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스토브리그는 예년에 비해 트레이드 소식이 유독 활발하게 전해지고 있다. 성사 후 음주 운전 은폐 논란이 있었던 NC와 kt의 강민국-홍성무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지난 12월 4일에는 SK 불펜투수 전유수와 kt의 거포유망주 남태혁이 맞트레이드 되었다.

그리고 지난 7일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SK 와이번스와 히어로즈,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가 각각 김동엽, 고종욱, 이지영 세 선수를 주고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이다.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김동엽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김동엽 ⓒ SK 와이번스

 
이로서 2018 스토브리그는 트레이드로 인한 선수 이동이 가장 잦은 겨울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SK와 kt는 벌써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고 트레이드에 관련되지 않은 롯데와 LG 등 다른 구단들도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강화 의지를 보히며 추가적인 딜 성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SK는 이번 트레이드로 거포 김동엽을 삼성에 내주게 되었다. 최근 2시즌 동안 49홈런을 기록한 김동엽의 경우 정교함에는 약점이 있지만 홈런 생산력 하나만큼은 리그 어떤 타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거포다.

※ 삼성 김동엽 최근 3시즌 세부기록
 
 삼성 김동엽 최근 3시즌 세부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삼성 김동엽 최근 3시즌 세부기록 (출처=야구기록실,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올 시즌 김동엽은 규정타석을 겨우 넘긴 446타석에 들어섰지만 27개의 홈런포를 때려내며 리그 홈런 부문 공동 13위에 올랐다.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다면 30개 중반대 홈런포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지난 10월 11일 두산전에서는 로맥과 함께 잠실구장 장외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2000년 김동주가 기록한 이후 18년만의 '잠실 장외홈런'이란 기록에서 알 수 있듯 김동엽의 장타력은 리그 전체에서도 손 꼽히는 수준이다.

리그 최고의 홈런 타선을 구축한 SK는 팀 컬러에도 부합하는 김동엽을 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것일까? 그 이유는 극악의 선구안으로 인한 출루율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에 데뷔한 2016시즌 이후 김동엽은 타석당 매우 낮은 볼넷 비율을 기록해 왓다. (3.3%-> 5.4%-> 3.8%) 2017시즌에는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나 싶었지만 가장 많은 446타석에 들어선 올 시즌엔 다시 수치가 나빠졌다.

올해 김동엽은 볼넷 17개를 얻어내는 동안 무려 108개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삼진 비율이 0.16으로 심각했다. 때문에 김동엽은 규정타석 62명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출루율(0.285)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 3할보다 낮은 출루율은 기록한 타자는 김동엽이 유일하다.

때문에 27개의 홈런포를 때려내고도 0.765의 OPS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 OPS인 0.803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홈런 생산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타격 생산력은 평균 이하라는 의미다.

리그 최하위권인 선구안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결국 올 시즌 이상의 기록을 남기기 어렵다. 거포 자원이 많은 SK는 김동엽의 선구안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리드오프로 기용할 수 있는 고종욱을 영입했다.

그러나 포수 이지영을 히어로즈에 내주고 김동엽을 영입한 삼성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이 이번 트레이드로 내보낸 이지영 역시 쉽게 포기할만한 카드가 아니다. 그는 강민호 합류 이전까지 삼성의 붙박이 주전 포수였다.

비록 백업포수로 활용하더라도 강민호의 풀타임이 어려운 삼성 입장에서 나쁜 선택이 아니다. 또한 그를 트레이드 한다고 치더라도 시즌 중까지 기다렸다 포수가 급해진 팀에게 이지영 카드를 제시한다면 더 쏠쏠한 카드를 얻어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지영을 기꺼이 내주고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이 김동엽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삼성은 김동엽의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홈런 스윙과 라이온즈 파크의 궁합에 주목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7시즌 이후 삼성으로 이적한 우타 3루수 이원석의 경우 라이온즈 파크 입성 이후 장타 생산에 눈을 뜨며 올시즌 개인 첫 20홈런 고지를 밟기도 했다. 파워가 남다른 김동엽의 경우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 이적 후 지명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김동엽

삼성 이적 후 지명타자로 기용될 것으로 보이는 김동엽 ⓒ SK 와이번스

 
눈에 띄는 선구안 개선이 어렵다면 삼진에 대한 주저함을 버리고 적극적인 당겨치기를 통해 장타력 극대화에서 해법을 찾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볼넷을 골라낼 수 없다면 상대 투수로 하여금 장타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해 볼넷을 던지게 만들 수도 있다.

김동엽의 27홈런이 타석당 많은 수치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30개를 실제로 넘기는 타자와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타자가 주는 무게감은 천양지차다. 만약 김동엽이 30개, 혹은 그 이상의 홈런 페이스를 보인다면 아무리 약점이 명확하고 선구안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 홈런 허용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약점을 억지로 메우려고 하는 것보다 장타력이라는 장점을 극대화시켜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1990년생인 김동엽은 내년이면 30세 시즌을 맞게 된다. 30세를 기점으로 야구에 눈을 떠 '야구는 서른부터'라는 말도 있지만 30세가 되면서 커리어가 꺾였던 선수도 적지 않았다. 삼성 이적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30세의 김동엽은 공갈포라는 오명을 떨치고 리그 정상급 거포로 도약할 수 있을까? 기록 이상의 흥미로움을 주는 장타자 김동엽의 삼성 첫 시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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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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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KBO 김동엽 삼성라이온즈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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