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해 흥행한 한국영화 1위~4위까지 영화.

올해 개봉해 흥행한 한국영화 1위~4위까지 영화. ⓒ 롯데컬쳐윅스, NEW


성수기 대작영화보다는 비수기 중·저예산 영화의 선전이 돋보였고 미투 운동은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키며 여러 감독과 배우들을 물러나게 했다. 고질적인 스크린 독과점은 지속되면서 올해 한 발 더 나아갔다.
 
반면 영화계가 힘을 모으고 있는 수직계열화 제한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정체됐다. 지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영화계에도 적폐 청산 요구가 일었으나, 해결을 위한 진척이 더뎌지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2018년 한국영화를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전체 관객 수는 6년 연속 2억1천만 명을 넘었으나 지난해보다는 약 300만가량 줄었다. 하지만 관람 요금 인상 덕분으로 총 매출액은 늘어났다. 지난해 1조 7565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30일 기준 1조 8069억을 넘어서 500억 이상 상승한 모양새다.
 
전체적으로 한국영화는 성수기에 개봉한 대작들이 오히려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추석에 이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영화들이 하나같이 손익분기점 도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해 졌다.
 
반면 예상을 깨고 비수기에 개봉한 영화들이 크게 흥행한 것은 한국영화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빚은 결과일 수도 있다. 또한 성수기 영화들이 기존 흥행영화를 답습한 모양새로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비수기 영화들은 색다른 소재와 탄탄한 작품성으로 오히려 관객을 끌어 들이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랑> <명당> 등 성수기 대작영화 부진한 성적
 
 제작비 200억이 넘는 대작영화로 100만 관객에도 미달한 <인랑>

제작비 200억이 넘는 대작영화로 100만 관객에도 미달한 <인랑>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올해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1227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인과 연>이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544만 관객의 <안시성>을 두 배 차이로 누를 정도로 스코어 차이가 컸다. 올해 개봉해 1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9편으로 지난해보다는 한 편 늘었다. 26일 개봉한 < PMC: 더 벙커 >가 30일 100만을 넘어선 덕분이다.
 
천만 영화인 <신과 함께-인과 연>을 제외하고는 600만을 넘긴 영화는 없었다. 500만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모두 3편으로 추석 시즌에 개봉한 <안시성> 외에 528만의 <완벽한 타인>과 506만의 <독전>은 비수기에 개봉해 크게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여름 성수기 개봉작인 <공작>은 497만으로 500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작 영화들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졌다. 성수기 흥행 텃밭이었던 추석은 개봉 영화 대부분이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갔음에도 <안시성>만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나머지 영화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했던 <인랑>은 89만으로 참패했고, 박근혜 정권 때 모태펀드에서 제작비 이상의 지원을 받아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빚은 <출국>은 손익분기점(180만~200만 추산)은 커녕 8만1천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완벽한 타인> <미쓰백> 등 비수기 중·저예산영화 흥행
 
 비수기에 개봉한 중저예산 영화로 크게 흥행한 <완벽한 타인>

비수기에 개봉한 중저예산 영화로 크게 흥행한 <완벽한 타인> ⓒ 롯데컬처웍스

 
반면 중저예산의 영화들의 선전은 돋보였다. 비수기 흥행을 이끈 <완벽한 타인>이 대표적이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숨겨진 욕구를 드러내는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비수기에 500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282만 관객이 본 <너의 결혼식>이나 252만 관객의 <목격자>는 대작 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156만 관객이 찾은 <리틀 포레스트>와 72만 관객의 <미쓰백>은 저예산영화의 승리이기에 더욱 값진 흥행이었다.
 
특히 올해 영화상 수상 기준 개봉일을 간신히 맞춘 <미쓰백>은 주연 배우 한지민이 대부분 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다시피 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 역시 새로운 흥행 기록이 수립됐다. 세월호 침몰을 추적한 <그날, 바다>는 54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독립다큐 흥행의 새 역사를 썼다. 독립영화로는 <소공녀>가 가장 주목받았다. 5만9천 관객을 기록한 데다 국내 주요 영화상에서 시나리오상과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독립영화 중 1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18편인데, 이 중 8편이 다큐멘터리였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 B급 며느리 >, <공동정범>, <피의 연대기>, < 5.18 힌츠페터 스토리 >, <무문관>, <바나나쏭의 기적> 등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스크린독과점 논란 여전
 
 최다 스크린 기록을 세우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꾸준한 흥행을 하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

최다 스크린 기록을 세우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꾸준한 흥행을 하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외국영화는 49%의 점유율로 한국영화에 밀렸는데, 100만 이상을 기록한 23편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 관객으로 천만 영화에 도달했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2개월 이상 흥행을 이어가며 900만을 넘긴 상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658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566만, <앤트맨과 와스프> 544만. <블랙 팬서> 540만. 500만 이상 영화의 성적은 한국영화들을 앞섰다.
 
다만 천만 영화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2553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기록을 경신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도 2235개 스크린을 차지했다. 그러나 앞서 개봉해 스크린독과점 신기록을 세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보다는 적어 크게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영화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법안과 상영과 배급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입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추진 동력이 약해진 데다 법 개정 여부는 난관에 봉착한 상태지만 돌파구 마련은 요원한 모습이다.
 
미투 운동으로 하차한 감독-배우들
 
 지난 10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영화진흥위원회가 함께 개최한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포럼’

지난 10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영화진흥위원회가 함께 개최한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포럼’ ⓒ 영진위

 
미투운동 역시 한국영화를 덮친 큰 파도였다. 관련된 감독과 배우들이 사실상 퇴출됐고, 이들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을 기약 없이 미뤄지는 등 영향이 컸다. 독립영화계도 마찬가지여서, 잇따른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이 자숙에 들어갔다. 국내 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몇몇 감독도 미투 논란으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영화계를 떠났다.
 
미투로 논란에 휩싸인 대표적인 감독과 배우는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배우 오달수, 조민기, 조재현 등이다. 다만 일부 배우의 경우 수십 년 전 무명배우 시절 일어난 일로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최근 한 원로감독은 "예전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며 "나에 대해서도 미투 고백이 나올까봐 두려웠다"라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은 현재진행형으로, 올해 3월 3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든든은 영화 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 및 상담과 피해자 지원(법률지원, 의료상담) 사업과 영화 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 사업의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센터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과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공동 센터장을 맡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에는 영진위와 함께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그러나 마무리는?
 
 지난 5월 발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결과 종합 발표 내용 중 영화 관련 부분

지난 5월 발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결과 종합 발표 내용 중 영화 관련 부분 ⓒ 블랙리스트 조사위

 
지난해부터 조사에 들어간 지난 정권 블랙리스트 실체가 상당수 드러난 것도 올해 한국영화의 주요 이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9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지난 5월 초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상당수의 독립영화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됐고, 권력과 정보기관의 총체적 개입으로 사실상의 검열이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독립영화에 대한 배제가 일상화됐던 가운데 특혜성 지원을 받았던 영화들도 있었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영상물등급위원회, 영상자료원 등 영화기관들 중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관련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따라 영진위는 내부 조사를 거쳐 지난 27일 문체부가 지시한 징계 대상자들을 전원 징계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위원들의 사과 결의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실무자들이 이를 피하려는 자세를 보이면서 미적거리는 중이다.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평가됐던 류재림 전 영상자료원장은 블랙리스트 조사위 발표에 대해 블랙리스트 실행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으나, 별도의 부적절한 행위들이 내부 직원들의 문제제기로 드러나 문체부의 감사를 거쳐 지난 5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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