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선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선수ⓒ AP/연합뉴스

 

가는 곳마다 팀을 우승시키며 '스페셜 원'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된 지 약 2주가 지났다. 위기에 빠진 맨유가 구원투수로 낙점한 인물은 현역시절 '슈퍼서브'로 명성을 떨치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이었다. 사실 솔샤르 감독대행은 매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지만 프리미어리그 감독으로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솔샤르 감독대행 부임 이후 맨유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박싱데이 주간 동안 3경기를 치른 맨유는 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에누리없이 정확히 0이었던 골득실차는 단 3경기 만에 +9가 됐다. 30일 경기에서 5위 아스날FC가 리버풀FC에게 1-5로 패하면서 5위와의 승점 차이도 3점으로 좁혔다. 아직 빅4와의 차이는 꽤 벌어져 있지만 다시 상위권 경쟁을 펼치기에 시간은 충분하다.

맨유가 무리뉴 감독 시절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역시 공격력이다. 무리뉴 감독이 이끈 리그 17경기에서 29골, 경기당 1.7골을 넣는데 그쳤던 맨유는 솔샤르 감독대행이 이끈 3경기에서 무려 12골을 퍼부었다. 경기당 4골로 매 경기 다득점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맨유 공격력 폭발의 중심엔 최근 3경기에서 4골3도움을 터트린 프랑스 출신의 '천재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있다.

자신을 홀대한 맨유에게 1300억 원을 쓰게 한 특급 미드필더

프랑스의 기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포그바는 르 아브르 AC의 유스팀에서 축구를 배우던 2009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에 들어 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명문 구단 맨유에 입단했다. 유스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인정 받으면서 맨유 내에서도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던 포그바는 2011-2012 시즌 이적 2년 만에 맨유의 1군에 승격되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하지만 당시 맨유의 중원에는 톰 클레버리(왓포드FC), 올리베이라 안데르손(코리치바FC)처럼 맨유가 공 들여 키우던 미드필더 자원들이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던 '레전드' 폴 스콜스까지 현역으로 복귀하면서 포그바의 입지는 더욱 작아졌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상한 포그바는 맨유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FC로 이적했다.

포그바는 유벤투스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이적 첫 시즌 유벤투스 중원의 터줏대감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FC 제니트)를 제치고 주전을 차지한 포그바는 2013년 세계 최고의 유망주에게 수여하는 골든보이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포그바는 2013-2014 시즌을 통해 세리에 A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세리에A 선수로는 유일하게 2014 발롱도르 최종 후보 23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포그바의 활약은 꾸준했다. 포그바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온두라스전에서 상대의 퇴장과 패널티킥을 얻어내며 3-0 완승의 주역이 됐고 나이지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헤더로 결승골을 터트리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포그바는 2년 후 유로 2016 대회에서도 프랑스의 중원을 책임졌다. 비록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포그바가 유럽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미드필더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포그바가 유벤투스에서 무섭게 성장하던 시기 맨유는 퍼거슨 감독 은퇴 후 우승권에서 멀어지며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결국 맨유는 2016년8월, 자신들이 그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놓쳤던 특급 유망주 포그바를 1억500만 유로(약1344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고 재영입했다. 포그바는 이적 첫 시즌 51경기에 출전해 9골6도움에 그쳤지만 2017-2018 시즌 38경기에서 6골12도움을 기록하며 맨유를 프리미어리그 2위로 이끌었다.

'옛스승' 솔샤르 감독대행 체제에서 3경기 4골3도움 대폭발

흔히 미드필더는 필드의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에 수시로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풍부한 활동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포그바는 풍부한 움직임을 통해 공수에 기여하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창의적인 패스와 뛰어난 순간스피드 등을 통해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유형이라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편이다. 포그바가 맨유와 프랑스의 축구팬들로부터 이따금씩 부족한 활동량을 지적 받는 이유다.

포그바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대표팀에는 세계 최고의 활동량을 자랑하는 '캉요미' 은골로 캉테(첼시FC)가 있었고 포그바와 캉테는 대회 기간 내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지네딘 지단 시대 이후 프랑스를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포그바는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고 맨유에 복귀한 포그바의 이번 시즌 활약은 축구팬들의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맨유 감독 부임 후 수비를 중요시하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과 자유로운 활동범위로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포그바의 상반된 플레이스타일이 부딪힌 것이다. 결국 포그바는 17라운드까지 3골3도움에 그쳤고 무리뉴 감독은 맨유의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재미 있는 사실은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후 포그바의 경기력이 거짓말처럼 살아났다는 점이다. 23일 카디프시티FC와의 경기에서 안데르 에레라와 제시 린가드의 골을 도운 포그바는 27일 하더즈필드 타운 AFC와의 박싱데이 경기에서도 멀티골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포그바는 31일 AFC 몬머스전 2골1도움을 통해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일주일을 보내며 2018년을 마무리했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맨유 유스 감독 시절 어린 포그바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포그바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지도자라는 뜻이다. 물론 감독 교체 하나로 포그바 부활의 비결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포그바가 살아나면서 맨유 역시 엄청난 전력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포그바는 무리뉴 감독 시절 많은 이적설에 시달렸지만 이런 활약을 이어간다면 포그바가 겨울 이적 시장에서 맨유를 떠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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