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지난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당시 채용된 이들을 '불법 파업 대체 인력'으로 규정한 MBC가 이들의 고용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인사위원회를 시작했다. 파업대체인력 55명에는 기자 직군이 2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김재철 사장은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파업 대체 인력을 채용해 파업 무력화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채용된 인력은 90여 명이었고, 2017년 파업 전까지 이들중 상당수는 대체 인력에 밀려 보도 관련 부서로 돌아오지 못했다.
 
MBC는 지난 10월 31일 입장문을 통해 "언론사인 MBC가 파업대체인력 채용을 무조건 용인한다면 다른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위법한 대체근로를 비판할 수 없게 되고, 민주적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라는 노사관계 대원칙을 저버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된다"면서 "공정한 채용에 대한 시대정신과 사회적 기대, 강원랜드 등 외부 사례를 참고해 파업대체 인력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10월 30일 <채용,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제목의 노보를 통해 "불법으로 채용된 이들을 모두 취소하고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도 '파업 대체 인력은 그 자체로 불법'이라는 입장은 노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MBC는 일괄 채용 무효 대신, 12일부터 14일까지 인사위원회를 열고 대상자 55명의 소명을 듣고 난 뒤 근로 계약 유지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 대체 인력 채용은 그 자체로 불법이지만, 수년 간 고용 관계가 이어져왔고, 그 기간 각자 MBC에 기여한 바가 있다고 본 것이다.
 
MBC 관계자는 "얼마나 고용 유지가 될지, 직군별 규모가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오늘(12일)부터 대상자들을 하나씩 불러 평가하고 있다. 결정이 언제쯤, 어떤 식으로 내려질지도 평가인사위원회가 모두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MBC는 지난 10월 31일 이들 시용 사원과 별개로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외부 청탁을 통해 부정 입사한 것으로 밝혀진 2명을 해고하고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인사 담당자 11명을 징계했다. 또, 이와 관련 권재홍 전 부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MBC가 지난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한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총 12명의 경력 기자를 채용했는데, 권 전 부사장이 자신의 인척이 운영하는 P 헤드헌팅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도록 채용 담당자들을 압박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MBC는 이들 외에도 2012년 파업 이후 채용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사 과정에서 청탁이나 압력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명예퇴직 신청도

MBC는 현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기도 하다. 최승호 사장은 지난 11월 27일 창사기념사에서 "MBC는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몸은 무겁고 일하는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다. 능력 있는 인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한편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인력이 많다는 불만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평가는 느슨하고 온정주의는 넘친다. 지속적으로 몸집을 줄이고 효율화하는 노력을 하겠다. 평가를 엄정하게 하고 무임승차를 없애겠다"는 말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오는 18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퇴직 시 보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명예퇴직금 100%를, 내년 2월 말까지 퇴직 시에는 명예퇴직금의 90%, 마지막으로 내년 4월 말까지 퇴직 시에는 80%를 지급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1차 명예퇴직 신청은 오는 18일까지 받을 예정이고, 내년 2월과 4월에 두 차례 더 진행될 예정. 사측은 이전에 진행된 명예퇴직에 비해 명예퇴직금 산정식 등을 퇴직자에게 더 유리하도록 만드는 등 신청을 독려하고 있지만, 지원자 규모가 얼마나 될 지는 아직 의문이다. MBC 역시 신청자 규모나 예측치 등을 묻자 "목표치도 예측치도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100% 직원들의 희망을 받아 진행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명예퇴직 신청 대상은 보직자를 제외한 입사 1년 이상, 만 59세 미만 일반직 및 전문직 직원이다. 통상적으로 명예퇴직은 고임금 고연차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MBC가 진행한 명예퇴직 역시 '20년 이상 근속자 혹은 50세 이상 직원 중 잔여 정년 3년 이상의 미보직자'가 대상이었다. 2005년, 2007년, 2009년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근속자가 대상이었다. 때문에 입사 1년 이상 직원도 지원할 수 있는 이번 명예퇴직 신청이 파업대체 인력이나 부정한 과정으로 입사한 이들에게 '알아서 나가라'는 일종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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