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2018년을 되돌아본다. 아이돌 팝으로는 오랜만에 세대를 아우른 히트곡(아이콘 '사랑을 했다')이 나왔고,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의 해외 실적은 여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장덕철, 닐로 등 일부 가수의 석연찮은 순위 상승으로 실시간 차트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솔로와 그룹, 경력의 장단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성 아티스트의 좋은 작품이 많았던 것도 특기할 점이다. 2018년의 한국 음악 시장을 정리하며 올해를 빛낸 10장의 앨범과 10곡의 노래까지 소개한다.

지구촌을 휩쓴 '방탄소년단 현상'
 
'SBS가요대전' 방탄소년단, 케이팝 그 자체 방탄소년단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가요대전' 방탄소년단, 케이팝 그 자체방탄소년단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로새겼다. 국내 단일 앨범 판매량 200만 장 돌파, 빌보드를 비롯한 각국 차트 석권, 각종 시상식 초청 및 수상, 매진 행렬의 월드 투어 등 전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도 전례를 찾기 힘든 글로벌 돌풍이다. '방탄소년단 현상(BTS Phenomenon)'이란 용어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일부 영미 언론은 이들의 행보를 두고 비틀스의 역사적 미국 상륙에 비교했다.

무엇보다, 우수한 음악을 동반한 성장이란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 5월에 발매한 정규 3집 < Love Yourself 轉 'Tear' >가 도약의 발판이 됐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을 양 축으로 한 사운드 디자인, 고감도 멜로디와 안정적인 퍼포먼스, 한층 성숙해진 노랫말이 음악 팬들을 매료했다. 국악의 요소와 트랩, EDM, 아프리칸 리듬을 근사하게 조화한 리패키지 앨범의 'IDOL'도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팀인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한 그룹이었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숀 'Way Back Home'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숀 'Way Back Home'ⓒ 멜론 홈페이지 캡쳐


'노하우 강자'와 비정상적 음원 차트

올해 우리는 전에 없던 기현상을 목격했다. 장덕철, 닐로, 숀. 대중에게 비교적 낯선 이름의 가수가 줄을 이어 실시간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들의 노래가 유명세를 탈 만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느 날 홀연히 등장해 파죽지세로 상위권에 올라오더니 보란 듯이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이 주로 장악하는 새벽 시간대에 갑자기 1위로 올라서는 모양새가 의심을 샀다. 이전의 '역주행 신화'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었고 음원 사재기, 차트 조작이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해당 가수들의 입장은 달랐다. 그저 조금의 '노하우'를 동원했을 뿐, 순전히 대중이 선택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여기서 '노하우'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의 바이럴 마케팅을 뜻한다. 스마트폰 세대를 타깃으로 한 조직적인 홍보 전략이 먹혔다는 얘기다.

이들의 호소는 공감을 얻지 못했고, 일부 전문가는 정황상 조작이 의심된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사에 착수했으며, 내년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정행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노하우만으로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차트를 정상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선미

선미ⓒ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차트 안팎에서 맹활약한 여성 가수들

올해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특별했다. 선미는 지난해 '가시나'에 이어 '주인공', '사이렌'으로 '댄싱 퀸'의 입지를 공고히 했고, 청하와 헤이즈는 각각 댄스 팝과 힙합, 알앤비의 차세대 주자임을 증명했다. 트와이스와 블랙핑크, 레드벨벳부터 마마무, 여자친구, 에이핑크, AOA, 신예 아이즈원까지 각기 다른 특성을 앞세운 팀들의 히트도 이어졌다. 볼빨간 사춘기와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유 또한 고유의 색깔로 대중과 호흡했다.

차트 밖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준 이들도 있다. 5년 만에 8집 < soony eight: 소길花 >로 돌아온 장필순과 연초의 미니 앨범에 이어 하반기에 9집 < WOMAN >을 발표한 보아는 각 장르의 베테랑으로서 완성도 높은 음반으로 모범을 보였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위로를 건네는 강아솔의 < 사랑의 시절 >, 매혹적으로 사랑의 장면들을 노래한 김사월의 < 로맨스 >, 일렉트로닉과 알앤비, 팝의 즐거운 어울림을 풀어낸 수민의 < Your Home >, 전자음악의 다채로운 변주를 구사한 예서의 < Damn Rules >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민 < Your Home >

수민 < Your Home >ⓒ SUMIN

  
앨범의 가치를 웅변한 음반들

올해도 웰 메이드 음반은 적지 않았다. 케이팝 분야에서는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轉 'Tear' >)과 보아(< WOMAN >)가 두각을 드러냈고, 메인스트림에서 작곡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던 수민은 장르를 넘나드는 1집 < Your Home >으로 독창성을 뽐냈다. 섬세한 언어와 목소리로 갖은 '사랑의 시절'을 포착한 강아솔(< 사랑의 시절 >), 독보적 가창과 풍부한 사운드로 알앤비, 솔(Soul)의 멋과 맛을 알린 나얼(< Sound Doctrine >)의 작품도 상당했다.

록의 명맥을 이어간 작품도 있다. 각기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던 4명의 뮤지션이 팀을 이뤄 록의 원초적 쾌감을 선사한 에이치얼랏의 < H a lot >, 드러머 김간지와 블루스 기타리스트 하헌진이 역동적 콤비 플레이를 펼친 < 세상에 바라는 게 없네 >, 영미의 인디 록 계보를 낭만적으로 재구성한 세이수미의 < Where We Were Together >가 그렇다. 새 시대의 록이 된 힙합에서는 김심야와 손대현의 < Moonshine >과 엑스엑스엑스(XXX)의 < LANGUAGE >가 돋보였다. 대상이 분명한 적대감과 분노, 탄탄한 래핑과 음악의 토대가 합을 이룬 앨범이었다.
 
 마미손 '소년점프'

마미손 '소년점프'ⓒ Beautiful Noise


곡 단위의 즐거움을 안긴 노래들

어떤 노래들은 남다른 매력으로 반복 재생을 유도했다. 지난해 끝자락에 앨범을 낸 엄정화는 서글픈 선율과 복고풍 사운드의 'Ending Credit'으로 건재를 천명했고, 선미는 자작곡 '사이렌'을 통해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재즈의 터치를 가미한 헤이즈의 'Jenga', 전자음의 감각적 세공이 탁월했던 예서의 'Honey, Don't Kill My Vibe', 변함없는 개성에 여유를 더해 깊어진 김사월의 '로맨스'도 뛰어났다. 잔인할 만큼 냉정한 이별의 순간을 자신만의 음률과 노랫말로 기록한 선우정아의 '남' 또한 훌륭했다.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으로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가 압도적이었다. 정교한 프로덕션, 중독성 강한 프레이즈, 멤버들의 가창과 랩이 두루 준수했다. JYP 소속의 밴드 데이식스는 뉴웨이브풍 사운드와 귀에 감기는 멜로디로 무장한 '행복했던 날들이었다'로, 이번 5집 < mono >를 끝으로 해산한다고 밝힌 장기하와 얼굴들은 팀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건 니 생각이고'로 레트로 음향의 재미를 들려줬다.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친 이단아 마미손의 '소년점프'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캐릭터와 함께 단숨에 올해 한국 힙합 최대의 문제작으로 등극했다.

내 마음대로 뽑아본 올해의 앨범(10장, 가나다 순)

강아솔 <사랑의 시절>
김간지x하헌진 <세상에 바라는 게 없네>
김심야와 손대현 < Moonshine >
나얼 < Sound Doctrine >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轉 'Tear' >
보아 < WOMAN >
세이수미 < Where We Were Together >
수민 < Your Home >
에이치얼랏 < H a lot >
엑스엑스엑스(XXX) < LANGUAGE >

내 마음대로 뽑아본 올해의 노래(10곡, 가나다 순)
김사월 '로맨스'
데이식스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마미손 '소년점프'(feat. 배기성)
블랙핑크 '뚜두뚜두'
선미 '사이렌'
선우정아 '남'
엄정화 'Ending Credit'
예서 'Honey, Don't Kill My Vibe'
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헤이즈 'Jenga'(feat. 개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민재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minjaeju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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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필자 | http://brunch.co.kr/@minj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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