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MC:더 벙커> 장면

영화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 에이헵이 끌어가는 영화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선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좋게 끝나면 그 이후에 그 일에 대한 생각이나 미련이 없어지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기억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아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그 트라우마는 평생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고 결국 그 삶 자체도 불행 속에 갇히게 된다.

< PMC: 더 벙커 >는 주인공 에이헵(하정우)의 트라우마를 영화 맨 앞으로 끌어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에이헵이라는 별명은 소설 <백경>의 에이헵 선장에서 따온 것으로 소설 속 선장과 동일하게 의족을 차고 있으며 다른 동료보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과거에 동료와 겪은 일들 때문에 팀장으로서의 분명한 목적의식과 동료들의 운명 사이의 선택이 자주 충돌을 빚는다.

에이헵이 한쪽 다리를 잃은 것은 과거 낙하산 사고로 동료와 같이 지상에 추락하면서 입은 상처다. 그는 동료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적보다는 동료를 선택했지만 동료는 죽고 자신은 한쪽 다리를 잃는다. 그 이후 그는 군을 퇴역하고 최첨단 의족을 찬 후, 군사 용병팀을 구성하여 세계를 돌며 다양한 작전을 벌인다. 그 안에서 에이헵은 철저히 목적지향적으로 살아간다.  
미래 한중미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밀리터리 액션 

미래가 배경인 이 영화는 미국과 한국, 중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가상 시나리오로 구성하고 에이헵의 용병팀 12명이 북한의 킹을 납치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작전이 순조롭게 완성되는 초반을 지나가면 상황이 급변하며 긴장감이 높아지는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에이헵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그는 이 영화에서 동료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목적을 실현할 것인지의 길목에 여러 번 선다. 그 충돌이 벌어지는 모든 순간에 그가 고민하게 되는데, 그 장면들에서 영화적 긴장이 순간적으로 높아진다. 외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용병들이 에이헵 팀을 사살하기 위해 공격하고 있고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하에서 그와 그의 팀은 테러 집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선택에 따라 그와 팀 전체의 운명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의 팀 동료들은 에이헵에게 굉장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에이헵이 자신의 다리를 잃으면서까지 동료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근거로 그들은 팀의 리더인 에이헵이 팀원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 팀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리더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여기에 에이헵의 뛰어난 군사 작전 센스가 더해져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 용병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서는 대부분의 순간, 에이헵은 동료를 구하지 못한다. 과거 그가 동료 마쿠스(케빈 듀런드)를 팀에 포섭할 때도 동료보다는 목적지향적으로 다른 팀에 있는 그를 설득하여 합류시켰다. 그의 이 행동은 영화 내내 에이헵의 발목을 잡는다.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높이는 에이헵의 트라우마

 
 영화 <PMC:더 벙커> 장면

영화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 역시 이 영화 내내 그를 사지로 몰아넣는다. 어쩌면 그 사건 이후 그 자신도 알지 못했지만 과거 동료를 잃음으로써 자신은 더 이상 다른 팀원들을 구할 수 없다는 죄책감 속에 지내왔던 것인지 모른다. 그의 아내가 미국에서 출산한 순간, 한 동료가 자신의 아이와 아내 사진을 보면서 죽어간 한참 후에 에이헵은 슬프고 혼란스러운 얼굴로 죽은 동료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남은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나하나 죽어가는 동료들과 새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그는 심리적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의 변화를 돕는 캐릭터는 북한의 윤지의(이선균)이다. 그는 북한의 의사로 영화 초반 에이헵과 대립하지만 에이헵의 트라우마를 알게 된 이후 그도 팀원 모두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준다. 에이헵이 포기하려는 많은 순간에 그는 희망이라는 좋은 선물로 그를 설득한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그 위기 상황을 이겨나가려는 그 둘의 노력은 큰 시너지를 일으켜 자신들의 목적에 큰 걸음을 내딛게 한다.

영화 < PMC: 더 벙커 >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밀리터리 액션 영화다. 게다가 영화 내 일어나는 사건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하 벙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영화가 진행된다. 주요 등장인물도 숫자가 정해져 있고 최첨단 소형 이동식 카메라 등을 이용해 각각의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원격조정 카메라로 담는다는 설정이 가능했다. 그래서 다양한 앵글로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매우 실감 나게 담았다. 

관객을 전투 현장으로 부르는 액션 연출

카메라는 연신 실제 전투처럼 흔들리고 그 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이 영화 내내 지속된다. 그런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은 관객들조차 팀원의 일부로 만든다. 이런 밀리터리 액션 영화는 지금껏 한국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 전투 장면의 묘사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고, 마치 1인칭 밀리터리 액션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도 든다. 

영화가 그런 기술적인 면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에이헵의 트라우마를 영화적 긴장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주변의 캐릭터인 마쿠스, 제럴드(말릭 요바), 맥켄지(제니퍼 엘) 등도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등장하는 해외 캐릭터들은 영화의 말미까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영화의 캐릭터 구성 자체도 적절히 배치되었지만,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조연급 배우들이 그 상황에 맞도록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영화 <PMC:더 벙커> 장면

영화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한국 배우인 하정우와 이선균의 연기도 좋은데, 특히나 이 영화는 영어 연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들이 하는 영어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사를 주고받을 때 그들과 함께 은어나 슬랭을 쓰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하정우는 영화 내내 동료와 목적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리더의 역할을 적절히 연기하고 있다. 이선균은 북한말로 연기하는데 사실 조금 어색한 부분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하정우의 연기와 잘 어우러진다. 

영화의 감독은 <더테러 라이브>(2013)의 김병우 감독이다. 지난 영화가 그랬듯 이번 < PMC: 더 벙커 >도 적절한 정치적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하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김병우 감독의 인장이 뚜렷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PMC더벙커 하정우 이선균 밀리터리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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