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진행자 한 사람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백반집부터 이탈리안 식당, 고로케부터 마카롱까지. 메뉴도 다르고, 가게마다 '안 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백종원 대표는 식당마다 꼭 알맞은 솔루션과 노하우를 전달한다. "안 되는 식당이 만 곳이라면, 안 되는 이유도 만 가지"라던 <골목식당> 정우진 PD의 표현을 빌리자면, 백종원 대표는 만 가지 질문에 대한 만 가지 답을 가진 셈이다. 

<오마이뉴스>가 청파동 하숙골목을 찾았던 12월 13일, 현장에서 만난 MC 김성주는 "백 대표의 최대 강점은 진짜를 잘 알아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 부족한 것과 과한 것을 정확하게 구분해 조언해준다는 것이다.

백 대표와 <한식대첩>에도 함께 출연한 바 있는 김성주는 "<한식대첩>에서 백 대표가 '고수들의 대화'를 한다면, <골목식당>의 백 대표는 정확하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그냥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와 스펙트럼이 남다르다"고 했다.   

이날도 백 대표는 냉면집, 햄버거집, 고로케집, 피자집을 바쁘게 오갔다. 냉면집에 다녀온 백 대표는 정우진 PD에게 "사장님 반죽하는 거 찍었어?"라고 물었다. 정 PD는 "반죽하셨어요?"라고 되물었다. PD와 작가, 김성주와 조보아는 상황실 모니터로만 식당을 살피는 탓에,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반죽하던 사장님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다.

백 대표는 아쉬워하며 제작진과 김성주, 조보아에게 사장님 반죽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PD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번졌다. 방송을 모르는 사장님과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제작진. 그 사이에서 백 대표의 역할을 보여주는 일례였다. 정우진 PD는 "백종원 대표의 개인기에 너무 의존하는 프로그램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부인하지 않겠다"며 말을 이었다.  

백종원-김성주-조보아, 세 MC의 역할 분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 백종원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개인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는 포맷이 아닐까?      
"'백종원 1인 체제'라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1년 동안 MC들도 진화하며 스스로 자기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김성주씨는 대전 편부터 '기계 인간' 캐릭터가 생겼는데, 포스기가 망가져 혼란이 생겼을 때 너무 잘 정리해준 덕분이었다. 리액션도 백 대표님과 함께 골목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지식이 쌓이면서 점점 전문가 못잖은 말들이 나온다." 

- 조보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웃음) 오늘도 드라마 촬영이 아침 6시에 끝났다더라. 그런데도 틈틈이 꽈배기 만드는 걸 연습해왔다. 인천 신포시장 다코야키 사장님도 그렇고, 이번 고로케 사장님도 그렇고,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 사장님들이, 아마추어인 조보아가 며칠 만에 보여주는 실력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거다." 

- 제작진 요청에 의한 건가. 
"아니다. 밤새 촬영하고 오는 사람한테 그런 부탁을 어떻게 하겠나. 다코야키 때도 그렇고, 이번 고로케도 그렇고, 자기가 먼저 '내가 더 빠르게 해서 이겨보겠다'고 나섰다. 백 대표의 말로도 변하지 않는 사장님들을 보면서, 자신이 뭔가 보여주면 충격 요법이 될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백 대표님은 백 대표님만의 역할이 있고, 성주 형은 성주 형대로, 보아씨는 보아씨 대로 자기만의 역할이 있다. 누가 짜준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되더라." 

사전 제작 시스템 고수하는 이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 <골목식당>은 반 사전제작 시스템이다. 촬영과 방송 사이에 약 3~4주 정도의 텀이 있는데,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방송과 동시에 촬영이 진행되면, 출연자들의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출연자들은 시청자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고, 솔루션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몰려버리면 문제점이 제대로 개선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시청자 반응이 솔루션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데, 솔루션이 방송될 때는 이미 카메라가 골목을 떠난 경우가 많다. 시청자 반응은 꼼꼼히 살피지만, 여론에 따라 솔루션 제공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기자 주: 청파동 촬영은 지난 12월 27일에 종료됐고, 현재는 다음 골목 촬영이 시작됐다)

- <골목식당>은 웃음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인데, 시청자들은 웃음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이런 반응이 부담스럽진 않나. 
"제작진 모두 점점 사명감 같은 걸 느끼고 있다. 청파동 냉면집이나 인천 신포시장 텐동집 사장님처럼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해온 분들에게 대표님이 '그 길 맞다. 옳다' 확신을 심어주고 격려해주실 때 너무 좋았다. 또, 성내동 분식집 사장님처럼 떠밀리듯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가 자신감을 잃은 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식당 차려 놓고 <골목식당> 기다리자'는 반응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들의 잘못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방송 이후 출연자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비난도 거센데, 제작진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대의와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하지도 않고, 간절해 보이지도 않는 이들에게 솔루션 주고 도움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거다. 대표님이 출연자들을 더 다그치시는 이유도 같다. 사람들에게 욕먹지 말고, 나한테 욕먹으라고. 기본을 갖추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제작진도 장사와 관련 없는 출연자 정보는 가능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5주, 길어야 6주 후면 골목을 떠난다. 하지만 사장님들은 카메라가 떠나면 일상을 살아가셔야 하는 분들이지 않나."  

- <골목식당>이 흥하다 보니, 요즘 온라인에는 어디 외진 골목에 친구들끼리 식당 차려놓고 <골목식당>이 올 때까지 출연 신청하자는 글들도 있더라. 
"한 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제보(셀프 신청)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데, 작가들이 암행어사처럼 방문해 조사하기도 하고,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도 파악한다. 제보가 거짓일 때도 있고, 제보가 맞다 해도 조건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 언제부턴가 연예인 식당이 사라졌더라. 이젠 연예인 식당이 없어도 화제성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인가. 
"맞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을 다니다 보니, 처음엔 골목에 사람을 모으는 일종의 '붐업' 장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골목식당'이라는 브랜드만으로도 '붐업'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생업이 달린 일반인 출연자들과, 방송을 위해 참여하는 연예인 출연자 사이의 온도 차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고." 

진짜 장사꾼 되어가는 '성장' 집중해달라  
 
 백종원 대표와 <골목식당>은 많은 시청자들이 '회생불가'라고 했던 홍탁집 아들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백종원 대표와 <골목식당>은 많은 시청자들이 '회생불가'라고 했던 홍탁집 아들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SBS 화면캡처

 
- 1년 동안 늘 같은 포맷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안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를 줬던 것 같다. 앞으로의 <골목식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우선 서울을 벗어나 지역 골목도 더 많이 찾아갈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 외에는 지역에 간 적이 없었다. 현재 윤종호 PD가 여러 지역을 후보에 놓고 기획 중인데, 지역이라는 특성상 골목 골목에 집중하기보다 전체 지역 상권을 살리는 프로젝트로 진행될 것 같다. 아직은 기획 단계고, 자세한 윤곽은 조만간 나올 거다."  

- <골목식당>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골목식당> 안에 성장 드라마가 참 좋다. 예를 들자면, 시청자들에게 해방촌 원테이블 식당과 인천 신포시장 텐동집은 정반대의 식당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요식업에 뛰어들어 길을 잃은 어린 양들이었지 않나. <골목식당>은 결국, 이 어린 양들이 '베테랑 장사꾼' 백종원 대표를 만나 '진짜 장사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거다. 

백 대표는 '이 업(장사)를 시작했으면 승부를 봐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분이다. 그래서 엄한 아버지처럼, 출연자들에게 병도 주고 약도 준다.(웃음) 포방터시장 편을 내가 연출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표님이 끝까지 홍탁집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도와주신 것도 이런 맥락이었을 거다. (<골목식당>은 정우진-이관원 PD가 번갈아 가며 연출한다. 정우진 PD는 청파동 하숙골목, 성내동 만화거리,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 해방촌 신흥시장 편 등을, 이관원 PD는 공덕동 서담길, 성수동 뚝섬 골목,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 등을 연출했다.) 

시청자분들도, 이런 성장에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홍탁집 아들의 변화를 보면서 어떤 분들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집중하지 못하던 자신, 노력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하던 자신이 떠올랐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백 대표가 홍탁집 아들을 혼낼 때 자신을 혼내는 것 같았다고. 이렇게 꼭 장사를 하지 않더라도, 출연자들의 모습과 성장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많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분들의 애정과 관심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너무 심한 비난보다는, 조금은 긍정적인 눈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 SBS

 
☞이전 기사 : "백종원도 예상 못한 상황..." '골목식당' PD가 밝힌 뒷얘기 http://omn.kr/1gi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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