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어렸을 때만 해도 '드러머'라고 하면 우락부락한 외모에 엄청난 체격을 자랑하는 서양 아저씨들을 떠올리곤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기였고 그 무렵의 인기 밴드 드러머들은 대개 수염 덥수룩하게 기른, 감히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태관은 예외였다. 퓨전 재즈의 영향을 받았던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 스타일도 그랬지만 공부 잘하는 동네 형 또는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를 물씬 풍기던 그는 그 시절 외국 드러머들과는 사뭇 달랐다.

1988년 데뷔한 봄여름가을겨울의 큰 업적 중 하나는 '록 밴드=외국그룹'이라는 편견이 지배하던 1980년대 후반 감히 그들과 어깨를 견줘도 좋을 만큼 자랑스런 작품들을 다수 내놓았다는 점이다. 외국 헤비메탈에만 심취하던 음악팬들 사이에서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음반 만큼은 예외적인 존재였다.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요즘 가요계 기준으로도 감히 녹음하기조차 힘든 연주곡들을 다수 발표하는 파격 시도부터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LP의 A면과 B면의 곡들을 배치하는 방식, 그리고 발군의 실력을 지닌 동료 선후배 음악인의 참여 등에 힘입어 그들의 작품은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평이한 연주는 거부한 드러머
 
 지난 1월 열린 서울가요대상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은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은 전태관의 생전 마지막 공식 행사 참석이 되고 말았다.  (김종진 인스타그램)

지난 1월 열린 서울가요대상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은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 시상식은 전태관의 생전 마지막 공식 행사 참석이 되고 말았다. (김종진 인스타그램)ⓒ 김종진

  
작사+작곡을 전담했던 김종진의 투박한 보컬+패기 넘치는 기타 연주와 대비되는 전태관의 섬세한 드럼은 당시 20대 청년 답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곤 했다. 평이한 발라드 곡에서조차도 일반적인 형식의 연주를 거부하고 독특한 리듬을 종종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보통 4박자 기준으로 3박 혹은 4박자째에 강한 힘을 담아 스네어 드럼을 때리는 패턴 대신 2박자반에 악센트를 싣는(박광현 '한송이 들국화처럼') 식의 변칙적인 리듬 전개를 시도하기도 했다.  

때론 과감한 변화도 피하지 않았다.  1992년 기준으론 파격적인 미국 현지 녹음으로 제작한 3집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의 동명 연주곡에선 어쿠스틱 대신 일렉트릭 드럼을 택해 퓨전 재즈 및 뉴잭스윙 등에서 들을 수 있던 소리를 담아내며 그 무렵 현지 팝음악의 흐름도 과감히 채용하는 식의 변신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제프 포카로 (록그룹 토토), 카를로스 베가, 스티브 갯 등 퓨젼 성향의 1980~1990년대 해외 유명 드러머들을 벤치마킹하면서 그들의 각기 다른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팀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사운드를 담았던 '아웃사이더'를 비롯해 정교한 리듬 쪼개기를 시도했던 '어떤이의 꿈' ,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등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30년 넘는 우정을 간직한 친구 김종진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음악 역사상 뮤지션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가장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드러머"라는 말로 그를 애도했다. 무대의 맨 앞에 등장하는 보컬 혹은 기타가 아닌, 가장 뒷자리에서 묵묵히 연주하는 드럼 연주자도 음악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태관은 봄여름가을겨울 활동을 통해 보여줬다.

우리는 정말 좋은 음악 친구 한 명을 잃고 말았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 전태관, 사계절 아픔없는 곳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6년간의 신장암 투병 끝에 2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56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1일 오전 9시다.

▲ 고 전태관, 사계절 아픔없는 곳으로'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6년간의 신장암 투병 끝에 27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56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1일 오전 9시다.ⓒ 사진공동취재단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