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올 한 해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세밑의 < SBS 스페셜 >은 주제로 가상화폐를 다뤘다. 2018년의 시작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연말 귀신처럼 사그라든 '비트코인' 열풍을 추적한 것이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당시엔 '안 하면 바보'가 되는 분위기였다. 누구라도 발 빠르게 시작한 사람은 돈을 만졌다는데. 누군가는 몇 분 만에 일확천금을 벌었다 하고 돈을 벌었다는 '인증샷'까지 커뮤니티에 빈번하게 올라왔다. 이어 우리가 쓰는 지폐나 카드 대신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화폐 질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혹여 '나만 빠른 물결에 뒤처져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자조적인 생각을 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2018년이 저무는 이즈음 비트코인 열풍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마치 '게눈 감추듯' 사라져버린 열풍, 많은 돈을 벌었다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젊어부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문주용씨는 온라인 비트코인 트레이더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낸 바 있는 이른바 '슈퍼 개미'라고 한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방송에서 그는 한때 3000만 원으로 시작하여 2분 만에 4000만 원을 벌기도 했고, 1억 5천만 원을 들여 장비를 갖춘 뒤 한 이른바 '채굴(거래 내용을 암호화한 걸 수많은 수의 조합을 맞춰 풀어 그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얻는 방식, 과거 금을 캐는 방식과 유사하다 하여 붙은 이름)'로 순수익을 1억 넘게 올리기도 했단다. 그랬던 그도 연일 계속되는 하락장에 맥을 못춘다. '채굴'을 위해 갖췄던 장비도 전기세를 감당 못해 처분했다고 한다. 그도 말한다. "정작 수익을 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대신 돈 잃었다는 사람들만 난무한다고. 

일확천금을 바라던 이들의 '일장춘몽'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2009년 1월 처음 등장한 암호 화폐 '비트코인', 그로부터 10년 만에 가격대는 2000%나 상승했다. 비트코인이 오르자 다른 코인들도 더불어 들썩였다. 하루에 300%에서 3000%까지 가격이 상승하며 '하룻밤에 수억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인증샷'을 올렸다. 그러자 대출까지 받아 비트코인 거래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당시 비트코인에 뛰어든 대학생 3인도 만난다. 하지만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당시에 관해 그들이 보인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주식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쉬지 않고 24시간 장이 열렸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한때 학업을 중단하고 방에서 모니터만 들여다 봤다고 고백한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비트코인 시장은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와 초보 투자자들이 열광했다. 중독성이 강한 암호화폐 시장,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이들 3인은 비트코인을 '내 손 안의 카지노'라 정의내린다. 

그 '내 손안의 카지노'에서 일장춘몽을 꾼 사람은 더 있다. 방송에는 보험을 해약하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거래에 뛰어든 차형민(가명)씨도 등장한다. 비트코인이 흥하던 당시 그는 일주일 만에 투자금의 다섯 배를 벌고, 4억 가까이 수익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더라고요. 뭐 십 몇 억 우스워요, 그냥. ...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 막 착각이 들고... 이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 우스워 보였어요. 진짜 땀 흘린 사람들이. 그랬는데 지금은 (투자했다 돈 잃은) 제가 우습게 느껴지니까..." - 차형민(가명, 37세)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차씨는 "아, '로또'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고도 고백한다. 하지만 그 꿈은 2주 만에 끝났다. 1억이었던 돈이 759만 원으로 추락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비트코인으로 수억을 주무르던 그는 손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된 장면에서, 돈을 거의 잃고 은행에서 독촉전화를 받는 그는 지금에서야 자신이 꾼 게 일장춘몽이었음을 실감한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또한 < SBS 스페셜 >에 출연한 27살의 김민석(가명)씨는 1년을 뼈빠지게 고생하여 7천만 원을 벌고, 그 돈을 1년에 걸쳐 다 날렸다고 털어놓는다. "돈 벌어도 뭔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일할 마음이 잘 안 생긴다"라고 고백하는 그는 돈만 날린 게 아니라 삶의 의미까지도 잃은 듯했다.

방송에 등장한 또 한 사람은 암호화폐로 수익이 생길 때마다 현금화하여 시계나 외제차, 카메라 등을 구매하며 취미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그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초조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내가 자는 동안 가격이 더 올라 있으면 어떡하지?" 싶다는 말. 그는 돈을 벌었더라도 스트레스가 더 커서 '외줄타기' 하는 기분이라 호소한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도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지금까지 대부분의 금융거래는 은행이라는 기관을 통해서만 이루어져 왔다. 이런 중앙 집중 기관 없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기록, 검증, 보관하는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분산 장부' 기술을 '블록 체인'이라고 부른다. 이 블록 체인에 참여할 때 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바로 '암호 화폐'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 한해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비트 코인'이다. 

비트코인 열풍에 발맞춰 지난 1월 18일 JTBC <뉴스룸>에서는 유시민,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을 초빙하여 토론을 벌였다. 당시 토론 자체가 비트 코인 열풍과 함께 화제가 된 바 있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일찍이 유시민 작가는 tvN의 <알쓸신잡>에서 비트코인 열풍을 두고 '17세기 튤립 버블의 21세기 글로벌 버전'이라 정의내린 바 있다. 실물 경제를 잘 모르는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난감을 갖고 사람들이 도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 1월 15일 가상 화폐 실명제 추진 의사를 밝히며 시세 조작 자금 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금융 당국의 합동 조사를 통해 엄격히 대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SBS 스페셜 >에 출연한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홍기훈 교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믿음에서 시작된 버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유시민 작가의 의견과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이와 같이 여러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비트 코인 거래의 위험성은 대형 거래소의 속임수 등의 범법 행위로 증명된 바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대형 거래소는 승인받지 않은 코인을 상장하고 그걸 당사자들이 직접 샀다 팔았다 사는 방식으로 거래량을 늘리고 가격을 올려간다. 그 상승세에 투자자들이 몰리면 한번에 팔고 사라지는 '먹튀'를 하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 몫이 되고 만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만 활동 중인 거래소가 100여 개를 넘었지만 심사나 허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규제조차도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다 보니 이른바 '먹튀' 범죄는 비일비재하다.

방송에 따르면, 5억만 있으면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위험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벌떼처럼 달려든다. 실패했던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 뛰어든 비트코인 투자자 이아무개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 SBS 스페셜 > 제작진과 만난 이씨는 '글로벌 넘버 원 암호화폐'라는 말에 속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이었다. 이후 그는 어떻게라도 떼인 돈의 일부라도 받아내기 위해 사라진 코인 업체의 주소를 수소문하여 이리저리 헤매이는 중이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이씨와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30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출금하는 데 50억의 수수료를 떼는 비현실적인 조항을 내건 거래소도 있었다. 이런 조항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덥석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니, 가상 화폐 시장의 '봉이 김선달'들이 활개를 쳐도 막을 수가 없다. 심지어 온라인 가상 화폐 사업의 투자자를 오프라인에서 모으는 데 앞장서는, 자신이 피해자인 줄도 모르는 채 '부화뇌동'하는 사람들도 방송에서 다뤘다. 이런 사람이 많은 현실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신기술 vs. 사기성 도박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관해 '미래의 화폐가 될 신기술'이라는 의견과 '일확천금을 노리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도박'이라는 반박이 팽팽한 상황이다. 지난 1월 JTBC <뉴스룸>의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와 대척점에 섰던 정재승 교수는 지난 12월 29일 <중앙일보> 칼럼 '4차 산업 혁명은 어떻게 오는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펼쳤다. 

그는 칼럼에서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반한 생활체감형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며 "이를 우리도 제도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혁신의 열매를 만끽할 기회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재승 교수는 "지금처럼 거래소를 겁박만 하지 말고, 블록체인 회사들이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고, 암호화폐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관리제도와 규정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칼럼에서는 정재승 교수도 제도와 규정에 관해 언급한다.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관리 등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비정상적인 가상 화폐 광풍은 제어하되, 블록 체인 기술은 암호 화폐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 금융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기술이므로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SBS 스페셜 >에 출연한 국내 블록 체인 선구자 박창기씨는 1999년에 인터넷 버블이나 2008년 부동산 버블처럼, 2018년의 비트코인 버블은 '신기술의 통과 의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과도하게 투자되었다가도 거품이 꺼지면 그때 비로소 새로운 금융 제도가 만들어질 거라는 낙관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린 맹목적 투자와 '버블'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 SBS 스페셜 > 후반부에서 <중앙일보> 고성일 기자는 암호 화폐로 인한 부작용이 계속 되풀이 되는 이유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찾는다. 

그가 지적한 심리는 어쩌면 바로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더 열심히 일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줄을 잡아서, 더 좋은 건수를 잡아서 돈을 벌자고 생각하는 사회. 부동산 투기를 통해 일궈진 부의 역사, 투자라고 쓰지만 투기라고 읽는 사회. 그리고 투기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게 무능으로 인식되는 사회.

다큐에서 '이렇게 살다가는 흙수저를 면치 못할 거 같아서 시작했다'는 가상화폐 트레이더의 자조적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과연 이런 심리가 광범위하게 깔린 사회 속에서, 금융에 관한 책 읽기 등의 공부나 마음 다스림을 통해 광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결국 돌아봐야 할 것은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비트코인 광풍'의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2018년 12월 30일 < SBS 스페셜 >,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고스트 머니'편 중 한 장면 ⓒ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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