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예능인들로 구성된 그룹 두팀이 최근 한달 사이 나란히 신곡을 발표하며 대중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형돈이와 대준이(12월 9일 발표), 셀럽파이브(11월 19일 발표)다.

힙합 음악인 데프콘(대준이)을 제외하면 전원 개그맨들이다. 이들은 독특하고 재밌는 가사를 기반으로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예능 프로 못잖게 쉴 새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형돈이와 대준이가 초심을 잃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 싱글 < 니가 듣고 싶은 말 > 표지.  솔리드를 비롯한 과거 R&B 스타들의 스타일을 흉내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 싱글 < 니가 듣고 싶은 말 > 표지. 솔리드를 비롯한 과거 R&B 스타들의 스타일을 흉내냈다.ⓒ Mammoth Culture Inc.

 
음악의 질이 좋아질 수록 팬들로 부터 비난(?)을 받는 특이한 음악인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형돈이와 대준이.

그동안 거친 비트의 '갱스터 랩'을 선보이던 형돈이와 대준이가 신곡 '니가 듣고 싶은 말'에선 자신들을 스윗슈가파피, 허니섹시콤보라고 지칭하면서 말랑말랑한 소릿결의 R&B를 들고 나왔다. 이를 두고 데프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 데프콘TV >의 구독자들은 아래와 같은 댓글들을 남겼다.

"무대의상도 점점 좋아지고 있음. 이러면 안됨. 동묘 다시 가야 됨."
"초심 안 찾네 형들."
"형돈이와 대준이의 문제점은 갈수록 퀄리티가 좋아지고 있다는데 있음."


'니가 듣고 싶은 말'은 철저히 8090시대의 R&B를 표방한다.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 아이슬리 브러더즈의 'Between The Sheets'부터 알 켈리의 'Bump N' Grind', 솔리드의 '이밤의 끝을 잡고'의 음악 및 뮤직 비디오의 특징들을 노골적으로 재현해낸다. 지난 3월 각종 수학공식을 가사로 담은 '중2수학은 이걸로 끝났다'와는 달리, 이번엔 느끼함+오그라듬을 선사하는 각종 말장난으로 당황스런 웃음을 만들어냈다.

무대 의상도 과거 동묘에서 구입한 구제 의류 대신 이번엔 협찬사(최근 찍은 CF 광고 속 의상을 그대로 사용) 도움을 얻는 등 변화도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은 "초심을 잃었다"는 반어적 표현으로 두 사람의 컴백을 환영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방영된 KBS < 뮤직뱅크 >의 한 장면.  엑소 카이 vs 형돈이와 대준이의 닮은 듯 다른 무대 의상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지난 14일 방영된 KBS < 뮤직뱅크 >의 한 장면. 엑소 카이 vs 형돈이와 대준이의 닮은 듯 다른 무대 의상만으로도 큰 웃음을 만들었다.ⓒ KBS

 
"I love you. (아이 러브 유) Ich liebe dich. (이히 리베 디히)
Je t'aime. (즈 뗌므) 愛(あい)している. (아이시떼이루)
Ti amo. (띠 아모) Gosto muito de te. (고스뜨 무이뜨 드 뜨)" ('니가 듣고 싶은 말' 중에서)


과거 자신들이 출연하던 <주간아이돌>과 최근 <아이돌룸>을 제외하면 특별한 음반 관련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던 이들도 이번 만큼은 달랐다. 앞서 음원 공개 당일인 지난 9일 < 1박2일 >에선 차태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음악 프로듀서로 깜짝 등장했다가 갑작스럽게 울려퍼진 주택 담보 대출 상담 전화 덕분에 의도치 않은 큰 웃음을 제공했다.  

지난 14일엔 이례적으로 지상파 음악 프로인 KBS <뮤직뱅크>에 출연해 라이브로 충격(?)적인 신곡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마치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살짝 민망한 가사를 태연하게 소화한 당시의 영상은 공개 당일 함께 컴백한 엑소의 신곡 무대와 더불어 네이버 TV 조회수 1~2위를 다툴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엑소 멤버 카이 vs. 형돈이와 대준이의 무대 의상이 닮은 듯 다른 느낌을 선사해 시청자들에겐 묘한 재미도 줬다.

라이브+앙코르를 거부하는 그룹, 셀럽파이브
 
 셀럽파이브의 두번째 싱글 < 셔터 >표지

셀럽파이브의 두번째 싱글 < 셔터 >표지ⓒ 컨텐츠랩 비보

 
지난 1월 발표한 셀럽파이브(송은이-신봉선-안영미-김신영)의 데뷔곡 '셀럽이 되고 싶어'는 각종 패러디 영상물을 재탄생시켰다. 특히 전국노래자랑 지역 예심에서 이 노래가 단골 심사곡으로 등장할 정도로 음원 순위와 무관하게 올해 상반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셀럽파이브의 11월 발매한 두번째 싱글 '셔터'는 앞서 공개했던 '셀럽이 되고 싶어'와 달리, 100% 창작곡+안무로만 꾸며졌다. 물론 워낙 체력소모가 심한 춤 동작 때문에 여전히 '라이브 및 앙코르 무대 불가+오직 립싱크'만 가능하다는 한계도 명확하지만 말이다.

다재다능한 음악인 UV 뮤지의 곡은 최근 유행하는 1980년대풍의 시티 팝과 댄스 음악의 특징을 빌려 구성되었다. 

앞서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었고 뉴욕에 사는 그들처럼 스테이크를 썰고 싶던 그녀들이지만 이번 '셔터'에서도 여전히 대중들의 관심히 절실히 필요했다. CD 대신 한정판 카세트 테이프 제작 발매라는 독특한 기획은 그런 의도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KBS <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 출연한 셀럽파이브.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립싱크 공연을 펼친데 이어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을 거절하는 등 파격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11월 KBS <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 출연한 셀럽파이브.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립싱크 공연을 펼친데 이어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을 거절하는 등 파격 무대를 선보였다.ⓒ KBS


"플리즈 플리즈 플리즈 나 좀 찍어줘 / 셔터 셔터 셔터 눌러
플래쉬 플래쉬 플래쉬 빵빵 터지게 / 아이러브 포토존
메인에 한 번 걸려 볼려고 / 풀메(풀메이크업)에 들인 돈만 오십만 원"


여전히 유치함이 묻어나는 가사(김신영 작사)지만 나름의 소망이 여전히 담겨져 있다. 자신들도 연예인이지만 톱스타 혹은 아이돌처럼 그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어느 누군가가 따라 다니면서 사진을 찍거나 하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유명인들 마냥 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고 싶은 마음 속 욕망의 자연스런 표출로도 해석된다.

특히 '인싸'라는 표현처럼 남들과 다르게 튀고 싶어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모습과 같이 셀럽파이브 역시 과장된 표현 방식을 빌려 마음 만큼은 그들 못잖게 활력 넘치다는 것을 과시한다. 

일부 비판 의견도 있지만... 이들만이 지닌 존재 가치  
 
 지난 9일 방영된 KBS < 1박2일 >의 한 장면.  당시 차태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음악 프로듀서로 등장했던 정형돈은 촬영 도중 갑자기 은행에서 걸려온 주택담보 대출 전화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9일 방영된 KBS < 1박2일 >의 한 장면. 당시 차태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음악 프로듀서로 등장했던 정형돈은 촬영 도중 갑자기 은행에서 걸려온 주택담보 대출 전화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KBS


물론 한편에선 셀럽파이브, 형돈이와 대준이의 활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본인들의 음역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높은 키의 노래를 고집하다보니 고음 부분을 제대로 소화하기 버거운데다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거친 가수들의 가창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연예인으로 얻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등장한 팀들인데다 데뷔와 동시에 워낙 강한 인상, 독한 콘셉트의 기억을 대중들에게 심어준 탓에 이후 발표하는 곡들은 자칫 동어반복 내지 식상함을 담아낼 수 있다는 창작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진지한 음악을 선호하는 분들 입장에선 이들의 활동은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돈이와 대준이, 셀럽파이브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웃음+예능)을 음악의 가장 중심 부분으로 가져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색다른 시도를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가사 속에는 진지함이 1도 없어 보이지만 최소한 무대를 꾸미는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다.

때론 음이탈이 발생하고 안무를 틀리기도 하지만 다른 가수들에 비해 부족하고 서투른 부분이 오히려 이들에겐 자신들만의 특징이자 장점이 되어준다. 각박한 생활 속 웃을 일조차 없는 이들에게도 잠깐 동안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두 팀의 존재 가치는 더욱 명확해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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