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어락> 장면

영화 <도어락> 장면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핵가족, 1인 가구 시대의 안전장치 도어락

우리는 안전하게 살고 있는 걸까. 과거엔 대가족 중심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한 가구에 많은 사람이 같이 살았다. 이 시기는 많은 가족들이 서로를 지켜보고 보호했기 때문에 진정으로 집이 안전하다고 느꼈던 시기인지도 모른다. 최근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위주의 원룸 주택들을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혼자 살기 때문에 도난이나 타인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늘 마음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거나 지나가는 소리가 나면 일단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핀다.

현 시대에는 거의 대부분의 집에서 자물쇠 대신 도어락을 사용한다. 도어락은 열쇠를 이용하지 않고 숫자나 지문을 통해 현관문을 잠글 수 있는 디지털 잠금장치다. 대부분의 가구는 이 도어락이 안전하다고 믿고 어느 정도는 안전성이 보장되는 편이다. 그래서 1인 가구들도 입구 보안을 도어락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도어락을 아무 의심 없이 이용할 때 발생한다. 

1인 여성 가구의 관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화

영화 <도어락>은 1인 가구, 특히 혼자 사는 여성에 집중하는 영화다. 계약직 은행원 경민(공효진)은 은행에 출퇴근하면서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이다. 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방에 남자 신발을 놓아두고, 빨랫대에는 남자 속옷을 걸어둔다. 누군가 같이 있다는 인상을 주면 집에 누군가 함부로 침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꾼다. 경민의 이런 행동은 영화 속에서 조금 과한 듯 묘사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영화는 1인 가구 여성의 관점에서 스쳐 지나가는 주변이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지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어두운 밤 골목집에 돌아가는 길에 뒤에서 걸어오는 발걸음이 들리면 발걸음이 빨라지고, 도어락 번호를 누를 때 주변에 누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한 후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간다. 그리고 주변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서둘러 얼버무리는 듯 대답하고는 곧장 집을 향한다. 이런 실감 나는 묘사들은 그들이 평소에 일반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을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한다.

 
 영화 <도어락> 장면

영화 <도어락> 장면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는 경민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세세하게 보여주는데, 그는 이 시대의 주로 20~30대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인 어려움을 대표하고 있다. 경민은 계약직 직원으로 은행에서 가장 말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신의 주장보다는 상급자나 동료의 말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소극적인 캐릭터다. 그는 영화 전반에 걸쳐 불만을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으며, 문제를 일으킬 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최대한 억누른다. 영화 중반 무기 계약직 전환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에도 그저 말없이 짐을 싸서 사무실을 나서는 모습은 그의 사회적 성향을 바로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생활비 부족과 빚에 허덕이면서도 계속 자신을 억누르며 혼자 괴로워한다. 그래서 그에게 닥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사회적인 편견까지 곁들여진다. 누군가 도어락을 마구 눌러대는 소리에 경찰에 신고하면 일단 거짓말로 의심받고 사건이 발생한 후에 신고하라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이는 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찰의 태도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경찰은 최대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범죄 발생을 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도어락> 속의 공권력은 혼자 사는 여성인 경민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오히려 의심하는 태도로 사건을 크게 만든다. 

경민이 겪는 사회적 공포와 상황적 공포

영화는 경민이 처한 주변 상황을 보여주고 그 캐릭터가 얼마나 주변을 경계하고 조심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단 한 번의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로 시작되는 경민의 공포는 우리 모두가 평소에 만나고 싶지 않은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위기에 처할 때, 보는 관객들도 광장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을 굉장히 긴장감 있게 그린다.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도어락을 손쉽게 열고, 미리 집에 숨어있다 집주인이 돌아오면 갑자기 나타나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은 충격적이고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모습이다. 경민과 같이 주변을 최대한 경계하고 점검하고 살더라도 이런 식으로 도어락을 통한 칩입이 쉽다면 범죄에 완전히 대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영화 <도어락> 장면

영화 <도어락> 장면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경민의 시선에서 주변 남자들은 모두 의심스러운 존재다. 이는 경민 특유의 경계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남자는 어느 정도는 경계해야 할 존재로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른다. 보편적인 주변의 남자들을 미리 범죄자로 인식하고 기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과 경계심이 더욱더 그런 생각들을 견고하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영화 속 경민은 실제로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위치에서 사회 안전망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 그는 확실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의지할 가족도 가까운 곳에 없는 상황이다. 즉, 그의 위치는 여러모로 타인에게 공격받기 쉽다.

경민은 가장 친한 동료인 또 다른 계약직 직원 효주(김예원)와 가장 많은 교류를 하게 되는데, 결국 영화 속에서 가장 가까운 두 명의 계약직 직원은 서로를 의지하여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선다. 결국 사회 안전망을 통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1인 가구들은 그들 자신의 힘으로 닥쳐오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배우 공효진은 이 영화의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양한 표정으로 표현한다. 영화 전반에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긴장감을 억누르던 그는, 영화 중반을 넘어갈수록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결국 영화 종반에 억누르던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막스 장면들은 결국 경민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지켜냈다는 것 때문에 공포스런 상황과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와 안도감을 들게 한다. 

영화 <도어록>은 전개가 예측 가능하고 전형적이지만 무엇보다도 1인 여성 가구가 겪는 현실을 공포 스릴러 형태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어락 공효진 공포 스릴러 1인여성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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