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지난 한 해 동안 수없이 많은 음반, 노래들이 세상에 나와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또 무관심 속에 잊혀지기도 했다. 아래 소개하는 작품들은 걸작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흘려 버리기엔 아까운 내용물이라는 공통점을 지녔기에 2018년을 결산하는 의미로 정리해봤다. (순서는 관계 없음)

2018년 인상적인 음반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轉 'Tear' >
방탄소년단 < LOVE YOURSELF 結 'Answer' >

 
 2018년을 뜨겁게 달군 방탄소년단의 < Love Yourself > 시리즈 표지

2018년을 뜨겁게 달군 방탄소년단의 < Love Yourself > 시리즈 표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올해 내놓은 방탄소년단의 두 앨범은 우열을 가누기 힘들만큼 양질의 내용물을 담아 국내외 'BTS 열풍'을 이끌어냈다. 방대하면서 극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연작 음반들을 거치며 방탄소년단은 예상을 넘는 성과와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가장 좋았던 앨범을 물었더니 < Tear >를 선택한 모 일간지 가요 담당 12년 차 A 기자는 "K팝 함부로 차지마라. BTS가 뼛속 깊이 알려준 신세계"라고 이 음반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규탁 음악평론가(조지메이슨대 교수) 역시 < Tear >에 대해 "방탄소년단은 역사를 썼다. 더 넓은 대중 속으로 팬층이 확장되고 의미 있는 숫자의 코어 팬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즉, 상반된 대상을 모두 공략하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칭찬했다.

윤석철  < Sugar Planet >

윤석철은 일반 대중보단 음악인이나 재즈 마니아에게 먼저 인정받은 재즈 연주가다. 그는 어쿠스틱 피아노와 일렉트릭 키보드를 연주하고, 솔로활동 외 '윤석철 트리오'로 그룹 활동을 겸비하기도 했다. 또한 자이언티, 권진아, 샘김 등 동료들의 앨범에 편곡이나 연주자로 참여하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도 전시회 OST로 꾸며진 < Alice into the Rabbit Hole >과 < Sugar Planet >을 발표하고 트리오 이름으로 < 4월의 D플랫 > 앨범을 내놓는 등 그는 자신의 작업물에도 소흘함이 없었다. < Sugar Planet >은 다채로운 음향 효과를 배경삼아 자유분방하게 뛰노는 키보드 연주가 일품인 작품이었다.

레드벨벳 < RBB >
 
'SBS가요대전' 레드벨벳, 수수함과 섹시미 레드벨벳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가요대전' 레드벨벳, 수수함과 섹시미레드벨벳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 2018 SBS 가요대전 >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올해도 레드벨벳은 음반 발표와 해외 공연 등 각종 활동을 쉼없이 이어갔다. 가장 최신작인 < RBB >는 예상대로 호불호가 엇갈린 앨범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변화무쌍한 이들의 특징을 드러내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5명 멤버들의 합은 데뷔 5년 차를 맞아 더욱 견고해졌고 어떤 곡을 받더라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원숙미까지 더했다. 지난 4월 남측예술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방북해 '봄이 온다'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규탁 평론가는 "지난해 '빨간맛'을 통해 확보한 대중성을 공고히 했던 한 해였다. 이제는 북한까지 이름을 알린 레드벨벳의 야심작"이라고 언급했다.

이진아 < 진아식당 Full Course >

SBS < K팝스타 > 출신으로 안테나뮤직 소속 음악인 중 가장 독특한 목소리와 음악을 들려주는 이진아의 야심작이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진아식당>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팝, R&B, 재즈, EDM 등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그녀만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기존 발표된 곡들인 '배불러', 'Random'과 신곡 'Run'을 거치면서 이진아라는 그릇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크기를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성 결핍이라는 취약성은 분명 있지만 이에 대한 타협 없이 아티스트의 특징을 우직하게 밀어붙인 제작자 유희열의 뚝심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장기하와 얼굴들 < Mono >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은 없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은 없습니다!'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이정민

 
10년 만에 해체를 선언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음반. 1950~60년대 음반에서나 들을 수 있는 '모노' 믹스로 소리를 담은 건 장기하다운 발상이었고 밴드 특유의 익살과 경쾌한 리듬, 복고적인 사운드 구성은 여전히 변함 없었다. 이처럼 유쾌한 작별인사를 담아낸 한국 가요 음반은 전무후무했다. 흔히 "박수칠 때 떠나라"곤 하지만 이들처럼 깔끔하게 밴드 활동의 끝을 매듭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타 그룹의 불화 및 결별과 맞물려 이들의 해산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인상적인 노래(싱글)들

아이콘 '사랑을 했다'
 
'멜론' 아이콘, 초통령입니다! 보이그룹 아이콘이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 뮤직 어워즈 2018>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멜론' 아이콘, 초통령입니다!보이그룹 아이콘이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 뮤직 어워즈 2018>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최근 발표된 2018년 가온 차트 연말 결산 최고 인기곡은 예상대로 '사랑을 했다'였다. '강남스타일'(싸이), '빠빠빠'(크레용팝) 이래로 미취학 어린이 및 초등학생들이 동요처럼 따라 부른 곡의 등장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쉽고 또렷한 인상을 지닌 노래의 등장은 요즘 들어 복잡한 구성의 작품이 넘쳐나는 아이돌 음악계에 멜로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딘 '인스타그램' (2017년 12월)

지난해 12월 26일 발표된 곡이지만 올 상반기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SNS가 넘쳐나는 시대를 겪는 본인 및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낸 가사가 공감을 자아냈다. A기자는 "물기 없는 목소리와 기타 연주 속 홍수가 난 감성의 아이러니"라는 표현으로 '인스타그램'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고 다수의 해외 매체 역시 올해의 노래 중 하나로 이곡을 손꼽았다. 우울한 분위기의 목소리는 제목 그대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감성을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오마이걸 '비밀정원'
 
 지난 1월 발표한 '비밀정원'으로 주목받은 오마이걸

지난 1월 발표한 '비밀정원'으로 주목받은 오마이걸ⓒ WM엔터테인먼트

 
작사가 서지음이 만든, 누구나 가슴 속에 담아둔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노랫말이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공감을 자아냈다. 이 곡의 성공은 데뷔 이래 북유럽 스타일의 고풍스런 음악 위주로 한 길만 걸어온 오마이걸의 음악이 뒤늦게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비록 당혹스런 내용물의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5월)로 헛발질(?)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발표한 '불꽃놀이'(9월)로 다시 전열을 재정비했다.

몬스타엑스 'Shoot Out'

몬스타엑스는 데뷔 이래 4년간 몬스타엑스는 빠르진 않지만 한걸음씩 전진해왔다.  지난 11월 발표된 ' Shoot Out'은 요즘 들어서 보기 드물게 폭발력 있는 안무와 무대 구성으로 주목 받은 곡이다. 2PM 이후 명맥이 끊어진 짐승돌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한편 한일 합작 그룹 아이즈원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아이즈원을 보려고 기다리던 일본 음악 팬들에게 '와카와카 센빠이'(도입부 가사 속 "Walker Walker"에 "선배"의 일본식 발음을 더한 것)라는 애칭으로 눈도장을 받은 건 예상밖 성과이기도 하다.

마미손 '소년점프'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마미손의 '소년점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Beautiful Noise

 
올해 Mnet <쇼미더머니 777>의 우승자는 나플라였지만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진짜 승자는 '복면래퍼' 마미손이었다. 대중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지만 무언의 약속처럼 모두들 입을 다물 뿐이다. 왕년의 인기기수 배기성(캔)을 섭외해 만든 '소년점프'는 B급 감성의 유머로 대중들을 즐겁게 해줬고 "한국 힙합 망해라", "계획대로 되고 있어" 등의 문구는 인터넷 상에서도 많이 언급될 만큼 예상 밖 파급력을 보여줬다. 당초 유튜브로만 공개했지만 뒤늦게 음원으로도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 맘대로 뽑아본 2018년 부문별 음악+음악인

올해의 OST 및 대기만성 - '모든 날 모든 순간'  (폴킴)
지난 2월부터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주연배우 김선아, 감우성 등의 호연에 힘입어 오랜만에 30-40대 이상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폴킴이 부른 '모든 날 모든 순간'은 음악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면서 드라마 이상의 인기를 얻었다. 요령 피우지 않고 착실히 본인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온 싱어송라이터의 뒤늦은 성공이라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올해의 사장님(Executive Producer) -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탄소년단의 승승장구 및 넷마블과 CJ 등으로부터 잇단 대규모 투자 유치도 성사시키면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이후 선보일 예정인 신인팀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올해의 휘파람 연주 - 민니 ((여자)아이들)
(여자)아이들의 성공을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각종 시상식 신인상을 휩쓸며 2018년 손꼽히는 유망주로 대접받기에 이른다. 데뷔곡 'Latata'에 이어 주목받은 '한'은 인트로에 사용된 휘파람 소리도 곡의 인기에 한 몫을 담당했다. 인위적으로 만든게 아닌, 실제 휘파람을 연주한 이는 놀랍게도 태국인 멤버 민니다. 각종 프로그램 가상 악기가 범람하는 시대에 가장 인간적인 소리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올해의 헌정(Tribute) - <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
지난 30년간 한국 록 음악의 대들보 노릇을 해준 봄여름가을겨울의 헌정 기획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좀 특별하다. 떠들썩하게 축하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멤버 전태관의 암투병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데뷔 30주년을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도현, 혁오, 데이식스, 어반자카파, 윤종신, 김현철, 배우 황정민 등 세대를 초월한 동료 선후배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들은 그런 점에서 더 큰 울림을 준다. 전태관의 쾌유를 기원한다.

올해의 음악 예능 - Mnet <고등래퍼2>
"형만한 아우는 없다"라지만 <고등래퍼> 만큼은 달랐다. 올해로 두번째 시즌을 맞으며 우승자 김하온를 비롯한 이병재, 이로운 등은 기존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성인 래퍼들 이상의 화제와 능력, 인기몰이를 하면서 유망주 발굴이라는 결과물도 만들어냈다. 앞선 시즌 대비 각종 잡음이 줄어 든 것 역시 프로그램의 성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올해의 헤어 스타일 - 조빈(노라조)의 "사이다 머리"
'슈퍼맨', '카래', '고등어' 등 코믹한 가사의 노래로 사랑받은 노라조의 멤버 조빈은 올해 신곡 '사이다' 활동을 하면서 초록색 스프레이와 각종 캔, 페트병으로 치장한 헤어스타일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MBC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등 각종 방송 등을 통해 조빈의 진심이 뒤늦게나마 대중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한편으론 "튀지 않으면 끝이다"라는 절박함마저 느껴지는 음악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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