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단독 콘서트 '편지'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윤하의 단독 콘서트 '편지'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C9 엔터테인먼트

  
매년 연말 쟁쟁한 가수들이 공연을 펼친다. 좋은 음악으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3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는 가수 윤하의 연말 콘서트 '편지'가 열렸다. 29일부터 3회에 걸친 공연의 피날레였다.

이번 공연은 2018년 3월에 열린 'RE' 앵콜 공연 이후 10여 개월 만에 열린 윤하의 단독 콘서트다. 윤하가 국내 무대에 데뷔했을 때,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녀의 음악을 꽤 열심히 즐겨 들었다. 대학에 가고도 여러 차례 그녀의 공연을 찾았는데, 이번 공연은 다섯 번째로 방문하는 윤하의 콘서트였다.

윤하를 오랫동안 응원해 온 팬들이라면 이번 공연의 세트리스트에 만족했을 것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히트곡은 물론, 초기 앨범의 발라드, 록, OST, 'Parade' 등 5집 < RE >의 수록곡까지, 한 앨범에 치우치지 않은 구성을 뽐냈기 때문이다. 윤하가 데뷔 초 '피아노 록'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등장한 만큼, 그녀가 피아노 치는 모습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피아노가 제 역할을 했다.

'Rain & The Bar'에서 '빗소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은 피아노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그 외에도 '우산', 'Rainbow', '연애조건' 등 곡이 바뀔 때마다 테마에 맞는 영상이 활용되면서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시간을 믿었어', 'Set Me Free' 등 록의 색채가 강한 곡들 역시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Say Something'에서 시원한 고음을 뽑아내는 윤하의 모습은 이날 많은 팬들이 최고로 뽑는 순간이다. 윤하는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화면에 띄운 후, <테일즈위버> 유저들에 대한 헌정곡 '꿈처럼'을 부르며 다시 등장했다. 영화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동화적 연출이 돋보였다.  

정식 공연은 'Run'의 어쿠스틱 버전, 그리고 몇 주전 발표된 '느린 우체통'으로 마무리되었다. '앵콜'이 몇 분 동안 연호되고, 윤하는 앵콜 무대를 소화하기 위해 다시 무대 위로 올라섰다. 하얀 블라우스에서 반짝이는 의상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알아듣겠지'의 전주가 흘러 나오자, 모든 팬들이 좌석에서 일어섰다. '혜성'과 '비밀번호 486' 같은 경우 1절을 팬들에게 통째로 맡길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윤하의 말마따나, '역시 히트곡이 최고였다!')
 
이번 공연에서 윤하는 베테랑 가수 겸 '전직 별밤지기'답게 팬들과 능숙하게 소통했다. 애교섞인 멘트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과정과 결과 사이에 시차가 있더라도 스스로를 믿으라"며 진중한 조언을 건내기도 했다. 마지막 노래이자 윤하의 자작곡인 'Hope'가 울려퍼질 때, 팬들은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하 곁에 있는 게 우리였으면 좋겠어"라고 적힌 플래카드의 향연을 보자마자 윤하는 울컥했던 모양이다. 노래를 마치고도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행복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팬들에게 신년 세배를 올린 윤하는 "좋은 앨범을 만들겠다"는 당찬 선언과 함께 무대를 떠났다.
 
10년 전, '스물 두번째 길'(2009)을 부르던 가수는 이제 서른 두번째 길을 걷고 있는 중견 가수가 되었다. 나이는 변했지만, 변한 것은 많지 않다. 윤하는 여전히 섬세한 뮤지션이자, 무대를 소중히 하는 퍼포머이기 때문이다. 음원 차트 순위와 상관없이, 이 날 공연에서 만난 윤하는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느린 우체통'을 들었다. 내게는 다사다난한 2018년을 마무리하는 음악이자, 2019년의 문을 여는 음악이었다. 노랫말 속에 담긴 포근함이 마음을 감쌌다. 좋은 공연, 공들여 쓰인 노래는 힘이 세다.
 
"마음이 도착할 내년 오늘엔 꼭 웃을 일이 많았으면 해
여전히 그때도 가장 가까이 너의 곁에 있는 게
나였으면 좋겠어." - 윤하 '느린 우체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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