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조연이 됐지만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역시 정규 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FA 최대어 양의지가 투·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가져갔고 정규 시즌 MVP 김재환도 생애 두번째 황금장갑을 수상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 허경민 역시 생애 첫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며 공수겸장 3루수임을 증명했다.

내년 시즌부터 스폰서와 팀명이 바뀌는 넥센 히어로즈도 골든글러브 시상식 단골손님다운 위용을 뽐냈다. 4번타자 박병호가 역대 4번째 황금장갑을 수상했고 20홈런 84타점의 유격수 김하성도 베테랑 김재호(두산)를 제쳤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타격왕 김현수(LG트윈스)를 제치고 프로 데뷔 2년 만에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얻었다. 반면에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는 김광현이 페어 플레이상, 한동민이 포토제닉상을 수상한 것에 만족했다.

10개구단 중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이 빈 손으로 돌아간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는 2개의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배출하며 '구도'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대호는 장종훈, 양준혁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개 포지션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개인 통산 6번째 황금 장갑을 차지했다. 그리고 롯데에 또 하나의 황금 장갑을 가져 온 선수는 골든글러브 단골손님 손아섭이 아닌 외야수 부문 2위로 당당히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월드스타' 전준우였다.

'신의 한 수'가 된 백업 3루수 전준우의 외야 전향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외야수 부문을 수상한 롯데 전준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10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외야수 부문을 수상한 롯데 전준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8.12.10 ⓒ 연합뉴스

 
경주고 시절 주로 유격수를 소화했던 전준우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입단 대신 건국대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3루수로 전향한 전준우는 성균관대의 모창민(NC다이노스), 단국대의 나지완(KIA 타이거즈)과 함께 대학 야구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덕분에 전준우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순번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상승했고 1억 원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시절엔 최고의 3루수였지만 2008년 롯데의 3루에는 이대호와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이 있었고 전준우는 백업경쟁에서조차 김민성(히어로즈), 정보명(동의대학교 감독)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4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후 당시 롯데를 이끌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외야 전향을 권유 받게 된다. 빠른 발과 타격의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외야 전향은 전준우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준우는 2010년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289 19홈런 16도루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롯데 외야의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2012년 타율이 .253로 급락했고 2013년 5월 1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뜻하지 않은 장면으로 '월드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전준우는 4-6으로 뒤지던 9회 1사 후 이민호의 빠른 공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전준우는 방망이를 멋지게 던졌고 덕아웃을 향해 손가락을 펼치며 홈런 뒤풀이를 했다. 하지만 바람의 영향을 받은 공은 NC 좌익수 박정준에게 잡히는 평범한 플라이가 됐고 전준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1루 베이스를 떠나지 못했다. 이 장면은 국내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다.

2014년 타율 .292 14홈런 66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전준우는 2014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전준우는 경찰 야구단에서 활약한 2년 동안 .360 이상의 타율과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1군 주전 선수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준우는 9월 3일 전역과 동시에 1군에 복귀했지만 25경기에서 타율 .253 2홈런 10타점에 그치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후보 쟁쟁했지만... 2018년 전준우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전준우, '롯데의 공격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무사에서 2루타를 친 롯데 전준우가 밝은 표정으로 1루 주루 코치 김민재를 바라보고 있다.

▲ 전준우, '롯데의 공격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무사에서 2루타를 친 롯데 전준우가 밝은 표정으로 1루 주루 코치 김민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전준우는 작년 시즌 개막 후 열흘 동안 타율 .387 4홈런 11타점 1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옆구리 근육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넘게 결장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복귀 후 롯데의 붙박이 1번 중견수로 활약했고 타율 .321 18홈런 69타점 76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전준우는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에서 타율 .348 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제 몫을 다 했다.

전역 후 다시 롯데 외야의 중심으로 떠오른 전준우에게 올 시즌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겼다. 롯데가 FA시장에서 민병헌을 4년 80억 원에 영입한 것. 조원우 감독은 좌익수 전준우, 중견수 민병헌, 우익수 손아섭으로 외야진을 재구성했다. 수비부담은 좌익수가 더 적지만 2010년 외야 전향 후 8년 동안 중견수로만 뛰었던 전준우에게 좌익수는 낯선 포지션이었다(물론 졸지에 자리를 빼앗긴 김문호와 비교하면 대단히 배부른 소리다).

.실제로 전준우는 4월까지 타율 .266 무홈런 4타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좌익수 변신이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5월부터 타격감을 부쩍 끌어 올린 전준우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월간 타율이 3할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난 9월 이후에는 34경기에서 11홈런 28타점 35득점을 몰아쳤다. 최종성적 타율 .342 190안타 33홈런 90타점 118득점. 손아섭의 4번째 최다안타왕 등극을 저지한 선수는 다름 아닌 팀 동료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올 시즌 최다안타와 득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골든글러브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성적을 보였지만 전준우의 수상은 쉽게 장담할 수 없었다. 올 시즌 외야에는 타격 1,3위의 김현수와 이정후, 40홈런의 김재환과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한동민(SK), 3할 30홈런 100타점의 제라드 호잉(한화 이글스) 같은 쟁쟁한 후보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준우는 김재환에게 단 한 표가 뒤진 165표를 얻으며 여유 있게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전준우는 수상소감을 통해 새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을 언급하면서도 팀을 떠나게 된 조원우 전 감독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7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준우는 2019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다. 만약 전준우가 내년에도 골든글러브를 받은 올해 못지 않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8주년 결혼기념일에는 아내에게 더욱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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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골든글러브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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