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 LOVE YOURSELF 轉 'Tear' > 4종류 표지

방탄소년단의 < LOVE YOURSELF 轉 'Tear' > 4종류 표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음반 < LOVE YOURSELF 轉 'Tear' >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발표된 제61회 그래미 시상식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Best Recording Package)'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그래미 주요 4개상(올해의 음반, 레코드, 노래, 신인상) 혹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Performer), 작사 및 작곡자(Songwriter), 프로듀서(Producer)에게 주는 시상 부문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제작된 '가요 음반'이 그래미 후보로 지명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주: 한국에서 제작된 음반 중 그래미 후보에 선정된 첫 작품은 지난 2011년 악당이반에서 발매된 국악 음반 < 정가악회 풍류 Ⅲ 가곡 >으로 이듬해 열린 제54회 그래미 베스트 서라운드 사운드, 월드뮤직 등 2개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았다.)

'베스트 앨범 패키지'로도 불리는 이 부문은 일반 음악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부문이다.  팝, 록, R&B 등 음악 장르 분야가 아닌 '시각 디자인'에 관점을 둔 탓에 전문 음반 수집가가 아니라면 주목도가 덜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1959년 4월 그래미 1회 시상식부터 존재했을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그래미 제정 첫회부터 시상... 프랭크 시내트라 최초 수상자

 
 그래미 베스트 앨범 패키지 부문 첫 수상작인 프랭크 시내트라의 < Sings For Only The Lonely > 발매 60주년 기념판 표지.  눈물 흘리는 광대로 분장한 프랭크 본인의 모습은 당시 이혼 등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미 베스트 앨범 패키지 부문 첫 수상작인 프랭크 시내트라의 < Sings For Only The Lonely > 발매 60주년 기념판 표지. 눈물 흘리는 광대로 분장한 프랭크 본인의 모습은 당시 이혼 등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패키지 부분은 그동안 몇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과거엔 클래식 음반과 NON-클래식음반(팝 음반)으로 구분해 시상하는가 하면 사진 부분과 그래픽 아트 분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팝+클래식, 커버 아트 및 사진 등 음반 패키지 디자인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시상으로 변경되었고 지난 1995년부턴 여러 장의 CD, LP가 담긴 전집류 음반(일명 '박스 세트')에 대해선 별도 시상인 '박스+스페셜 에디션 패키지(Best Boxed or Special Limited Edition Package)' 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문의 후보 지명 및 수상자는 가수가 아닌, 오직 아트디렉터의 몫이다. 그래서 그동안 수상자를 살펴보면 그래픽 아티스트, 혹은 사진 작가, 전문 커버 아트 디자이너가 차지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초창기 시상식에선 존 버그(1960-80년대 컬럼비아 레코드 소속 디렉터), 클래식 음반 제작자인 마크 슈월츠와 로버트 M.존스 등이 단골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 부문 첫번째 수상자는 놀랍게도 당시 미국 최고 연예인이던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였다.  'Angel Eyes', 'What's New' 등 스탠다드 고전이 대거 수록된 그의 1958년 걸작 음반 < Sings For Only The Lonely >의 아트디렉터로 프랭크 본인의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작가, 분장 등을 담당한 이들은 따로 있었지만 눈물 흘리는 광대의 모습을 구상한 건 프랭크 시내트라였다. 당시 할리우드 톱스타 에바 가드너와의 결혼이 파국을 맞는 등 개인적 어려움에 직면한 자신의 모습을 빗대 표현하면서 < Sings For Only The Lonely >이 전하려는 주제를 음악 뿐만 아니라 표지를 통해서도 극명히 드러낸다.

록 음악 전문 디자이너 작업 외면... 이로 인한 비판론도 대두

 
 힙노시스가 디자인한 핑크 플로이드의 < Wish You Were Here >, 레드 제플린의 < In Through The Out Door >, 앤디 워홀이 작업한 롤링스톤스의 < Sticky Fingers >. 음악성 뿐만 아니라 커버 아트 디자인도 찬사를 받았지만 그래미 수상에는 실패했다.

힙노시스가 디자인한 핑크 플로이드의 < Wish You Were Here >, 레드 제플린의 < In Through The Out Door >, 앤디 워홀이 작업한 롤링스톤스의 < Sticky Fingers >. 음악성 뿐만 아니라 커버 아트 디자인도 찬사를 받았지만 그래미 수상에는 실패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보수적인 그래미의 시각은 이 부문 시상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1970년대엔 당시 음악계를 휩쓸던 하드 록,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들의 표지를 단골로 제작하던 영국의 창작집단 힙노시스(Hipgnosis) 작품들은 여러 차례 후보 지명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수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반을 넘어 당시 현대 미술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합노시스가 작업한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음반 표지는 내용물과 더불어 그래미의 차별을 받은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심지어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 전문 디자이너 로저 딘(예스, 아시아, 유라이어 힙 담당)등은 아예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하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이밖에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롤링 스톤즈의 < Sticky Fingers > 역시 기발한 아이디어(초판 LP에 한해 청바지 지퍼를 열면 풍선이 등장하는 방식으로 제작)에도 불구하고 수상에는 실패했다.

1990년대 이후 가수 직접 수상 급증... 디자인에 적극 참여
 
 수잔 베가, 조니 미첼, 메탈리카 등은 아트 디자인에도 적극 참여해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그래미 베스트 앨범 패키지 부문 상을 직접 수상하기도 했다.

수잔 베가, 조니 미첼, 메탈리카 등은 아트 디자인에도 적극 참여해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그래미 베스트 앨범 패키지 부문 상을 직접 수상하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전문 디자이너 및 작가들의 영역이던 앨범 패키지 부문에도 1990년대 이후 변화의 조짐이 목격된다. 바로 해당 음반을 만든 가수, 그룹 멤버들이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올리면서 후보 지명 및 수상을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수잔 베가를 시작으로 조니 미첼, 애니 디프랑코, 에이미 만 등 싱어송라이터들을 비롯해서 제프 에이먼트(펄 잼) 아담 존스(툴) 등 록밴드 멤버들도 다수 수상한 바 있다. 헤비메탈의 대명사 메탈리카는 지난 2008년 < Death Magnetic >을 통해 아예 팀 이름으로 단체 수상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음반 표지 및 각종 디자인 역시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활용하는, 음악을 담아내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실물 음반 여전히 중요시하는 그래미만의 가치 판단

 
 방탄소년단의 음반 < LOVE YOURSELF 轉 'Tear' >에 각각 실린 포토카드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이와 같은 완성된 그림이 펼쳐진다.

방탄소년단의 음반 < LOVE YOURSELF 轉 'Tear' >에 각각 실린 포토카드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이와 같은 완성된 그림이 펼쳐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특유의 보수성으로 비판 받는 그래미지만 시상식이 생긴 이래 지난 60년간 음반 디자인에 대해 시상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나름 시사하는 점이 크다. 가수 및 연주자 외에 대중들에게는 거의 노출되지 않는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하는 다수의 인력에 대해서도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로지 가수에게만 모든 상이 몰리는 한국의 각종 가요시상식과는 대비를 이룬다.

그래미는 오디오북 처럼 상업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녹음 분야(Spoken Word)에 대해서도 시상을 하고 있고 음반 해설지 작성 부문도 상을 수여할 만큼 음반에 대한 상당수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음반의 판매가 대폭 줄어들고 디지털 음원 구매가 대부분이 요즘 같은 시대에 음반 디자인 관련 상을 폐지하지 않고 여전히 유지한다는 건 CD, LP 등 실물 음반의 가치를 여전히 높이 평가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비록 '패키지' 부문 특성상 시각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지만 음반의 내용물인 음악(노래)의 가치도 암묵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쳐왔다. 그간 이 부문 수상작 혹은 후보작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후대에도 명작 음반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디 갈란드의 < Judy At Carnegie Hall >(1962년 수상),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 People >(1965년 수상) 비틀스의 < Revolver >(1967년 수상), <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8년 수상), 라디오헤드의 < Amnesiac > (2002년 수상) 등은 그 좋은 사례로 언급할 만 하다.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다른 시상 부문에선 아쉽게도 찾아 볼 수 없지만 이번 패키지 부문을 첫 걸음 삼아 차근차근 도전에 나선다면 그들의 작업물이 중요 부문에 선정되는 꿈 같은 일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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