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포스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좀비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 여자 배우가 연기를 못하자 감독은 화를 낸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 갑작스레 진짜 '좀비'가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대사는 어색하게 이어지고 연기도 어설프기만 하다. 배우가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카메라에 묻은 피를 닦는 손까지 보인다. 급기야 감독은 카메라를 향해 갑자기 말을 건다. 이쯤 되면 관객이 (극중 대사를 빌리자면)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죠?"라고 묻고 싶은 지경이 된다. 그러나 감독은 외친다. "촬영은 계속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영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좀비'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좀비 작품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68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그늘에 머물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좀비 영화 <레지던트 이블> < 28일 후 > <새벽의 저주> <월드워 Z> <부산행>을 보아도 제작 규모나 좀비의 속도에서 차이를 보여줄 뿐, 조지 로메로가 구축한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그러나 좀비를 소재로 삼은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다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가장 웃긴, 그리고 최고로 독창적인 좀비 영화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다. 미국 잡지 <버라이어티>의 평자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획기적인 호러 코미디는 좀비 영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이런 수식어를 믿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고른 관객의 상당수는 도입부를 보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엉성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걸작이라고?"란 의문을 품을 만하다. 형편없는 완성도니까 말이다. 단, 그런 평가는 영화 속 영화를 보여주는 37분까지만 유효하다. 러닝 타임 95분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부터 시작한다. 당연히 영화를 멈추면 안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원 컷 오브 더 데드'라는 이름의 좀비 영화를 보여주는 1부부터, 좀비 채널에서 개국 기념으로 원 커트, 원 테이크, 생방송을 목표로 한 '원 컷 오브 더 데드'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2부, '원 컷 오브 더 데드'를 촬영하는 현장을 담은 3부로 이루어졌다. 이런 영화 속 영화라는 구조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각본, 편집, 연출을 맡은 우에디 신이치로 감독은 2013년 어느 소극단의 무대를 보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착상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전반은 살인 서스펜스 스릴러, 후반은 무대 뒤에서 앞의 공연을 완성시키기 휘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그린 이중구조의 작품이었죠. 전반이 굉장히 B급스러워서 이게 뭐지 싶었고, 실제로 나갈까 고민도 했었고요. 그런데 후반의 코믹한 모습들에 반해 이런 마음이 녹아버리는 것을 보고 굉장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1, 2, 3부는 각각의 매력과 의미를 지닌다. 1부는 B급 좀비물의 재미로 가득하다. 2부는 한 달 전으로 가서 스페셜 드라마를 만들게 된 배경과 준비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엔 일본 드라마나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엔 작품보다 이미지를 생각하는 아이돌, 연출가의 영역에 개입하는 배우, 완성도에 신경 쓰지 않는 제작자 등이 나온다. 극 중 감독 히라구시(하마츠 타카유키 분)는 '빠르고 싸고 퀄리티는 그럭저럭'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활동한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곧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처한 위기를 의미한다.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정치, 사회적인 은유를 담았다면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일본 영화계,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 날카로운 논평을 던진다.

3부는 영화를 찍는 현장을 그린다.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예상한 촬영 현장은 변수가 쏟아지며 혼돈으로 치닫는다. 난관에 부닥친 스태프들은 감독에게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히라구시 감독은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하나씩 위기를 극복한다.

그런 영화의 완성 과정에서 제목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의미는 달라진다. 영화 속 '원컷 원테이크 생방송' 설정과 '그냥 만들라'는 일본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지나 '꿈과 열정을 다해 작품을 만들겠다'는 창작의 의지로 변한다. 더불어 처음 보았던 '원 컷 오브 더 데드'와 처음 들리던 "오케이, 컷!"은 마지막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영화 속 영화' 또는 '영화 제작 현장'을 다룬 영화는 많다. 외국 작품으론 <아메리카의 밤> < 8과 1/2 > <에드 우드> <플레이어> <망각의 삶> 등이 유명하고 우리나라 영화는 <여배우들> <아티스트 봉만대>가 있다. 많은 작품 가운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라디오 드라마를 다룬 소동극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무척 닮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마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다르게 변형한 느낌이다. 한편으론 <지옥이 뭐가 나빠>도 연상케 한다. 영화를 뜨겁게 사랑하는 모습에서 그렇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어려움을 이기고 '원 컷 오브 더 데드'를 완성해내는 순간에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레이더스!: 사상 최고의 팬 필름>이다. <레이더스!: 사상 최고의 팬 필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이더스>를 보고 감동을 한 소년 3명이 모든 장면을 재현하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세 사람은 다른 장면은 모두 찍었지만, 비행기 폭파 장면은 자본과 기술 문제로 포기한다. 그들은 처음 찍은 순간부터 35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영화를 완성한다. 소년에서 중년으로 변한 세 친구가 비행기 폭파 장면을 찍는 모습은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마지막도 벅찬 울림을 전한다. 영화가 주는 웃음에 즐겁던 관객은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무사히 완성하라고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 졌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것은 지금껏 어떤 좀비 영화도 주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다.

내게 2018년 최고의 영화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다. 누군가 힘들 때 이 영화를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같이 나누고픈 '행복 바이러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말한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굴러가세요." 우리의 인생 역시 히라구시 감독과 작품 '원 컷 오브 더 데드'처럼 두려움을 만나고 실패를 겪더라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 인생은 계속 된다. 그러니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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