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영화', '올해의 음악' 등을 결산하기에 여념이 없다.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를 반추하다 보면, 그와 얽힌 여러 기억이 함께 되살아난다. 음악은 올해도 많은 곳에서 우리와 함께했다. 출퇴근길의 지하철에 함께 했고, 조별 과제와 씨름하는 대학생의 밤을 함께 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즐겨 들었던 다섯 장의 앨범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이 목록은 매우 주관적이다.
 
 The 1975의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

The 1975의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The 1975 -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

영국 밴드 The 1975의 세 번째 앨범이 발표되자, 비평가들은 일제히 이 앨범 앞에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나는 이 밴드에 대해 상대적으로 시큰둥했지만, 이 앨범을 듣고 The 1975의 팬이 되었다. The 1975의 프론트맨 매튜 힐리는 '팝과 록을 구분짓는 것은 따분하다'고 여기는 뮤지션이다(그는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을 사랑하는 록 뮤지션이다).

그의 철학처럼, 이 앨범은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의 장이 되었다. 얼터너티브 록, 일렉트로니카, 재즈, 소울, 알앤비, 심지어 오아시스 풍의 브릿팝까지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 가사와의 조합도 좋다. 사회의 병리학적 현상들을 주목한 'Love If We Made It', 발랄한 멜로디 위에서 우울과 마약 중독을 노래 'It's Not Living(If' It's No With You) 등이 인상적인 15곡으로 가득하다. <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 >는 21세기 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 Egypt Station >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 Egypt Station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 < Egypt Station >

이제 폴 매카트니는 대중음악의 성역이 된 인물이다. 비틀스(The Beatles)와 윙스(Wings), 그리고 솔로 활동에 이르기까지. 폴 매카트니가 쌓아온 역사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 매카트니는 과거의 실적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니다. 지난 9월 그렉 커스틴의 손을 잡고 만든 앨범 < Egypt Station >은 폴 매카트니가 여전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쓸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한 해외 매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1950년대에 곡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 60년 후에도 멋진 곡을 쓰고 있는 것이다. 비틀스나 윙스 시절 쓰던 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도록 선명하다. 'Come On To Me'의 경쾌함, 'I Don't Know'의 아련한 멜로디를 내한 공연에서 만나고 싶다.
 
 자넬 모네(Janell Monae)의 < Dirty Computer >

자넬 모네(Janell Monae)의 < Dirty Computer > ⓒ 워너뮤직코리아


자넬 모네(Janell Monae) - < Dirty Computer >

페미니즘, 성소수자 등의 의제는 현대 사회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알앤비 뮤지션 자넬 모네는 매우 인상적인 행보를 걸어온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스스로 '범성애자'임을 고백했으며, 부지런히 사회적 운동에 참여했다. 흑인음악 시상식인 BET 뮤직 어워드에서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문라이트>, <히든 피겨스> 등 잇단 영화 출연 역시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자넬 모네의 앨범 < Dirty Computer > 역시 세상에 대해 그녀가 던지는 멋진 선언이다. 프린스(Prince)를 연상시키는 펑키한 리듬 위에서, 그녀는 맨스플레인을 비웃고('Django Jane') 성소수자의 사랑을 그려내고,('Make Me Feel') 여성으로서의 자긍심('Pynks'을 노래한다. 이것이 바로 'Black Girl Magic'!
 
 스웨이드의 < The Blue Hour >

스웨이드의 < The Blue Hour > ⓒ 워너뮤직코리아

  
스웨이드(Suede) - < The Blue Hour >

브릿팝이 영국 음악계를 호령할 때, 스웨이드는 오아시스나 블러와는 다른 영역을 구축했다. 유독 우울한 멜로디,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 금기를 노래하는 가사 등은 이들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몇 차례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그 결과는 재결성과 함께 발표한 6집 < Bloodsports >(2013) 이후,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멜랑꼴리한 멜로디와 찰랑거리는 일렉 기타 사운드 등은 여전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하지만 브렛 앤더슨의 비음 역시 건재하다. < The Blue Hour >는 이들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주었다.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소리의 부피를 키웠고, 가사의 주제 역시 과거와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앨범 후반부에는 'Life Is Golden'처럼 듣는 이의 눈물을 자아내는 순간도 있다. 뻔할 듯 뻔해지지 않는, 멋진 베테랑 밴드다.
  
 < 블랙 팬서 : 더 앨범 >

< 블랙 팬서 : 더 앨범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블랙 팬서 더 앨범 (Black Panther The Album Music From And Inspired By)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블랙팬서>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많았지만, 철저히 흑인 중심의 서사로 진행된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영화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음악이었다.

이 사운드 트랙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젊은 전설' 켄드릭 라마다.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에서 거의 모든 트랙에 참여했는데,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그를 낙점한 이유로 '우리 영화가 가고자 하는 예술적 방향'과 맞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켄드릭 라마만 있는 것도 아니다. 켄드릭 라마와 함께 영화의 엔딩곡 'All The Stars'를 함께 부른 시저(SZA), 얼마 전 내한한 위켄드(The Weeknd), 제이 록(Jay Rock), 조자 스미스(Jorja Smith), 앤더슨 팩(Anderson Paak),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등 흑인음악계의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며, 앨범의 질과 양을 채웠다. '블랙팬서'와 '킬몽거'를 기억한다면, 이 앨범 역시 기억하시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