를 '악성 바이러스'에 비유했지만, 모리뉴가 지니는 '포스'와 '아우라' 또한 그가 속한 구단에 특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의 카리스마는 상당한 작용을 일으키며, 그것이 적용되고 하나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나갈 때는 정말 브레이크 없는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이러한 성과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 중 하나로 만들었고, 많은 축구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리스펙트'해야 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적어도 맨유라는 팀에서 모리뉴의 퍼포먼스는 많이 녹아들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모리뉴는 맨유라는 팀과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부임 이후 EFL컵, 유로파 리그 트로피를 수집했고, 본인의 철학에 맞는 '안티 풋볼'을 바탕으로 2년 차에도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맨유라는 팀이 지니는 색채는 팬들이 원하던 컬러와 달라져 갔고, '결과'와 상관없이 팬들은 혼란스러운 자신들의 내면을 그들 스스로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어만 갔다.

모리뉴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단에 리더십을 가했고, 선수단을 지휘했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르면 '우승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맨유는 그가 원하는 완벽한 선수단을 구성하기엔 그가 말하는 '유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꿔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모든 선수를 '매입'할 순 없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모리뉴 시절 5,0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지출했고, 모리뉴는 구단의 '마케팅'에 수반된 스타플레이어들 또한 끌어안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시작했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부터가 모리뉴와 맨유의 '궁합'이 적절히 맞지 않는 순간의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임즈>는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모리뉴와 맨유가 어긋났던 순간으로 뮌헨 참사 60주년 추모식 관련 복장 논란, 구단 관계자들과의 잦은 마찰, 팀 장악력 문제,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 '클래스 오브 92'에 대한 불신, 신인급 선수들에 대한 독설과 유망주 발전에 대한 저해 등을 꼽았다. 이 사건들은 모리뉴가 팀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팀이 한 사람의 변화를 통해 다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 한 사람은 바로 맨유의 '슈퍼 서브' 올레 군나르 솔샤르이다.

모리뉴가 명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등장한 맨유의 '슈퍼 서브' 숄샤르가 모리뉴보다 뛰어난 지략가이거나 훌륭한 감독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숄샤르는 '맨유'에 적합한 리더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팩트'로 보인다. '솔샤르'는 기본적으로 '퍼거슨 DNA'를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 활기가 넘치는 축구를 지향한다는 베이스를 지니고 있지만 그 외에도 자신이 몸담았던 맨유라는 팀의 문화를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맨유의 최근 상승 기세는 무섭다. 하지만 진정한 시험 무대는 다가오는 '토트넘'과의 리그 경기이다. 솔샤르식 맨유 축구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고, 향후 맨유가 나아가야 할 근원적인 개선 방향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경기이다. 축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한다면 결국 '지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축구가 재미있지 않더라도 '리스펙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리더' 또한 존재한다.

사회는 이렇게 냉혹하다. 때때로 일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성과가 따라오면 좋겠다고 다짐하지만, 이것은 반 비례적인 구조를 보일 때가 일상에서는 빈번하게 존재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펼쳐질 이 맨유라는 팀과 솔샤르 감독 그리고 모리뉴 전임 감독이 지향하고 지향했던 방식과 패턴을 읽어보고 그 종말점을 지켜보며 '축구'라는 스포츠를 즐겨보는 건, 우리 일상을 이해해보고 자신이 가고 있는 삶의 '철학'과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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