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중요한 이슈로 '여성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국 영화계 역시 관객들의 요구에 화답하지 않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이 주연인 영화가 강세를 드러낸 한 해였다.

연초에 개봉하여 힐링 영화로 사랑받은 <리틀 포레스트>,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큰 인기를 누린 <미쓰백>, 최근에 개봉해서 현실공포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도어락>이 그것이다. 이들 영화는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워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작품에 출연한 여성 배우들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는 현실에 치여 지친 청춘의 연기를 담담하게 해냈으며 <미쓰백>의 한지민은 거친 삶을 살아온 여성으로 분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도어락>에서 1인 가구 여성을 연기한 공효진 역시 현실적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들 영화는 모두 여성 주연을 돋보이게 받쳐주는 훌륭한 조연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류준열
 
 <리틀포레스트> 스틸컷

<리틀포레스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 포레스트>에서 재하(류준열 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서울 생활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귀농해서 농부가 된 인물이다. 매일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신을 돌보지 못하다가 임용고사에서 떨어진 후 잠깐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 분)에게 재하는 든든한 친구이자 지원군이다.

고향집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혜원에게 강아지를 안기며 "모든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라고 말한 것도 그였고, 혜원이 갑자기 훌쩍 서울로 올라 가버렸을 때 "혜원이는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거야"라며 혜원을 위해 농사를 지었던 것도 그였다. 특별한 갈등 없이 흘러가는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주연인 혜원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시선이 있어 영화는 보는 이에게 위안이 된다.

배우 류준열은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는 생활연기로 오히려 자신의 역할이 빛나게 만든다. 실제로 저런 동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친근하다. 위화감 없이 역할에 녹아들어 배우 개인을 잊게 만드는 것이 바로 류준열의 최대 강점이 아닐까.
 
류준열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혜리 분) 친구 정환 역할이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유행어까지 남기며 큰 인기를 끌며 작품을 마친 이후 <계춘할망><더킹><택시운전사><침묵><리틀 포레스트><독전>까지, 그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그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뛰어나지만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미쓰백>의 이희준
  
 <미쓰백> 스틸컷

<미쓰백> 스틸컷ⓒ CJENM

 
<미쓰백>에서 장섭(이희준 분)은 철저히 상아(한지민 분)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상아는 고등학생 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가해자를 상해했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었다. 당시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장섭은 이때부터 상아를 돌본다. 한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세차장 일을 하고 있는 상아에게 자신의 겨울 패딩을 벗어주고, 그녀의 친모를 찾아주며,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그녀를 찾아내 도움을 준다. 아동학대 당하는 아이를 구출하려다 유괴범이 되어버린 그녀에게 "가서 해라. 엄마해라. 단 며칠이라도"라며 뒤를 책임져주는 사람도 장섭이다.
 
이희준은 시사회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감독님에게 가장 많이 질문했던 점이 왜 장섭이 상아에게 그렇게 잘 해줬는지였다. 장섭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이 있었기에 장섭이 상아를 향한 태도에서 사랑, 미안함, 안쓰러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지민을 대하는 이희준의 눈빛, 행동으로 이야기는 설득력을 갖추게 된다. 어둡고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 이희준의 거친 듯하면서 일상을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를 완성시킨다.
 
이희준은 <해무><최악의 하루>< 1987 >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은 첫 단편 영화 <병훈의 하루>로 2018 토론토한국영화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면서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독보적인 배우이다. 역할에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하는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도어락>의 김성오
 
 <도어락> 스틸컷

<도어락>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금까지 여러 영화에서 악역을 주로 맡아,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는 김성오가 <도어락>에서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김성오는 주인공 경민(공효진 분)의 외부인 침입 신고를 무시하고, 신고인을 의심하고, 마음을 돌려 수사를 시작한 후에도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시종일관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형사 역할이다. 공효진에 대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복합적인 인물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김성오로 인해 극의 재미가 배가 된다.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한숨 돌리는 유머를 선사해주는 것도 김성오다.
 
김성오는 올해에만 <해치지 않아><성난황소><도어락>까지 3편의 개봉작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악역 전문 배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번 영화 <도어락>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연기의 폭을 한층 넓히면서 그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2018년 여성 영화에 출연한 배우 류준열, 이희준, 김성오의 활약이 돋보였다. 배역 비중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이 있기에 훌륭한 작품들을 대중들이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2019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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