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위기에 빠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스릴러 영화는 종종 있었다. 폭력적이고 집착이 심한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가짜 죽음을 계획하는 <적과의 동침>이나 유령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공포영화광 살인자로부터 살기 위해 달아나는 <스크림>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할로윈>과 <도어락>, 올해 개봉한 이 두 편의 영화에서는 기존 스릴러와는 조금 다른 결을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스릴러 영화의 '공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주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는 위기의 상황에 그들을 몰아넣고 탈출하기 위해 분투를 하는 모습을 다룬다. 그들에게 위험은 예기치 못한 것이며 탈출하기 위한 방비가 되어있지 않은 급작스런 사건이다.

<맨 인 더 다크>를 예로 들자면 도둑질을 위해 노인의 집에 숨어든 빈집털이범들이 오히려 시각장애인 노인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몰리면서 긴장감을 자아낸다.
 
 <도어락> 스틸컷

<도어락>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반면 <도어락>의 주인공 조경민(공효진 분)은 자신에게 공포가 닥치기 전부터 이를 자각하고 있다. 그녀는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침입'의 공포를 느낀다. 1인 가구의 경우 자신이 집을 비우면 오직 도어락에 의존해 보안이 유지된다. 헌데 도어락은 번호를 안다면 누구나 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경민은 번호키를 자주 바꾸고 신발장에 남자구두를 놓아두는 등 평소 낯선 자의 침입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는 인물이다. 

허나 한밤중에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와 문 앞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에 그녀는 공포를 느낀다. 경민이 느끼는 공포는 1인 가구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최근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안전대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형 CCTV와 쉽게 뜯어지는 방범창, 출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출입구 보안시설은 경민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경민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닥쳐온 위기 앞에 얼어붙고 만다.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통을 겪은 인간은 이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 잠식당하기도 한다.

40년 만에 개봉한 오리지널의 속편 <할로윈>은 이런 사회 안전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의 사투를 보여준다. 40년 전 연쇄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로부터 살해당할 뻔했지만 살아남은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 분)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훈련에 매진한다. 주변 사람들은 마이클은 감옥에 갇혔고 영원히 나올 수 없으니 그만 잊으라 말하지만 그녀는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 트라우마의 원인은 마이클의 존재에 있다. 마이클을 조사한 한 전문가는 그는 악마라며 사형시켜야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술적인 연구와 호기심을 이유로 마이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할로윈> 스틸컷

<할로윈> 스틸컷ⓒ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언젠가 마이클이 감옥에서 탈출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로리를 그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학자와 연구자들은 마이클과 로리의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며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로리에게 마이클은 그저 공포이자 위협일 뿐이다. 이 공포와 위협을 사회는 완벽하게 제거해주지 못하기에 그녀는 집을 요새처럼 무장시키고 매일 사격 연습을 한다.

문제는 이런 로리의 공포가 가족을 괴롭혔다는 점이다.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딸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총 쏘는 법을 가르치며 훈련을 강요한다. 마이클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는 딸 캐런(주디 그리어 분)에게 부담이었고 결국 그녀는 어머니와 거리를 두게 된다. 로리는 딸 캐런과 손녀 빅키(버지니아 가드너 분)에게 계속해서 마이클이 지닌 위협을 경고하지만 그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영화의 공포는 견고하다 여겼던 사회의 안전망이 붕괴되는 순간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탈출한 마이클은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죽인다. 사회가 지닌 안전망으로 막아낼 수 없는 괴물은 위험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공포를 보여준다.

<도어락>의 조경민과 <할로윈>의 로리를 비롯한 세 모녀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닥친 위기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닌 이전부터 예측 가능한 위험이다. 

40년 전 연쇄살인범 마이클 마이어스는 체포되었으나 범죄자에 대한 안일한 생각 때문에 또 다른 희생자들을 만들어냈다. 경민의 무단침입 신고에 대해 "피해본 것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라"는 경찰의 말은 결국 경민의 주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두 영화는 범죄 예방을 위해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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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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