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인 11일 KBO리그 F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선수가 계약 소식을 알렸다. 2018 골든글러브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은 포수 양의지가 FA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하지만 양의지와 계약한 팀은 양의지의 원 소속 팀인 두산 베어스가 아니었다. NC 다이노스는 11일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 원에 계약했음을 발표했다. 계약금 60억 원에 연봉은 4년 동안 도합 65억 원을 지급한다. KBO리그 역대 2위 규모 계약으로 1위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로 돌아올 때 세웠던 4년 150억 원이다.

KBO리그에 정식으로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원 소속 팀 두산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관계자들도 양의지의 에이전트에 접촉했다. 두산 측에서도 양의지를 붙잡기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수 역대 최고액 계약, 창원 안방 책임지게 될 양의지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 연합뉴스

 
종전까지 포수가 세웠던 FA 최고액 계약은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였다. 강민호는 첫 FA 때는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 원에 재계약했고, 삼성으로 이적할 때도 같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 선수와 전년도 연봉 200% 금액 또는 전년도 연봉 300% 금액을 이전 팀에게 보상으로 줘야 하기 때문에 삼성은 롯데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 셈이다.

두산이 양의지에게 제시한 금액은 4년 12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120억원이 모두 보장 금액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채울 경우 지급되는 옵션이었는데, 양의지의 현재 기량으로는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NC의 125억 원은 모두 보장 금액이었고, 양의지와 에이전트는 보장 금액이 큰 쪽을 선택했다.

현재 양의지는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다. 포수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등 기본적인 수비도 최고 수준이며 타격에 있어서도 0.358로 리그 2위에 오르며 공수 양면에서 두산의 정규 시즌 1위 성적에 기여했다.

FA 시장에 나선 양의지에게 어느 팀이든 공격적인 오퍼를 넣을 것이 예상되었으며, 몇 년 전부터 원 소속 팀 우선 협상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눈치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그리고 주전 포수가 취약했던 팀들에게로 그 관심이 쏠리게 됐다.

그리고 양의지에게 NC가 손을 내밀었다. NC는 KBO리그 1군에 참가한지 2년째였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며, 2016년에는 한국 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도 냈다. 그러나 2018년 NC는 창단 첫 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급격히 추락했고, 시즌 도중에 감독이 물러나기도 했다.

성적이 떨어진 것 이외에도 NC에게는 새로운 시즌을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동기가 있었다. 2019년부터 NC는 기존까지 사용하던 마산야구장을 퓨처스 팀 창원 다이노스에게 넘기고 바로 옆에 새롭게 지은 최신식 야구장으로 옮기는 만큼 인프라를 개선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다.

새로 합류하는 양의지, 군 복무 중인 NC 포수 김태군은?
 
 6월까지 나름의 몫을 하며 팀의 안방을 책임지던 김태군이 7월 타율 0.132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NC 김태군 ⓒ NC 다이노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NC는 전반적인 면에서 투자를 했다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주전 3루수 박석민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3루수를 보강할 필요도 있었으나 이미 3루수 최대어 최정이 SK 와이번스와 6년 106억 원에 재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내야수 대어는 놓쳤다.

일단 내야수 모창민과 가장 먼저 재계약을 마쳤던 NC는 모창민과 같은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었던 양의지를 영입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양의지 영입에 성공하며 지난 시즌 취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포수 보강에 성공했다.

그런데 NC의 포수 자리가 취약점이 되었던 이유는 기존 주전 포수의 부상이 아니었다. 2017년까지 NC의 주전 포수였던 김태군은 현재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9년 9월에 전역이 예정되어 있다.

김태군은 입대 전 시즌이었던 2017년 타율 0.265에 3홈런 34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 있어서는 견고했지만, 양의지와 비교해서 타격 성적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양의지 영입으로 NC는 4번타자 나성범을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타자를 보강한 셈이다.

박석민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2019년을 끝으로 NC와의 4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NC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타자가 필요하기도 했다. 일단 NC는 새롭게 교체할 외국인 타자 영입에 있어서도 보다 확실한 해결사를 원하고 있다.

사실 김태군 정도의 기량이면 충분히 어떤 팀에서든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NC가 2017년 포스트 시즌 진출에서 2018년 리그 꼴찌까지 이렇게 성적이 추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결국 NC는 김태군이 전역하는 1년을 기다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양의지를 영입한 것이다.

김태군의 향후 입지? 두산의 새로운 주전 포수는?

이에 따라 9월에 전역하게 될 김태군은 일단 올해에는 NC에 복귀하더라도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만일 NC가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 안정권에 들거나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양의지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김태군에게 출전 기회를 줄 수도 있겠지만 김태군에게 익숙하지 않은 백업 역할이다.

얼마 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였던 이지영(현 히어로즈)과 비슷하게 된 사례다. 이지영은 2008년 삼성의 육성선수로 입단하여 2013년에 주전이 되면서 2013년과 2014년 삼성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기여했다. 2015년에 124경기 0.305 55타점을 찍기도 했던 이지영은 2017년 105경기 0.238 타율에 26타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듬해 삼성은 강민호를 영입했다. 주전 자리를 내준 이지영은 2018년 90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이 끝난 뒤 김동엽(SK → 삼성), 고종욱(히어로즈 → SK)과 함께 삼각 트레이드가 되어 히어로즈로 이적하게 됐다. 2020년부터 NC 역시 주전급 포수 2명에 대한 역할 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양의지를 잡지 못한 두산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일단 두산의 포수 자원은 어느 정도 있다. 박세혁, 이흥련, 장승현 등의 포수 자원들이 내년 스프링 캠프에서 주전 포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다만 양의지와 비교했을 때 경기 감각이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양의지의 공백이 느껴질 수는 있다.

두산과 NC는 모두 양의지에게 계약을 제안했고, 양의지와 에이전트는 보장 금액이 더 컸다는 NC를 선택했다. 김태군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다른 주전 포수가 영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두산이나 NC 등이 포수 자원에 대한 추가 거래가 없을 경우 양의지와 김태군은 2019년 가을부터 서로 경쟁해야 한다. 9월에 김태군이 창원으로 돌아올 때까지 양의지가 NC에서 어떠한 역할로 자리를 굳힐지, 그리고 이후 두 선수가 어떤 경쟁을 펼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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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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