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서울 압구정CGV에서 '장경욱 변호사와 함께하는 영화 <마담 B>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영화 상영 뒤 영화의 주인공인 탈북 여성 마담 B, 장경욱 변호사, 윤재호 감독이 참석하는 시네톡 행사를 가졌다.

지난 14일 밤 서울 압구정CGV에서 '장경욱 변호사와 함께하는 영화 <마담 B>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영화 상영 뒤 영화의 주인공인 탈북 여성 마담 B, 장경욱 변호사, 윤재호 감독이 참석하는 시네톡 행사를 가졌다.ⓒ 신상미

  
장경욱 변호사가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 B>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 판사들이 보게 하겠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해당 영화의 주인공인 '마담 B'(영화 속 가명)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과 '비보호 결정 취소 행정소송'의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개봉한 <마담 B>는 천신만고 끝에 국내에 입국했으나 국정원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 변호사는 지난 14일 밤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장경욱 변호사와 함께하는 영화 <마담 B> 상영회'에 참석해 "현재 소송이 진전이 잘 안 된다"며 "국정원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을 다 거부한다. 영화를 재판부에 제출해 재판을 진척시키고 싶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마담 B는 지난 2014년 입국한 뒤 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독방에 154일 동안 구금돼 진술서를 쓰는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 국정원이 그에게 둔 혐의는 북한 보위부 간첩이었다. 국정원은 그녀가 중국에서 판 북한산 마약의 일부 수익을 북한 보위부에 상납했다고 봤는데, 이 부분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담 B는 중국에서 마약을 판 것은 맞지만 숨어 사는 탈북민 처지에서 생계를 위한 것이었을 뿐 북한에 상납하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작은아들과 함께 입국한 마담 B의 남편 지아무개씨도 '북한 보위부의 임무를 받고 왔다'는 간첩 혐의를 받았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은 마담 B가 중국에서 마약을 했다는 진술서 2개만 재판부에 내고 일체 안 냈다. 진술서가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거라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조사목록이라도 내라는 청구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판사들이 영화를 보고 국정원이 빨리 진술서를 내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하겠다는 식으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담 B 부부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간첩 혐의를 벗었으나, 탈북자 지위를 얻지 못하는 '비보호' 처분을 받았다. 따라서 부부는 임대아파트와 정착 지원금 등을 받지 못해 먼저 입국한 아들들에게 얹혀 살았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선 ▲ 탈북 이후 제3국에서 10년 이상 거주자 ▲ 대한민국 입국 전 중대 범죄에 연루된 자에 대해 '탈북자'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국정원과 통일부는 마담 B가 2003년 탈북해 중국에 거주하다가 2014년 입국, 중국 거주가 10년이 넘은 점, 중국에서의 마약거래 혐의 등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변은 이들 부부가 비보호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부부 간첩 조작 미수'에 대한 '국정원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목숨 건 탈북 감행했지만... "남쪽에 살았으면 그런 일 안 당했을 텐데"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마담 B는 "제가 중국 남편을 만난 것은 2004년 1월이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그냥 팔려가는 것"이라며 "1년 살고 돈 벌어서 도망칠 마음으로 갔는데 그 사람한테 사랑을 받았다. 그 남자도 살면서 날 알게 됐고 내가 중국말도 알게 되면서 나도 그를 이해했다"고 중국인 남편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계속해서 그녀는 자신의 사연을 관객에 들려줬다. 

"당시에 난 37세였다. 아이를 낳을 수도 있는 나이였다. 아이를 낳으면 북한의 아이들과 멀어질 것 같아서 그 남자한테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고도 했다. 아이를 안 낳는 것도 동의하고, 큰 아이를 데려오는 것도 동의하고, 시부모도 동의했다.
 
큰 희망을 갖고 한국에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간첩 혐의로 150일 동안 독방에 있다 나오니까 대한민국에 진절머리가 났다. 1년 뒤 여권만 나오면 중국으로 가리라고 다짐했다. 중국 남편이 아이들을 안 잊게 해준 것이 너무 고맙다. 억울함을 풀지 못해서 2014년 한 해는 울면서 살았다. 하지만 중국으론 못 갔다. 그 사람은 장가를 갔고 난 지금 혼자 살고 있다."


<마담 B>는 탈북민 간첩 조작에 비중을 두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중국에 취직시켜준다'는 사기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중혼'까지 하게 된 북한 여성이 북한 남편과 중국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고 아파하는 이야기다. 중국인 남편 첸씨와는 비록 '매매혼'으로 맺어졌으나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10년을 함께했다. 영화는 이러한 삶과 인간 감정의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다. 

마담 B는 자녀들과 함께 살기 위해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다. 중국 남편은 아내가 한국에 정착해 한국 국적을 얻으면 정식으로 결혼하고 자신도 아내를 따라 한국에 갈 결심을 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아내의 '초청'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합신센터에 갇힌 아내는 남편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후 마담 B는 북한 남편과 이혼했고, 중국 남편도 새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마담 B는 중국에서 마약거래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인신매매 일도 했다고 한다. 

"나도 인신매매로 남편 집에 왔는데 내가 또다시 발을 들였다. 브로커가 여자를 데리고 중국에 들어오면 내가 사서 한족 남자한테 판 거다. 내가 여성들을 팔고 돈을 받으면 그 돈을 여성들과 반씩 나눴다. 장애인에게 시집간 애들을 빼내서 다른 데 시집을 보낸 적도 여러 번 있다. 그 애들은 나한테 고마워했다. 한국에선 인신매매라고 말하면서 나쁘게 평가하지만, 중국에 들어와 말도 안 통하고 발 붙일 데가 없는데 남편을 만나면 당분간은 은신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마담 B는 이날 "북한에서 태어난 게 죄가 아닌가 싶었다"면서 "아버지가 경북 경주 사람이다. 남쪽에 살았으면 그런 일을 안 당했을 텐데 너무 억울했다. 정말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다"고 반복해 말했다.   

개인의 문제 넘어, 3만 2000여 탈북민이 겪는 아픔
 
 지난 14일 밤 서울 압구정CGV에서 '장경욱 변호사와 함께하는 영화 <마담 B> 상영회'가 열렸다.

지난 14일 밤 서울 압구정CGV에서 '장경욱 변호사와 함께하는 영화 <마담 B> 상영회'가 열렸다.ⓒ 신상미

 
<마담 B>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은 "(합신센터를 나온 뒤) 상황이 되게 안 좋았는데 씁쓸했다.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의 입장에서도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이런 모습을 볼 수밖에 없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서 "마담 B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 관객이 느끼는 감정, 그게 한국 사회의 현실인 것 같고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에 부럼(부러움) 없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했다고 선전한 북한은 마담 B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향을 등지게 만들었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들어온 남한은 그녀를 국가 폭력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 그녀에게 고통만을 줬다. 신분도 없이 숨어 살아야 했던 중국으로 다시 가겠다는 그녀의 다짐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상영회엔 탈북민 관객이 많았다. 이들은 마담 B의 운명이 그녀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라 3만 2000여 탈북민이 모두 겪는 아픔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주목했다.    

이날 장 변호사의 초대로 참석한 탈북민 홍아무개씨는 "지하철 간첩 신고 광고가 영화에 나오는데, 난 직접적 피해자라 그걸 보면 마음이 섬찟하다"면서 "가족과 자기를 지켜준 사람 사이에서 선택할 수 없는 기로에 선 탈북민의 아픔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탈북자는 한국에서 조선족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그런 신분을 갖고 무슨 정보를 빼내겠는가, 간첩이 영화에서처럼 산둥의 허허벌판에서 고생하겠는가"라며 "더 많은 탈북 여성들의 아픔을 알고 공감해주고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씨는 2013년 입국 당시 인민군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으로 몰렸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 변호사는 "억울함을 꼭 풀어서 그에 따른 국가배상도 받아야 하고, 집도 줘야 하고, 정착지원금도 줘야 한다"며 "마담 B와 그의 가족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많이 봐주시면 힘을 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마담 B> 영화 상영회 홍보 이미지.

<마담 B> 영화 상영회 홍보 이미지.ⓒ 씨네소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