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디지털 성범죄' 영상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불법 유출 동영상'을 올리는 웹하드 업체와 이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동일했다는 '웹하드 카르텔' 정황이 드러난 것. 이들이 그동안 여성의 인권을 짓밟으며 수익을 추구해 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비단 한국만의 일일까.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 포르노는 합법이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의 대부분은 포르노를 합법화시켰거나 어느 정도의 규제만 두는 편이다.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폭로되자 어떤 이들은 "국내에서도 포르노를 합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도 '리벤지 포르노' 혹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공론화될 때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왔던 주장이다. 합법적인 '포르노'가 있으면 불법 몰래카메라가 근절된다는 뜻일까?

웹하드를 떠도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과 포르노 합법화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지만, 정말 포르노를 합법화시키면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해결될까? 다큐멘터리 영화 <핫 걸 원티드>(Hot Girls Wanted, 2015)는 여성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포르노가 여성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잘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달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의 숫자는 넷플릭스, 아마존, 트위터의 방문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합법화 된 시장이니 더욱 널리 퍼진 것이다.
 
 영화 <핫 걸 원티드>의 한 장면.

영화 <핫 걸 원티드>의 한 장면. ⓒ Netflix

 
특히 다큐멘터리는 미국에서 '포르노 업체'들이 어린 10대 여성을 노리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업자는 구인공고에 "마이애미행 비행기표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매력적인 문구를 적어 넣는다. 업자는 "매년 18세가 되는 소녀들이 생기고 그들 중 누군가는 포르노를 촬영하게 된다"고 무심하게 말한다. "잘 대해주기 때문에 포르노 배우가 되는 것은 꽤 멋진 일"이라고 말하는 한 어린 배우의 말은 의미심장 하게 느껴진다.

"당신이 꿈꾸는 삶은 돈도 벌고 즐기면서 멋진 섹스도 하고 유명해지는 거죠?" 영화에 소개된 한 포르노 업체의 광고 문구다. 산업이 합법화되어 있다보니 법적인 제재도 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까지만 간다고 한다.
 
 영화 <핫 걸 원티드>의 한 장면.

영화 <핫 걸 원티드>의 한 장면. ⓒ Netflix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19세 스텔라 메이(Stella May)는 포르노 배우가 된 지 이제 한 달째다. 우연한 계기로 엄마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엄마는 '피임을 제대로 하고 있냐'고 걱정하지만 메이는 피임약도 먹지 않고 콘돔도 쓰지 않고 있었다.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법안을 통과시켜야만 간신히 포르노 촬영 중 콘돔 사용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콘돔 없는 포르노'가 인기가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은 법망을 피해 '콘돔 사용 의무화'가 시행되지 않는 마이애미 주 같은 곳에서 촬영을 한다는 씁쓸한 현실도 영화엔 담겨 있었다.

포르노 합법화는 부작용이 크다. 이제야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의 성폭력이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문제의식 없이 이를 유희거리로, 자신의 성욕을 푸는 도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이 되어버린 여성의 몸

사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착취를 매개로 하는 산업은 '웹하드 카르텔'뿐만이 아니다. 번화가에서, 작은 골목골목에서 수시로 발견할 수 있는 성매매 산업 역시 그 일환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 2015년 발간한 '조직범죄 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매매 산업 규모는 최대 37조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영화 <트릭: 더 다큐멘터리>(Tricked: The Documentary, 2013)는 미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연 30억 달러(한화 약 3조4천억 원) 규모의 '성매매 카르텔'의 실태를 밝히는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서 매춘을 알선하는 업자(pimp)는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한다. 미국이 성매매가 합법화된 곳인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놀랍게도 네바다 주를 제외하면 처벌의 정도를 달리할 뿐 미국에서도 매춘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미국 전역에서 성행 중이다. 영화에 등장한 <뉴욕타임스> 기자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매춘 여성과 포주가 단순히 동업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트릭: 더 다큐멘터리> 포스터.

영화 <트릭: 더 다큐멘터리> 포스터. ⓒ Netflix

 
"미국 전역에 매춘업 여성이 많은 건 알았는데 포주와 매춘부가 동업 관계라고만 생각했어요. 그 이상의 관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매춘 여성들과 그곳에서 빠져나온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동료 개념이 아니더라고요. 포주들이 여자들을 멋대로 뒤에서 조종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것에 불과했어요."

다큐멘터리에는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한다. 한 여성은 포주와 고객이 체포되는 경우는 없었지만 본인은 수시로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했다고 고백한다. 더 큰 문제는 챙겨주는 사람도 재활 프로그램을 권하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포주한테 '넘겨지는' 것이다. 이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한국은 다를까. '돈 쉽게 벌려고 그런 거니까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느냐' 등 한국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비난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찌들 대로 찌든 범죄자인 동시에 학대받고 조종 당한 피해자"라는 미국 지방 검사보 알리슨 제닝스(Allison Jennings)의 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업계는 오로지 여성의 약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 역시.

이 다큐멘터리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면 성매매 업계를 지탱하는 큰 축, 포주와 구매자들이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한다는 것이다. 1년에 50차례 이상 성을 구매한다는 노년의 남성은 이를 "행복을 추구할 권리"라고 표현한다. 인터뷰에 응한 포주 중 한명은 자신이 성노동 여성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강조해서 항변한다. 여성이 성매매 카르텔에 진입하고,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가 무엇이 중요할까.
 
그에 반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경찰에 의해 구출된 피해자들은 공포 혹은 자괴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한다고 한다. 아마 이 다큐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씁쓸한 단면이다. 한국에서도 남성 집단 내에서 성매매가 문제의식 없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 측면과 닮아 있기도 하다.
 
 <트릭 : 더 다큐멘터리> 스틸컷 중 일부.

영화 <트릭: 더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 Netflix

 
한국 사회에서도 그렇듯, 미국에서도 성매매 산업은 공권력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영화에서 덴버 지방검사인 미치 모리세이(Mitch Morrissey)는 "때로는 1급 살인사건보다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소를 해도 무효가 되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들(성매매 당사자)이 매춘부나 약물 중독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사건을 담당할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경찰과 협력한다면, 사건 해결이 좀 더 쉬워지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을 밝혀내는 데 있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사성)와 진실탐사그룹 '셜록', 그리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 뿌리 뽑히지 않았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4년째이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횡행하는 성매매 산업도 마찬가지다. 아직 우리는 이야기할 것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올해 '웹하드 카르텔'의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한 우리에게 남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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