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라디오 대표 시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최근 유튜브 방송인 <김현정의 댓꿀쇼>를 시작해 화제다. <뉴스쇼>가 끝난 후 곧이어 유튜브로 방송되는 <댓꿀쇼>는 시간 제약 때문에 본방송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댓글과 문자 등을 유튜브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동시 접속자 2천여 명에서 시작한 <댓꿀쇼>는 최근엔 3천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댓꿀쇼> 때문에 <뉴스쇼> 청취자도 늘어났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댓꿀쇼>를 시작한 지 한 달, 유튜브 적응은 어느 정도 했는지 궁금해 지난 13일 서울 목동 CBS 사옥에서 <뉴스쇼>를 연출하고 <댓꿀쇼>에 출연하는 민경남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민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댓꿀쇼>로 청취자와 직접 소통, <뉴스쇼>와 시너지 효과도"
   
- <김현정의 뉴스쇼> 별책부록인 <김현정의 댓꿀쇼>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잖아요. 공중파 방송만 연출하시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시는데 적응은 좀 하셨나요?
"<댓꿀쇼> 안에서 제 별명이 '이대호 PD'입니다. <댓꿀쇼> 1회 때 어떤 청취자분이 댓글 창에다 제가 이대호 선수를 닮았다고 올리셔서 별명이 된 거죠. 이제는 별명으로 굳어지다 못해 김현정 앵커도 급하게 저를 찾을 땐 '대호야'라고 부르시고, 댓글창에도 애청자분들이 저를 '이 PD'라고 줄여서 부르세요. 저는 '민 PD'인데 말이죠. 그렇게 불러도 바로 알아듣는 걸 보면 그새 많이 적응한 모양이에요."

- 유튜브 방송은 처음인데 어때요?
"역시 해봐야 아는 걸까요. 출연을 직접 해보니 앵커나 출연자들의 마음을 더 잘 알 것 같아요. 유튜브니까 자유롭게 말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별거 아닌데도 '이거 여기까지 이야기해도 되나?'라며 괜히 불안해지고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아요."

- <댓꿀쇼>는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는 포맷입니다. 유튜브 방송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일단 <댓꿀쇼>를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처음에는 이름이 '댓글쇼'였어요. <김현정의 뉴스쇼> 본방송을 하는 동안 실시간 문자가 수도 없이 들어와요. 방송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다 소개할 수는 없죠. 그냥 두고 지나치자니 너무 아까워서 유튜브를 통해서 청취자 의견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청취자들과 직접 소통까지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유튜브에서는 실시간 채팅이 가능하니까 사람들하고 소통하기에는 딱 맞잖아요. 그러다 본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덧붙여졌어요. 나중에는 <댓꿀쇼>라는 이름도 붙었고요.

물론 유튜브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죠. CBS는 태생이 라디오 방송국이다 보니 내부에서 '레거시 미디어'인 라디오에 소홀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 제작진들은 여전히 본방인 라디오방송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오히려 본방송과 <댓꿀쇼>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우려했던 문제들은 다행히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죠."

- 초반 방송 횟수를 결정 안 했는데 데일리로 결정 난 건가요?
"결론적으로는 데일리로 결정 난 것 같아요. <댓꿀쇼> 방송 첫 회 때 청취자들께 의견을 받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저희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여쭤본 거였어요. 그만큼 <댓꿀쇼>를 시작할 때 확정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방송 길이도 처음에는 회당 10분 정도 하기로 하고 들어갔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3천 명도 넘는 분들이 계속 라이브 방송을 지켜봐 주시고 반응이 폭발적이다 보니 점점 길어진 거예요. 

원래는 우리 본업은 본방송인 <뉴스쇼>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애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니 <댓꿀쇼>도 본업이라는 식으로 굳어져 가고 있어요. 하루라도 방송 안 하면, 이 분들이 실망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 JTBC <뉴스룸> 끝난 뒤에 하는 '소셜라이브'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요즘 모든 언론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수용자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럼에도 <댓꿀쇼>만의 차별점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 <댓꿀쇼>는 출연하는 개개인의 캐릭터가 많이 부각돼요. 특히 <뉴스쇼> 애청자들은 김현정 앵커를 정말 궁금해해요. 앵커는 방송을 통해 정제된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데, 방송이 끝나고 난 뒤 인간 김현정은 어떨지 관심을 가지시는 거죠. 지난번에는 김현정 앵커가 혼자 들어가서 청취자들의 개인적인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두 번째로 <댓꿀쇼>는 실제 댓글 써주시는 분들하고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해요. 3천 명 이상 보시면서 댓글을 남기면 채팅창이 엄청 빠르게 올라가거든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읽어드리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미 눈에 익은 아이디들이 많아요. 저희도 청취자들에 대해 알게 되고 청취자들도 저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다른 언론들 라이브 하고 다른 점인 것 같아요."

"시사 프로그램으로 얻은 신뢰에 더해 '신선한 재미' 주는 게 매력"
   
- 시청자 반응은 어때요?
"기대 이상이에요. <댓꿀쇼>가 라디오 본방이 끝난 직후 오전 8시 57분쯤에 보통 시작하거든요. 사실 9시면 대부분 청취자분이 출근해서 일 시작하시는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가까이 라이브를 하는데 3천 명 이상이 나가지를 않고 계속 보고 계세요. 이제 방송한 지 한 달인데, '여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시청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손들어 주시라'고 했더니 눈으로는 못 셀 정도로 많은 분이 '저요, 저요!' 하면서 손바닥 모양 이모티콘을 올리시는데 감동이었죠."

- 동시접속자 수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2500~3500명 정도잖아요. <댓꿀쇼> 덕에 <뉴스쇼>를 듣기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던데 <댓꿀쇼>의 매력은 뭐라고 보세요?
"그동안 정제된 뉴스를 전하면서 신뢰를 얻고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잘 잡아 왔던 덕분에, 그 틀을 깨고 나와서 날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애청자들께 신선한 재미를 드리는 것 같아요. 저희로서는 매일이 실험이고 파격이지만, 기존의 <뉴스쇼>를 잘 아는 애청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 그동안 공중파만 하셔서 유튜브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거 같아요.
"맞아요. 사실은 저나 '하트 PD'로 나오는 유창수 PD는 망가져도 잃을 게 없잖아요. 하지만 김현정 앵커가 10년 동안 쌓아온 앵커로서의 이미지가 유튜브 방송 때문에 훼손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건 큰 걱정이었죠.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어요. 저희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정말 감사한 게, 애청자분들이 아직은 우리가 뭘 해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저희끼리도 라이브 끝나고 나서면서 '오늘 같이 해도 괜찮은 되는 거냐'는 되물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댓꿀쇼> 특유의 분위기를 자연스럽다고 좋아해 주시는 애청자분들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애청자분들의 애정이 깊다고 해야겠죠. 이 인터뷰를 빌려 꼭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본 방송 패널 중 <댓꿀쇼>도 나오시는 분이 있던데 반응이 어때요?
"지금은 패널 중에는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와 손수호 변호사가 주로 출연해 주고 계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세요. 이택수 대표는 월요일에 <뉴스쇼> 본방송에 '이택수의 여론'이라는 코너에 나와 주고 계시는데, 사실은 매주 만나면서도 그렇게까지 흥이 많은 분인 줄은 미처 몰랐어요. 첫날 특별출연 이후로 이제는 매주 월요일마다 기타를 들고 출근하시는데요. 본방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점잖게 소개하고 <댓꿀쇼>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세요. 심지어 의외로 엄청난 미성이죠. 얼마나 '끼쟁이'이신지, 월요일 <댓꿀쇼>를 챙겨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또 손수호 변호사는 화, 목에 라이브 함께해주고 계세요. 원래는 매주 목요일 본방송에 '탐정 손수호'라는 코너에 출연 중이신데, 저희가 부탁을 드려서 방송이 없는 화요일까지 일부러 나와주고 계세요. 저희 제작진들이 공중파 라디오는 만들어봤지만, 유튜브나 팟캐스트는 초보잖아요. 팟캐스트 유경험자인 손 변호사와 같이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는데, 손 변호사는 그새 본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버럭 손 변'이란 캐릭터도 생겼어요.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죠."

- 초반에 즉흥적으로 섭외하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 즉흥 섭외는 없는 것 같은데.
"없어진 건 아니에요. 초반 <댓꿀쇼>에서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겁 없이 즉흥 섭외를 몇 번 했어요. 그럴 때 팬들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는데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뉴스쇼>의 경쟁력 중 하나가 섭외력인데, 섭외전화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릴 일은 없잖아요. 그래서 <뉴스쇼>를 오래 들어온 애청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섭외하는 모습이 평소에 궁금하셨을 것 같고, 그걸 직접 보여드리니 재밌으셨을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저희 제작진끼리 이야기를 하다 즉흥 섭외 전화를 받는 분이 유쾌하지 않으실 수 있다는데 생각이 모아졌어요. 예를 들어서 본방송 인터뷰를 할 때는 인터뷰이에게 정식으로 연락드려서 허락을 받고, 어느 정도 질문 내용도 조율하고, 시간 약속을 잡아서 그 시간에 방송하는 게 예의죠. 그런데 우리는 '유튜브용 방송이니까 괜찮겠지' 해서 전화를 하는데, 전화하는 제작진이 곧 <뉴스쇼> 제작진이니까 인터뷰이들이 <뉴스쇼> 본방송에 대해 무례하다고 오해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정상 즉흥 섭외 전화는 꼭 필요할 때만 하자고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청취자들이 강하게 원하시면 언제든 할 생각입니다(웃음)."

"동시접속자 5천 명 넘으면 김현정 앵커가 '물안개' 노래 공약"
   
-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댓꿀쇼> 첫 방송 때 음향 세팅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라이브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김현정 앵커 자리 마이크가 안 나오는 상태였던 거예요. 그런데 청취자들이 채팅창에다 '잘 들리니까 그냥 하라'고 하셔서 그냥 방송도 하고 끝까지 잘 마쳤어요. 나중에 보니까 김현정 앵커 목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까 옆 사람 마이크를 통해서 그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진 거였어요. 라디오 본방송이었으면 방송사고라고 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유튜브니까 그냥 재밌는 에피소드가 됐죠.

또 <댓꿀쇼>가 낳은 스타가 한 분 계신데 일명 '퀸 박사'님이라고 계세요. 정체는 저희 CBS 보도국에서 문화체육부장을 맡은 정재훈 기자이신데, 이분이 워낙 다양한 분야에 해박하시지만, 특히 퀸의 진정한 덕후이시거든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 맞춰서 퀸 특집에 맞춰서 퀸 음악에 대해 해설을 하러 나오셨는데, 그 해박한 지식보다도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가 정말 압권이었어요. 이건 말로는 설명 못 하겠고 이건 단연코 보셔야만 해요. 제발 유튜브에서 <김현정의 뉴스쇼> 채널에 들어와 직접 봐주세요(웃음)."

- 유튜브 스튜디오도 준비한다던데.
"지금 본방송하고 유튜브 라이브를 하는 스튜디오는 원래 순수한 라디오 방송용 부스에요. 유튜브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공간이 좁아요. 좁은 장소에 카메라를 설치하다 보니 화면 각도도 많이 안 좋고요.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서 장소를 옮겨서 더 넓은 스튜디오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어요."

- 목표가 있나요?
"아직 원대한 목표는 없고요. 단기 목표는 <댓꿀쇼>에 한정해서 동시접속자 수 5천 명, 채널 구독자 수 10만 명을 달성하는 거예요. <댓꿀쇼>를 라이브로 보시는 동시접속자 수가 5천 명이 넘으면 김현정 앵커가 '물안개'란 노래를 부르기로 했거든요. 공약했기 때문에 그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 부탁드리고요.

<댓꿀쇼>는 <뉴스쇼> 제작진들의 과감한 실험이고 투자에요. 이것 때문에 업무량도 무시 못 하게 늘어났고요. 많은 분이 유튜브 화면에 나오는 제작진들만 보시지만,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제작진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에요. 이왕 다 같이 힘들게 시작한 거 <댓꿀쇼>가 자리 잡아서 유튜브 내에서도 성공하고 다른 언론사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하나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PPL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웃음)."

- 힘든 점도 있을 거 같아요.
"이제는 <댓꿀쇼> 자체를 어떻게 잘 만들까에 대한 부담이 생겨요. 진지한 시사는 본방 <뉴스쇼>에서 다루고 있으니 <댓꿀쇼>만큼은 더 발랄한 '시사 플러스 예능'의 성격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작진들의 생각인데. 아무래도 데일리로 매번 신선하고 재밌는 걸 보여드리기는 쉽지 않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댓꿀쇼>는 뉴스쇼가 애청자 여러분들과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 시작됐어요. 애청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