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2018년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7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 현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위상이다. 방송이 끝난 이후면 어김없이 출연 식당은 대중의 이야깃거리로 떠오르고, 호기심 많은 시청자들은 골목을 찾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돕고, 그들의 식당을 필두로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골목식당>의 기획의도에 충실한 흐름. 이대 삼거리 꽃길을 시작으로 공덕동 소담길, 성수동 뚝섬 골목, 홍은동 포방터시장 등 9개의 골목을 거쳐 현재 <골목식당>은 청파동 하숙 골목에 와 있다. 

2018년 1월 5일 첫 방송된 이래 딱 1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시청자들은 <골목식당>에 많은 호기심, 혹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백종원 대표와 김성주, 조보아의 리액션은 얼마나 리얼한 것일까? 대본은 정말 없을까? 출연자 섭외는 어떻게 하는 걸까? 솔루션 진행은? 골목 상인들은 <골목식당>의 방문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2월 13일, <오마이뉴스>는 궁금증에 답을 얻기 위해 <골목식당>의 열 번째 골목, 청파동 하숙골목을 찾았다. 

<골목식당>에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질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열 번째 골목, 청파동 하숙골목.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열 번째 골목, 청파동 하숙골목.ⓒ SBS

 
하숙골목은 숙대 정문 앞에서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진 메인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골목엔 다세대 주택이 빼곡했고, 그 사이사이 식당 여섯 곳이 있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여기는 대학가라고 해도 주변에 초등학교가 많아 번화가가 생기기 어렵다"면서 "커피숍은 좀 잘 되지만 식당은 몇몇 곳 빼고는 잘 안 된다. 그나마 메인 거리는 오가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 골목은 안쪽이라 유동 인구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식당이 잘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와도 자주 나가는 "교체 주기가 잦은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 상인은 "요즘 골목에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골목식당> 덕분이었다. 이때는 청파동 첫 번째 이야기가 방송되기도 전이었지만, <골목식당> 팬들의 '미리 투어(방송 전에 출연 식당들에 가보는 것)'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식당에 손님이 몰리는 일이야 흔한 일이지만, <골목식당> 출연 식당에 대한 열기는 조금 더 남다르다. '맛집'으로 소개된 포방터시장 돈가스집은 전날 밤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을 정도다. 

맛집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이나, 이른바 '빌런(악당)'이라 불리는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의 강도 또한 거세다. 필동 국숫집, 해방촌 원테이블 식당, 뚝섬 경양식집 등 회를 거듭할수록 더해가던 '빌런'의 강도는 포방터시장 홍탁집 아들로 정점을 찍는가 싶었다. 하지만 3일 방송된 하숙골목 고로케집과 피자집으로 빌런의 새 역사가 쓰였다. <오마이뉴스>가 하숙골목을 찾은 때가, 바로 문제의 방송분이 촬영된 날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진이 빠진 정우진 PD를 붙들고 <골목식당>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본? 연출? 있을 수 없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 많은 시청자들이 '대본이 있을 거다', '연출일 거다' 이런 의심을 품고 있다. 드라마 대본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틀은 제작진이 잡아둘 줄 알았는데 오늘 현장에서 보니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 
"제작진이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가장 답답한 오해가 그 부분이다. 백 대표님도 그렇고 출연자들도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다. 대본이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연기가 필요하다는 건데, 사장님들에게 그런 연기력이 있을 리 만무하고, 백 대표님은 그런 설정을 받아들이실 분이 아니다. 

지난주 녹화만 해도, 냉면집 시식단을 불렀다가 냉면 맛이 변해 시식단이 대기만 하다 돌아간 일이 있었다. 회냉면 위에 올라가는 회는 숙성해야 하는데, '미리 투어' 온 시청자들에 방송 나가기 전에 맛봐야 한다는 스태프들까지 몰리면서 숙성회가 바닥나 냉면 맛이 변한 거다. 스태프들도 백 대표님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촬영하다 보면 이런 변수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 카메라가 이미 세팅된 식당에 백 대표가 들어서는데, 사장님들이 '오늘 오실 줄 몰랐다'면서 놀라시곤 하잖나. 시청자들은 이런 장면을 보고 연출이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본 촬영 전에 테스트 촬영을 여러 번 한다. 사장님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대한 사장님들의 평상시 모습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필요한건데, 몇 번 테스트 촬영하다 갑자기 백 대표가 들이닥치니 놀라시는 거다."  

대로변 안 되고, 백종원 프랜차이즈 있으면 안 되고... 골목 섭외의 어려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 SBS

 
- 매번 '빌런'이라 불리는 '논란의 사장님'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본은 없더라도, 출연자 구성에는 제작진의 연출 의도가 개입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설정까지 넣어 섭외하기에는 골목 선정부터 녹록지가 않다. (12월 13일 시점에서) 다음 골목 촬영 시작이 3주밖에 남았는데 아직도 선정이 안 됐다. 매번 이런 식이다. 왜 이렇게 어렵냐면, 일단 우리의 대전제는 골목상권 살리기이지 않나. 대로변이면 안 되고, 골목에 프랜차이즈 가게가 있으면 안 된다. 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백 대표님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는 곳도 배제한다. 여기 동네에 식당이 6~7곳 있더라도 그 중 최소 4곳은 동의를 해줘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골목만 해도 여섯 곳의 식당 중 네 곳이 출연하는데, 제작진이 선별한 게 아니다. 다른 두 사장님은 섭외에 응하지 않으셨다." 

- 출연 사장님들의 성격은 섭외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촬영 시작 전에 두어 번 미팅하는 게 전부인데, 이것만으로 캐릭터를 판단할 수가 없다. 제작진은 요식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백 대표님처럼 단박에 문제점을 파악할 수도 없다. 우리는 주방도 보지 않는다. 주방은 백 대표님만 뒤질 수 있다. 테스트 촬영하는 동안 관찰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하기는 하지만 이건 이미 섭외를 마친 뒤다. 사장님들을 파악해 섭외하고 배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고, 백종원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백 대표님은 진정성을 잃는 순간 이 프로그램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어떤 분들은 식당 사장님들과 제작진이 짜는 거라고도 하시던데, 그렇게 욕먹은 사장님 중 한 분이라도 '작가가 시켜서 그랬다'고 양심 고백 하는 순간 우리 프로그램은 사라져야 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현장 녹화 사진.ⓒ SBS

  
-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상관없이 <골목식당>이 어떤 이들에게는 '로또'처럼 작용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감 역시, 절실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이들이 <골목식당>의 인기 덕분에 돈을 버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청파동은 열번 째 골목이고, 지금까지 약 50명의 출연자가 나왔을 거다. 이 중에는 방송으로 인한 관심이 사라지고, 방송 전 상태로 돌아간 분들도 계시다. 대표님이 방송에서 늘 이야기하듯, 방송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 길어야 6개월이다. 방송의 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방송 직후에 응원하러 가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들이 단골이 되느냐 마느냐는 사장님들의 역량이다. 대표님이 솔루션을 쉽게 드리지 않고 기본을 갖추게끔 트레이닝을 우선 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사의 기본도 안 된 분들에게 솔루션 드려봐야 효과도 없다. 

<골목식당>은 식당 한 곳을 살리자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골목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골목 식당들이 '맛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첫 번째 기획의도고, 두 번째는 장사에 대한 기본 없이 장사를 시작한 우리 주변의 식당 사장님들에게 정보를 드리기 위함이다."

- 예전 인터뷰 때 백 대표도 "<골목식당>이 자영업자들에게 교재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말을 했다.  
"그거다. 장사가 안 되는 만 개의 식당이 있다면, 그 만 개의 식당은 다 제각각의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최대한 다양한 실패의 경험과 사례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골목식당>이 그 모든 식당을 찾아갈 수는 없지만, 왜 실패했는지, 뭐가 문제인 건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정보를 드리고 싶은 거다. 백 대표님은 이른바 '문제적 사장님'들도 최대한 끌어안고 가려 하시고, 끝까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TV에 나와 대표로 망신 당했으니 그만큼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골목식당>의 기획의도는 골목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추가된다. 이번 청파동 골목 냉면집 사장님 부부는 백 대표님이 극찬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셨고,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명절 당일 외엔 하루도 문 닫은 날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분들이다. 하지만 3개월 전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를 내놓으셨다. 이런 분들의 노력이 <골목식당>을 통해 빛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나.

또, 수십 년 장사하신 분들인데도 플라스틱 바가지나 채반을 뜨거운 물에 사용하시는 분들이 회차마다 나오신다. 누구도 그분들에게 이게 잘못된 거라고, 이젠 그러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은 이런 내용을 끊임없이 짚는다. 음식 장사의 기본 지식을 알려드리는 것, <골목식당>이 초보 요식업자들에게 인터넷 강의 같은 역할이 됐으면 한다. 이제는 이것도 우리의 기획의도다." 

☞다음 기사 : "간절하지 않은 이들에게 솔루션? 백종원 생각은..." http://omn.kr/1giv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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