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상파 및 케이블 예능은 각기 치열한 경쟁 속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유튜브로 대표되는 '인터넷 방송'은 어느새 기존 TV 방송을 위협하는 존재로 우뚝 올라섰다. 기존의 방송 플랫폼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폐지되고, 각종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던 2018년 예능계의 흐름을 되짚어 봤다.

이영자, 박나래, 김숙, 송은이... 여풍 강세
   
'전지적 참견 시점' 송은이, 이영자와 같이해 영광 방송인 이영자와 송은이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연예인들의 최측근인 매니저의 고충을 제보 받아 스타도 몰랐던 은밀한 일상을 관찰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참견 군단들의 검증과 참견을 거쳐 스타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본격 참견 예능 프로그램이다. 10일 토요일 오후 11시 15분 첫 방송.

지난 3월 열린 MBC <전지적 참견시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영자, 송은이. 두 사람은 올 한해 예능계 여풍을 주도한 일등공신들이기도 하다.ⓒ 이정민

 
올해 예능계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 예능인들의 기세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는 점이다. 관록의 이영자는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으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박나래, 김숙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쉴새 없이 웃음을 만들어 냈다.

직접 '비보TV'라는 회사를 설립해 <영수증> <밥블레스유>를 제작하고 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한 송은이는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뽐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개그우먼들은 스스로의 노력, 인내를 기반으로 새롭게 트렌드를 이끌었다.

연말 지상파 예능을 총결산하는 3사 연예대상에서 이영자, 박나래 등 여성 예능인들이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한혜진, 장윤주(모델), 전소민(배우), 장도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지상파 및 케이블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알쓸신잡3> 김진애 박사처럼 지식인 중심의 프로그램에서도 점차 여성 출연자들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가는 등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간 '뷰티' '패션' 등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던 여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도 점차 <밥블레스유>부터 <거리의 밥상> <주말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기획으로 확산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드러냈다.

1인자 중심 예능에서 탈피... 새로운 변화 시도?
 
 SBS <미운우리새끼>. 지난 수년간 이어진 관찰 예능의 인기는 2018년에도 여전했다. 과거 1인자 중심 방송에서 탈피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수평 구조로 다루면서 TV 예능의 대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SBS <미운우리새끼>. 지난 수년간 이어진 관찰 예능의 인기는 2018년에도 여전했다. 과거 1인자 중심 방송에서 탈피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수평 구조로 다루면서 TV 예능의 대표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SBS

 
최근 몇년 사이 이뤄진 관찰 예능의 보편화는 과거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1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예능 프로그램의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MBC <나 혼자 산다> SBS <미운우리새끼>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인물들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과거 삼각형 수직 구도를 이루던 인적 구성은 어느덧 수평적인 구조에 가깝게 변모했다. 어느 특정 한 사람에게만 시선이 몰리는 것이 아닌, 방영 회차에 따라 각기 다른 인물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방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제작 흐름에선 인상적인 변화의 시도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각종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의 신규 예능 상당수도 기본 틀은 관찰 예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 혼자 산다>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 2> 등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속에 <전지적 참견 시점>도 대세에 합류했다.

반면 인터넷 방송(유튜브)의 기법을 활용한 SBS <가로채널> JTBC <랜선라이프> < 날 보러와요> 등 신규 예능들이 쏟아졌지만 시청자들의 주목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해 보였다.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꿀잼퀴즈방> XtvN <헐퀴> 등 퀴즈 예능이 우후죽순 신설됐지만 아직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지상파의 힘 갈수록 약해져... 인력 유출 탓일까
 
 지난 5월 열린 MBC <뜻밖의 Q>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수근, 전현무. <무한도전> 후속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일찌감치 종영되고 말았다.

지난 5월 열린 MBC <뜻밖의 Q>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수근, 전현무. <무한도전> 후속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일찌감치 종영되고 말았다.ⓒ MBC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지상파 예능이 힘겨운 도전에 직면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장기간의 파업을 겪으며 한동안 예능 공백기를 겪었던 KBS, MBC가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규 예능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는 <전지적 참견시점>이 체면을 세워주긴 했지만 토요일 황금 시간대를 책임졌던 <무한도전>이 종영한 후 등장했던 <뜻밖의 Q> <언더나인틴>은 민망한 수준의 화제성, 시청률로 체면을 구겼다. <진짜사나이 300>의 귀환은 고육지책처럼 보일 지경이다.

상대적으로 SBS는 <집사부일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안정적인 출발과 함께 기존 작품들의 인기 유지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KBS의 사정은 좀 심각하다. 새 시즌에 돌입한 <해피투게더4>은 여전히 고전 중이며 <하룻밤만 재워줘>(종영) <볼빨간 당신> <옥탑방의 문제아들>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 <잠시만 빌리지> <삼청동 외할머니> 등 평일 예능은 대부분 1%대의 미미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어디서 본 것 같은 '타 방송사 예능 닮은 꼴'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상파 방송국 주요 PD들의 케이블 및 종편 이적이 빈번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한 인력 공백이 결과적으로 지상파 예능의 기획력 부재로 연결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케이블, 종편 예능의 반격... 풍성했던 tvN, 화제몰이 JTBC
   
'알쓸신잡3' 나영석, 신비한 잡학피디 나영석 PD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3)>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알쓸신잡3>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이 국내와 해외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지식을 대방출하며 분야를 넘나드는 수다를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21일 금요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

나영석 PD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이정민


tvN, Mnet 등 'CJ ENM'표 케이블 예능은 상대적으로 풍성한 시기를 맞이했다. 사진 무단 도용 등 잡음도 있긴 했지만 tvN의 간판 예능 <알쓸신잡3>이나 새 멤버 블락비 피오를 합류시킨 <신서유기5,6>는 여전히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시즌제를 적극 활용하면서 <대탈출> <유퀴즈 온 더 블럭> 등 강호동, 유재석을 활용한 신작 예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놀라운 토요일> <짠내투어> 등은 경쟁이 치열한 토요일 밤 시간대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Mnet 역시 <고등래퍼 2> <프로듀스 48> <쇼미더머니 777>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임을 증명해냈다.

올해는 종편 JTBC도 tvN 못지않은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히든싱어5>가 돌아왔고 <효리네 민박2> <아는 형님>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타 종편방송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는 데 성공했다. 채널A, TV조선 등 그동안 젊은 시청자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기타 종편 채널에서도 올해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는 목요일 밤 시간대에 확실한 입지를 다졌고 여성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은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2>, <연애의 맛> 등으로 미약하나마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1인 크리에이터 중흥기... 방송사들도 뛰어들었다
 
'랜선라이프' 대한민국 1%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 밴쯔, 씬님, 윰댕, 대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JTBC 새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은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었던 톱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엿보는 에능프로그램이다. 6일 오후 9시 첫 방송.

크리에이터 밴쯔, 씬님, 윰댕, 대도서관이 5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JTBC 새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어느덧 1인 방송 크리에이터는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선망의 직업이 되었다. 모바일 환경의 정착은 5~10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의 인기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랜선라이프>에 출연 중인 밴쯔, 대도서관, 윰댕, 씬님이나 <놀라운 토요일>에 매주 출연하는 입짧은 햇님 등 유명 BJ(1인 방송인)가 지상파나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된 지 오래다. 반대로 TV에서 활약하던 연예인들은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방송사들 역시 인터넷 전용 콘텐츠 제작을 통해 새로운 예능 발굴을 위한 실험장으로 유튜브, 옥수수(SKT), 올레TV(KT) 등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무한도전> 종영... 유재석의 숨 고르기
   
'무한도전 종방연' 하하-양세형-유재석, 도전은 계속됩니다! 무한도전 마지막 촬영날인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한도전 종방연에서 하하, 양세형,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외치고 있다.

무한도전 마지막 촬영날인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한도전 종방연에서 하하, 양세형,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외치고 있다.ⓒ 이정민

 
지난 2005년 <무모한 도전>부터 시작된 '국민예능' <무한도전>은 올해 막을 내렸다. 종영 당시만 해도 올해 안에 시즌2 런칭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연말을 맞이한 현재로선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MBC에서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유재석은 현재 기존 KBS, SBS 외에 JTBC, tvN 등 종편, 케이블 신규 예능을 통해 여전히 쉬지 않고 바쁘게 활약 중이다. 하지만 새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화제몰이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 역시 사실이다. 2018년이 그의 숨고르기를 위한 시기였다면, 2019년에는 '유느님'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내 맘대로 뽑아본 2018 올해의 각 부문 별 예능 + 예능인

올해의 컨설턴트 및 CEO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
"함부로 자영업(식당)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담은 <골목식당>은 왜 그가 치열한 경쟁이 끊이지 않는 요식업계에서 살아남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낸 프로그램이다.  또한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회장님들이 각종 비리 사건으로 쉴새 없이 올해 뉴스에 등장한 반면 백종원은 황금시간대 예능에 출연해 해당 가맹점주들의 신뢰를 쌓았다.

올해의 신 스틸러(?)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
백선생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할 수록, 그리고 시청자들의 분노 지수가 올라갈수록 시청률도 동반상승했다.

올해의 최악 개편 - KBS <해피투게더 4>
수년째 방황을 거듭 중인 <해피투게더>가 결국 개편의 칼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시즌4는 별다른 내용을 담지 못한채 앞선 시즌3와 큰 차이 없는 토크쇼에 머물고 말았다. 이도저도 아닌 개편의 좋은 예.

올해의 예능 다작왕 - 김숙
2018년 그녀가 고정 출연자로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은 무려 14개 이상에 달한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배워서 남줄랩 시즌1, 2> <주말 사용 설명서> <연애의 참견 시즌1,2> <랜선라이프> <풀 뜯어먹는 소리 시즌1> <밥블레스유> <오늘 쉴래요> <나도 CEO 2> <영수증> <서울메이트 시즌1> <동상이몽2> <비디오스타> <배틀트립>)
라디오 및 단발성 초대손님 출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방송 제작진이 선호하는 인기 예능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새 인물 발굴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양면성을 함께 드러냈다.

올해의 귀환 - SBS <집사부일체>, Mnet <프로듀스 48> 이승기
지난해 가을 제대한 후 "황제" 이승기가 선택한 예능은 SBS <집사부일체>, 그리고 Mnet <프로듀스 48>이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올해의 파격 종영 및 새 시즌 재개 - tvN <신서유기> 시즌5, 시즌6
지난 10월 28일 방송 도중 시즌5를 종영하고 당일에 시즌 6를 곧바로 시작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지극히 '나영석'스러운 전개.

올해의 방송 사고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지난 봄 발생한 세월호 CG 사건은 자칫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까지 야기하는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제작진의 안이한 편집이 자칫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몸소 보여준 최악의 방송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올해의 새 예능 - MBC <전지적 참견시점>
사고도 있었지만 <전지적 참견시점>은 매니저로 대표되는 제3자의 시선에서 유명 연예인의 일상을 관찰하는, 익숙한 듯 낯선 구성으로 기대 이상의 반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의 최고 예능 - MBC <나 혼자 산다>
기존 관찰 예능의 틀 속에 주요 출연진들이 펼치는 캐릭터 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데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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