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덟 번째 팀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 이글스다. 오랫동안 암흑기에 머무르면서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 등 많은 과제가 쌓여있었던 한화는 한용덕 감독 부임 이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예년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을 뿐만 아니라 견고한 불펜을 자랑하며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매년 되풀이됐던 안방 문제도 최재훈, 지성준의 활약으로 말끔하게 해결됐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한화의 2018시즌을 돌아보려고 한다.

'ERA 리그 1위' 한화 불펜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운드에서는 단연 불펜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마무리 정우람을 필두로 송은범, 이태양, 서균, 박상원 등 경험이 많은 투수들과 젊은 투수들의 신구조화가 어우러져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13승)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국내 선발진이 부진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 1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8회초 2사 1루 이태양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이 공을 던지고 있다. 2018.6.10

한화 정우람 ⓒ 연합뉴스

 
올 시즌 한화의 역전패는 27패로, 두산(23패)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지난해 한화의 역전패가 46패로 리그 최다 1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펜의 선전이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음을 알 수 있다. 1점 차 상황에서는 33경기 20승 13패 승률 0.606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불펜의 호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단기전에서는 불펜 야구가 한계를 드러냈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기본, 강력한 국내 선발 한 명이 필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샘슨의 고군분투만으로는 한화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없었다. 최원태, 브리검, 한현희 등 확실한 선발 투수가 한화보다 많았던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힘겹게 경기를 풀어가야만 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면, 지금은 단점을 보완해야 할 때이다. 결국 선발진에서도 젊은 투수들이 활약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선발로 많은 경기에 등판했던 김재영을 포함해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은 김성훈, 박주홍 등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위력적인 투구로 눈도장을 받은 좌완 김범수도 선발진에 진입할 수 있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역전승 2위' 끈질긴 한화 야구,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

타선에서 이용규, 이성열, 정근우 등 경험이 많은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정은원, 지성준 등 팀의 미래를 책임질 야수들의 등장으로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을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구축하게 됐다.
 
한화 '쫓아 가자' 19일 오후 대전시 중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1차전. 7회말 1사 3루 한화 이성열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은 호잉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화 호잉 ⓒ 연합뉴스

 
물론 '호잉 이글스'라고 불릴 만큼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호잉이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활약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가 활약하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의 타선은 분명히 달랐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타율은 0.275로, 전체 8위였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들만 놓고 보면, 수치가 가장 낮았다.

그럼에도 한화가 시즌 초부터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전승' 때문이다. 역전패가 감소함과 동시에 뒤집는 경기도 많아졌다. 올 시즌에 기록한 77승 중에서 무려 절반이 넘는 44승이 역전승이었다. 접전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은 한화 타자들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예상 뒤집었던 2018년의 한화, 그래서 내년이 더 중요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선수단이 스스로 일궈낸 성과였다. 외국인 선수 교체 이외에는 특별한 외부 영입도 없었고, 그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제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 암흑기를 끝낸 만큼 이제부터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올 시즌이 끝나고 한화는 외국인 타자 호잉과 재계약을 체결했고, 새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트 벨 영입을 완료했다. '탈삼진왕' 샘슨과 과감히 재계약을 포기했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즌 도중에 합류한 데이비드 헤일도 떠나보냈다. 좀 더 강력하고 건강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하고 싶었던 한화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대신 외부 영입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다. FA 시장에 대어급 포수 양의지가 나왔음에도 한화가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외부 영입이 없어도 기존에 안방을 지키던 최재훈과 지성준, 두 명의 포수가 앞으로도 안방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세 명의 내부 FA 재계약의 경우 아직 나온 게 아무것도 없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중이다.

'야구만 잘 하면 된다'는 한화팬들의 바람이 마침내 이뤄진 시즌이었다. 이미 잘하기로 소문났던 팬 마케팅은 올 시즌에도 야구장 안팎에서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지난 19일에 열린 '제4회 스포츠마케팅어워드 2018'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적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한화가 내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