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의 더뉴스> 첫 방송 화면

<노종면의 더뉴스> 첫 방송 화면ⓒ YTN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년 만에 복귀 인사드립니다. 21년 전 뉴스였던 IMF를 키워드로 <노종면의 더뉴스> 첫 문을 열겠습니다. 1997년 12월 3일, 21년 전 오늘은 한국 정부가 국제 통화기금 IMF로부터 긴급 자금을 받기로 서명한 날입니다. 언론은 이런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 했을뿐 아니라 이후 국부 유출, 공공재 사유화, 사회 양극화 등 그 어떤 부작용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앵커보다 해직 기자로 더 잘 알려진 노종면 YTN 기자가 최근 시작한 <노종면의 더뉴스> 첫 방송 오프닝 멘트 중 일부다. 지난 9월 말 YTN 사장으로 취임한 정찬형 사장은 첫 개편에서 2008년 방송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해직되어 지난해 복직한 노종면 기자를 앵커로 발탁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YTN은 그 사이 사옥을 이전했고 방송 환경도 달라졌다. 달라진 환경에 복귀한 소감이 궁금해 지난 27일 <더뉴스>가 끝난 직후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노종면 앵커를 만났다. 다음은 노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과거 YTN에서 일할 때 느낀 시청자 무게와 지금 무게 달라"

- <노종면의 더뉴스>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났잖아요. 적응은 좀 되셨어요?
"처음보다는 꽤 적응된 것 같아요. 그래도 완벽히 적응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을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제가 일할 때와 달라져 있는 방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머리로는 웬만큼 이해하고 있지만, 동물적으로 몸이 다 기억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적응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 앵커 제안이 왔을 때 어땠나요?
"제가 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지만 시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올 게 왔고 이제 해야하는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 원래 앵커 하다 해직됐고 노 기자님은 앵커 이미지가 크잖아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나요.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섞여 있었던 것 같고요. 이번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 측면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적응이 더 되고 시스템 이해가 더 깊어지면 지금보다 즐기면서, 하고 싶은 새로운 시도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첫 방송에서 "10년 만에 인사드린다"로 말문을 열었잖아요.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사실 '10년만'이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처음엔 안 하려고 했어요. 사람이 감정적으로 복받칠 수 있어서, 저 스스로 10년이란 단어를 금기어 취급했는데 예고 방송 찍을 때 그 말을 해봤지만 별 동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짧은 인사말로 10년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찌릿한 게 있긴 하더군요."

- 해직 기간 동안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물론 <뉴스타파>와 <국민TV>에서 앵커를 잠깐씩 하셨지만, YTN은 또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는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시청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TV>와 <뉴스타파>에서 일하면서 시청자의 변화를 경험했고 그것이 YTN에 복귀해서 뉴스를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때 제가 생각한 시청자상과 지금 뉴스를 하며 생각하는 시청자상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과거 YTN에서 일할 때 느꼈던 시청자의 무게와 지금 느끼는 무게는 달라요."

- 왜 다를까요?
"전에도 시청자들을 무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만족하시겠다'는 수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큼 해서는 만족 못 하실 것이란 생각이 강해요. 그만큼 언론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고 언론에 요구하는 수준도 달라져서 허투루 할 수 없죠. 그리고 뉴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과거보다 광범위해졌고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과거에는 방송사 전화나 홈페이지 게시판 정도가 시청자들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통로였다면 지금은 본인이 활동하는 SNS 공간 어디에나 평가를 올리잖아요. 그런 게 덩어리가 되어 방송사에, 제작자에게 전해집니다. 반응이 안 올 수가 없어요. 오게 되어 있습니다."

- 요즘은 유튜브로도 많이 보고 실시간 채팅이 이뤄지잖아요. 보신 적 있나요?
"모든 채널을 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 채널은 방송 중에도 열어놓습니다. 휴대폰을 묵음으로 해서 앵커석 옆에 두고 짬짬이 보죠. 방송 끝난 후에도 여러 채널에서 피드백을 찾아봅니다."

첫 방송 첫 인터뷰이로 최문순 강원지사 택한 이유
 
 노종면 <노종면의 더뉴스> 앵커

노종면 <노종면의 더뉴스> 앵커ⓒ 이영광


- 오후 2시 방송이라 힘들진 않으세요?
"<더뉴스>는 인터뷰가 많은데 섭외가 쉬운 시간대가 아닙니다. 뉴스 인물들은 보통 아침 일찍이나 밤 시간대 출연합니다. 2시면 가장 바쁜 시간일 수 있어서 섭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인터뷰 자체가 더 힘듭니다."

- 첫 방송 첫 인터뷰를 최문순 강원지사로 하셨는데 그 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첫 방송이니 누굴 해야지'란 생각을 잠깐 해봤지만, 당일 가장 적합한 뉴스인물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섭외된 분입니다. 보도국에서 최 지사의 비무장지대 방문 일정을 파악했고 마침 중앙언론사 중 YTN만 동행 취재를 하는 상황이어서 현장 중계 인터뷰가 의미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도 살아있고 남북관계도 있어서 한 거죠."

- 인터뷰였지만 흡사 기자가 리포트 하는 느낌이었는데 앵커님은 어떠셨어요?
"최 지사가 방송 기자 출신인 걸 저희가 아니까 그런 역할을 부탁드렸어요. 마치 기자처럼 현장 상황을 애드리브로 설명하는 역할을 역시 방송기자 출신답게 훌륭히 해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수십 년 만에 최 지사께서 방송기자 역할을 하신 거죠."

- 이번에 '돌발영상'이 부활한 것도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10년 전 프로그램을 부활시킨다는 것은 옛 명성에 기대는 듯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10년 만에 앵커로 복귀시킨 것보다 더 큰 모험일 겁니다. 제작 맡고 있는 임장혁 기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돼요. 그럼에도 부담감 이겨내고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종면 앵커는 <더뉴스> 제작도 같이하는 걸로 아는데 힘들진 않나요?
"제가 CP 역할도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서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역별로 제작진에게 맡겨두고 저는 조율자로서 역할을 하는 편입니다. 앵커 진행이 아직은 좀 버거울 뿐이고, 제작을 병행한다고 특별히 더 힘들지는 않습니다."

- 요일별로 다른 코너가 있는 거 같은데?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다뤄야 하는 영역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안 중심으로 뉴스 편집을 하다 보면 늘 소외되는 영역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만큼은 시간을 할애해서 다루자는 거죠. 그게 저는 매체비평, 스포츠, 문화 등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매체비평은 대상을 정치, 사회 현안으로 특정해서 정치비평까지 해보자는 기획을 했고, 스포츠와 문화도 단편적인 뉴스들을 종합하는 게 아니라 집중할 주제를 잡아서 한두 주제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밖에 매주 한 번씩은 독자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코너를 두고 있습니다."

-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6시 전에 일어나고 회사에는 8시 전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마자 회의 준비해서 9시부터 간단히 제작진 회의를 합니다. 방송 전까지 나머지 시간은 전부 뉴스 준비입니다. 아직 점심시간을 따로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방송 끝나면 4시 50분이고 다음날 섭외 점검 등을 위한 회의를 한 뒤 5시 30분에 업무는 끝납니다. 그런데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작진들 각자 섭외도 하고 출연자가 독촉하면 질문지 초안 만들어서 보내야 하기도 하고요. 저만해도 아직은 전날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오프닝멘트는 써놔야 안심이 됩니다."

"이름 안 걸어도 앵커 알리는 데 부족함 없는 뉴스 하고 싶다"
 
 YTN의 <노종면의 더뉴스> 12월 28일자 보도 화면

YTN의 <노종면의 더뉴스> 12월 28일자 보도 화면ⓒ YTN

 
- 오프닝에 공을 들이시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는 뉴스 전달이나 인터뷰 외에 앵커가 직접 얘기하는 시간이 조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클로징멘트와 오프닝멘트 중 고민했어요. 뉴스 도중에 별도 코너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별도 코너는 업무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행하지 못했고 결국 오프닝을 선택했습니다. 클로징은 미리 써두기 어렵고 뉴스 진행 중에 상황이 바뀌면 시쳇말로 말짱 꽝이잖아요. 그래서 오프닝을 하게 된 거죠."

- '노종면'이란 이름을 제목에 넣으셨잖아요.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노 앵커 인지도 때문에 넣은 것 같은데, 당사자로서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막판까지 저항하다 관철 못 시켰어요(웃음). 저는 앵커 이름 거는 것에 기본적으로 반대해온 사람이에요. 이름을 건다는 건 앵커를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쓰겠다 판단한 걸로 볼 수 있는데, 우리 방송가에 앵커 이름 쓰는 게 남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를 예우해주는 측면도 있는데 그런 흐름이 썩 마뜩치 않았거든요. 손석희 앵커가 '손석희의 뉴스룸' 안 하잖아요.

이름을 안 걸어도 앵커를 알리는 데 부족함 없는 뉴스를 하고 싶어요. 제가 막판에 제 뜻을 관철하지 못한 이유는 제가 조직원이기 때문에 조직의 쓰임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조직이 제 이름을 안 걸고는 못 써먹겠다고 이름을 부각시켜서 주목시키겠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이름 안 올리고 그냥 노종면이 하는 뉴스론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 '뉴스브리핑'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차현주 앵커가 하잖아요. 코너를 따로 둔 이유가 있나요?
"일단 한 사람이 너무 오래 나오면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요.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뉴스브리핑'에 담기는 기사들과 제가 처리하는 기사들의 성격을 달리하는 기획이에요. '뉴스브리핑'은 이슈는 아니더라도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속도감 있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당연히 진행자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 2시 시작해서 4시 40분 즈음 뉴스가 끝나요. 160분 하는 건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세요?
"광고까지 4시 50분 넘어서 끝납니다. 힘든데 힘들다고 푸념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힘든 일이에요,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뉴스를 전하는 역할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긴장감이 있죠. 이미 정제된 뉴스를 전할 때는 이 기사를 생산한 사람을 믿고 진행하기 때문에 긴장이 덜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인터뷰이와 대면해서 직접 인터뷰할 때는 제 질문 하나하나가 다 제 책임으로 하는 거잖아요. 똑같은 인터뷰이라도 앵커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고 전체 인터뷰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 엉뚱한 질문이나 형식적인 질문은 앵커뿐 아니라 방송사의 수준을 깎아내린다는 점 때문에 긴장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긴장을 숨기고 편안하게, 노련하게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힘든 일입니다."

'용가리 통뼈 뉴스' 일주일만에 중단한 건...

- 뉴스 마치고 '용가리 통뼈 뉴스'라는 코너를 하셨는데, 일주일 만에 중단하셨어요.
"준비가 덜 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유튜브 채널 전용으로 기획했던 코너인데 <더뉴스>의 편성 시간이 갑자기 확대된 내부 사정이 있어서 본방송 내 코너로 소화를 해보려 했습니다. 무리하고 성급한 시도였습니다. 더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청자를 상대로 더 이상 시험방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청자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 폐지인가요, 중단인가요?
"완전히 접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 시작하겠다는 말씀도 못 드리는 상황입니다. 준비되면 꼭 해보고는 싶습니다. 원래 취지는 제작진 또는 외부인사가 뉴스를 마친 앵커를 향해 '왜 이 질문 안 했냐', '앵커 멘트 중 이 표현은 틀렸다', '기사 중 오보가 있었는데 정정해라' 등을 하면서 앵커를 타박하기도 하고 '이 뉴스 아까 설명이 부족했는데 이런 의미가 있다', '출연자의 이 발언은 저렇게 이해된다'란 식으로 뉴스 내용을 보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시청자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고민하는 게 있지만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 박상연 앵커와 같이 진행하시잖아요. 호흡은 어떠세요?
"호흡이 안 맞으면 제가 잘 못 하는 거죠. 저는 앵커가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멘트로, 질문으로, 또는 별도의 리포트로 뉴스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상연 앵커가 이런 제 생각에 공감하고 열심히 노력해주고 있습니다. 매일 앵커 리포트를 만들고 있고, 대담 코너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새로운 뉴스를 끌어내자는 지향을 공유해주면서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 시청자들에게 어떤 앵커 혹은 뉴스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 앵커가 전달하는 뉴스를 들으면 이해가 된다, 남는 게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게 희망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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