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홉 번째 팀은 압도적인 차이로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두산 베어스다. 단점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굳혔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단점이라고 지적할 만한 요소가 없을 정도였다. 두산다운 야구로 한 시즌을 소화했고, 선수들이 스스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무른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정규시즌만큼은 10개 구단 중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던 두산의 2018시즌을 되돌아본다.

완벽했던 투-타 밸런스, 흠 잡을 곳이 거의 없었다

무려 5명의 선발 투수가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타선은 역대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를 기록했다. 박치국, 함덕주 등 젊은 투수들의 활약으로 불펜에 숨통이 트이는가 하면, '최소 실책 1위'다운 탄탄한 야수진은 독주의 원동력이 됐다. FA로 민병헌이 떠났고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어도 정규시즌을 치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함덕주 '경기 끝내러 왔습니다'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 9회 초 두산 투수 함덕주가 역투하고 있다.

두산 투수 함덕주 ⓒ 연합뉴스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지켰고, SK와의 선두 경쟁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몇 차례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흔들림 없이 선두 자리를 지켰다. 3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후랭코프와 더불어 성공적인 보직 전환 사례를 남긴 '3선발' 이용찬, 뒤늦게 선발진에 합류해 가능성을 보인 이영하 두 국내 선발 투수들의 호투도 힘이 됐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슬라이크의 연이은 부진에도 국내 타자들이 알아서 제 할 일을 다 했다. 무엇보다도, 다른 팀들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야수가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탄력적인 운영이 이뤄질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에 비교적 많은 선수가 차출돼 인도네시아에 다녀왔으나 두산의 정규시즌 1위 확정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지난해에는 3월에 개최된 WBC 이후의 여파가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도 쭉 이어졌고, 주전급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팀 순위도 중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소진했다. 다행히 올 시즌에는 장기간 부상으로 빠진 선수도 거의 없었고, 시즌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하면서 10월이 되기도 전에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지난해 악몽이 또다시' 두산답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 직행팀은 제도상 약 2~3주 동안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산은 구단 역사상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시즌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을 만큼 짧은 휴식기를 효과적으로 보낸 팀이었다. 올 시즌에도 푹 쉬고 나온 두산의 우세가 전망된 이유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봤더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승부를 펼치면서 5차전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로 올라온 SK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잠실에서 열린 1차전, 2차전에서 두 팀이 각각 1승씩 나눠 가졌고, 인천으로 이동한 이후에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홈런 공장을 가동한 SK가 3차전을 가져간 데에 이어 5차전에서는 두산 야수진의 허점을 노린 플레이로 값진 1승을 거뒀다.

정규시즌에는 물샐틈없는 수비를 선보였던 두산 야수진이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실수를 연발했다. 내야와 외야가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고, 승패에 영향을 줬다. 선발 투수 후랭코프의 호투와 정진호의 선제 솔로포로 경기 중반까지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던 5차전이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 김재호, 박건우 등 정규시즌 1위의 주역들이 단기전에서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불안한 수비를 이어갔다. 타선에서는 매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른 최주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타자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린드블럼, 좋았어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말 2사 1루. 두산 투수 린드블럼이 sk 김동엽을 3루수 앞 땅볼 아웃으로 처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18.11.9

두산 투수 린드블럼 ⓒ 연합뉴스

 
특히 승리까지 스트라이크 한 개만을 남겨뒀던 한국시리즈 6차전은 두산에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린드블럼이 최정에게 동점 솔로포를 헌납하면서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13회초에서 유희관이 한동민에게 결승 솔로포를 내줬다. 13회말, 두산 타자들은 묵직한 공을 내리꽂은 김광현을 공략하지 못한 채 홈에서 SK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만 했다. 

'양의지 없는' 2019년, 늘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준우승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주전 포수 양의지의 이적이다. 지난 11일 NC 다이노스와 4년간 총액 125억 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정들었던 두산을 떠나게 됐다. 팀의 전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양의지의 이탈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백업 포수 박세혁이 주전 포수로, 장승현과 이흥련이 백업 포수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 11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와의 6차전 경기. 8회말 1사 주자 1, 3루 때 두산 양의지가 1타점 외야 희생플라이를 친 뒤 더그 아웃에 들어오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두산을 떠난 양의지 ⓒ 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FA를 떠나보낸 시즌을 보면, 큰 공백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탈한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들이 바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양의지를 대체할 주전 포수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박세혁이 공-수 양면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양의지만큼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업 포수들의 성장세나 활약 여부도 중요해졌다.

양의지가 떠난 만큼 외국인 타자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두산이 선택한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삼진을 많이 당하지 않는 유형의 타자로, 기존에 있던 내야수들과 함께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체력 안배 또는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지명타자로도 기용될 수 있다. 올 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페르난데스가 한 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줘야만 한다. 페르난데스마저 실패한다면, 이전에 FA 선수들이 떠났을 때보다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외부 FA 영입은 없었으나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우완 이형범을 영입했고,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투수 배영수를 품에 안았다. 양적으로 마운드 보강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단숨에 주전 포수를 잃은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전력 보강보다 손실이 더 심했던 만큼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늘 그랬듯 아무렇지도 않게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다. 양의지가 빠진 시즌에서도 선두권을 지킬 수 있다면, 2019년의 두산은 더욱더 단단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들이 새해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서러움을 털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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