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2018년 가요계는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200 음반 순위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기세와 더불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한 해외 시장 진출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음원 순위를 둘러싼 각종 잡음을 비롯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심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2018년 우리 가요계의 흐름을 정리해봤다.

빌보드부터 K팝 시상식까지 모두 휩쓴 방탄소년단
 
빌보드 TOP 200 순위 2연속 1위 등극. 과거 7080 팝송 세대들에겐 그저 꿈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여겨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한국 가수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방탄소년단(BTS)였다. 무려 두 차례나 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증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을 도는 월드 투어 역시 성황리에 마치는 등 'BTS 열풍'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9월에는 UN 총회 연설자로 초청 받아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며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구성된 연작 음반을 만들면서 10~20대 청춘들의 현실을 노래에 담았다. 이는 기존 가요 시장에선 보기 드물었던 모습이었기에 더 많은 팬들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연말 열리는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의 주인공은 당연히 방탄소년단의 몫이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결코 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올해 일찌감치 마무리된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계기로 향후 안정적인 활동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상태다. 그러니 방탄소년단의 전성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음원차트를 둘러싼 논란, '새벽 시간 프리징' 도입해봐도...
 
 지난 4월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서는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의 한 장면. 이날 방송에서는 닐로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멜론 측은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SBS

 
국내 음원차트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다. 1위를 차지한 곡이 음악 팬들의 환영은 커녕, 비난을 받는 특이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4월 닐로, 7월 숀 등 생소한 음악인들의 곡이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실시간 순위 1위에 오르면서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SNS 혹은 바이럴 마케팅의 덕분이라는 해당 가수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요 팬들은 이들의 순위 급상승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아이돌 못지않은 대형 팬덤이 있어야만 가능한, 새벽 시간에 주로 순위 급상승을 하는 모양새가 의심스럽다는 게 가요 팬들의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선 뒤늦게 음원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권이 전혀 없는 행정기관이라는 한계에 막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몇몇 인기 가수의 이른바 차트 '줄세우기' 현상 역시 여전했다. 새벽 시간은 대부분 대형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과 수록곡이 차트를 장악했다. 이를 막기 위한 새벽 시간대 '실시간 순위 프리징'이라는 운영 방식이 등장했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대형 소속사들의 합종연횡, 수직계열화 심해져
  
 CJ ENM의 음악채널 Mnet이 만든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CJ ENM의 음악채널 Mnet이 만든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CJ ENM

 
올해 가요계에서는 자본의 힘이 더욱 위력을 발휘한 한 해였다. 카카오(구 로엔), CJ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은 음원 사이트, 배급사, 연예기획사, 방송 등 음악 관련 자회사들을 수직계열화 하면서 더욱 덩치를 키워 나갔다.

CJENM의 케이블 채널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과 아이즈원을 흥행 성공시켰다. 이와 반대로 중소 규모 기획사에서 데뷔한 신인들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SM YG JYP 등 소수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방송국들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인력을 송출해주는 업체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형 자본에 맞선 또 다른 거대 자본들의 합종연횡도 이어졌다. SK텔레콤과 SM, JYP, 빅히트 등 대형 소속사들이 손을 잡고 음원 배급을 일원화 했다. 최근에는 기존 '뮤직메이트'를 개편한 새 음원 서비스 '플로'를 선보이면서 음원 시장 최강자인 멜론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YG는 네이버로부터 1000억 원 투자를 받고 네이버의 신규 음원 서비스 '바이브(Vibe)' 서비스 운영을 맡는 방식으로 나름의 행보를 이어 갔다. 

음악 업계 B2B 및 음원 사이트 시장에서 카카오, CJ, SKT 등 대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AI 신기술 적용 등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변화의 조짐도 엿보였다. 반면 대형 업체들이 유통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이들의 흐름에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 배급사 및 영세 기획사들로선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입지 속에 힘겨운 시장 경쟁을 펼쳐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다.

다인원 아이돌 인기 여전했지만... 솔로 강세 눈길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유. 올해엔 연기자 활동에 주력하면서 하반기에 싱글 'BBIBBI'만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유. 올해엔 연기자 활동에 주력하면서 하반기에 싱글 'BBIBBI'만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카카오M

 
수년째 이어지는 다인원 아이돌 그룹의 인기 몰이는 올해도 여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솔로 가수 혹은 그룹 멤버의 솔로 활동 역시 이에 못지않은 힘을 과시했다.

아이유, 선미, 헤이즈, 청하 등은 "여자 솔로가수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가요계 선입견을 완전히 깨트렸다. 임창정, 김동률, 나얼, 로이킴, 폴킴, 양다일 등 신구세대 남자가수들의 작품 역시 대중의 환영을 받았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조용필의 전국 투어 콘서트, 후배 음악인들과 손잡고 작품을 발표한 이문세, 봄여름가을겨울 등 중견가수들은 한창 어린 후배들의 귀감이 될 만한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Solo'를 발표한 제니(블랙핑크)를 비롯해서 승리(빅뱅), 송민호(위너) 등 기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솔로 활동도 눈여겨볼 만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요 시상식, 권위는 어디에?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 뮤직어워드의 한 장면.
(홈페이지 캡처)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 뮤직어워드의 한 장면.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M

 
최근 들어 각종 가요 시상식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만 하더라도 지상파 3사,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 정도에 불과했지만 방송사 연말 시상제도가 사라진 요즘엔 이보다 훨씬 많은 10여 개가량의 상들이 등장해 그해 가요계를 빛낸 가수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 많은 시상식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대상마저 1개가 아니라 3개 이상 부문으로 나누어 수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개별 부문은 수십여 개 이상 넘쳐나고 공동 수상도 빈번해지면서 갈수록 상의 변별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행사 참석자 위주로 트로피를 주다보니 가요상이 아니라 마치 참가상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돈벌이에 눈 먼 일부 주최 측은 노골적인 유료 투표제를 실시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매년 원칙없이 후보 및 수상자 선정 기준을 자주 바꿔 일각에선 특정 가수나 기획사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한다. 수십년 넘게 너도나도 '한국의 그래미상'을 표방하며 각종 상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이름에 걸맞는 권위를 갖춘 곳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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