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초반부에 관찰된 고창환의 모습은 의외로 가부장적이었다. 그는 식사를 하다가 빈 국그릇을 말없이 아내인 시즈카 쪽으로 내미는 유형의 남편이었다. 그런가 하면 가족 구성원 간의 (한국 사회의 대부분의 남편이 그러하듯) 갈등 국면에서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엄마와 사촌누나의 공세 속에 아내를 방치했고, 매번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있었다. 때문에 시즈카의 고군분투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방송의 효과일까.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과 가정)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일까. 고창환은 이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노력한다. 아내 시즈카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불편한 상황에 노출될 여지가 없는지 배려한다. 여전히 시누이의 오지랖은 '연출'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큼 지나치지만, 남편 고창환의 각성 이후로 고창환-시즈카 가족은 제법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다. 

좀 더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건 오정태-백아영 가족이다. 지난 방송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정말 심각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새로운 '욕받이'라 불릴 만큼 오정태의 언행에는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내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아내에게 "물 좀 떠와!"라고 지시하고, '집에서 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무시했다. 그런 태도는 딸들 앞에서도, 심지어 장모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아내 백아영은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게다가 오정태는 심각할 정도로 집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오정태가 바깥일을 맡고 전업주부인 백아영이 집안일을 맡는 구조로 부부의 역할이 분담돼 있다고는 하나, 결혼 10년 동안 설거지를 한 적이 고작 3번뿐이라는 건 꽤 충격적이었다. 오정태는 남편과 아빠로서의 역할을 방기했고, 그 때문에 백아영은 독박 가사와 독박 육아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오정태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그럴 리 없다. "네가 열심히 도와주니까 아들도 열심히 일 하잖냐. 그건 나도 인정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하늘같이 모시라고." 오정태의 엄마는 며느리에게 자신의 아들을 잘 모시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며느리를 딸의 집에 데려가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해줘야지, 네가. 누가 해주겠냐. 네가 해줘야지." 고부 간의 갈등 속에서 남편 오정태는 '외부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남편 오정태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가 결사반대하는 '합가'(合家)를 없던 일로 돌려 근심을 덜어줬고, 이사 날짜 때문에 불가피하게 3주간 고부가 함께 지내게 된 상황에서도 며느리를 '손님'으로 대해달라고 못박았다. 첫날부터 '규칙'을 정해 갈등의 요소를 미리 제거했다. 또, 저녁 설거지를 도맡는 등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메시지, '남편이 달라져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계속해서 강조했던 메시지는 '남편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창환과 오정태가 달라지자 집안의 풍경이 덩달아 변화했다. 고창환이 시즈카가 불편할 상황을 미리 체크하고, 아내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자 시어머니와 시누이도 시즈카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됐다. 오정태가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나서자 시어머니도 그에 따라 눈치를 보는 등 변화에 동참하게 됐다. 

혹시 '왜 남편만 달라져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사회가 '시댁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위는 처가에 '백년손님'이 되지만, 며느리는 시댁에 '가족'이 돼야 한다. 얼마 전까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했던 민지영은 방송 중 친정 아빠로부터 "결혼을 하면 시댁 중심으로 살아야 돼"라는 말을 듣고 크게 섭섭함을 느껴야 했다. 이 얼마나 불합리한 구조인가.

결국 남편이 달라져야 한다.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오정태는 "2019년부터는 아내를 여왕처럼... 집이 편안해져요. 행복해지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고"라는 말을 새해 다짐을 내놓았다. 사실 아내들은 '여왕' 대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 듯하다. 그냥 '아내'로만 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정 내의 거의 모든 문제는 그조차도 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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