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대구FC가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안드레 감독이 이끄는 대구FC는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후반에 터진 김대원과 세징야, 에드가의 연속골에 힘입어 울산 현대에게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5일 울산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둔 대구는 안방에서 대승을 거두며 합계스코어 5-1로 FA컵 우승을 확정 지었다. FA컵 우승팀에게는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진다.

대구 우승의 일등공신은 브라질 출신의 측면 공격수 세징야였다. 정규리그에서도 1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도움왕 타이틀을 따낸 세징야는 FA컵에서 4골을 터트리며 3골을 기록한 팀 동료 에드가를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대구에게 이번 우승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따낸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성과였다. 2002년 12월 팀 창단 이후 16년 만에 차지한 공식대회의 첫 우승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감독 비리와 2부리그 강등, 쉽지 않았던 시민구단의 생존기

대구FC는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주 공모를 통해 창단한 구단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이후 불어 닥친 축구 열풍에 힘입어 그 해 12월 공식 창단했고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 4강의 주역 박종환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하며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했다. 하지만 K리그 첫 시민구단의 힘찬 발걸음은 기대만큼 순조롭지 못했다.

대구는 창단 4년째가 되던 2006년 정규 시즌 7위에 올랐지만 계약이 만료된 박종훈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2006년12월 스타 플레이어 출신 변병주 감독이 2대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변병주 감독은 2009년11월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에이전트와의 비리가 적발돼 불명예 퇴진했다(변병주 감독은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된 지도자가 됐다).

대구는 변병주 감독 사퇴 후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모아시르.페레이라를 포함해 4명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늘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 영입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산드로,에닝요,조나탄 등 남다른 안목으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도 1~2년 활약 후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구에게 '외인 사관학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13위에 머무르며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대구는 첫 해 평균관중 966명의 수모를 씻고 3년 만에 다시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2016년 K리그 챌린지 우승팀 안산 무궁화가 연고지 문제로 승격이 불발되면서 2위 대구가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승격이 확정됐다. 대구는 2016년8월 이영진 감독(현 베트남 대표팀 수석코치) 대신 감독 대행을 맡은 손현준 감독 부임 후 9승4무3패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대구는 작년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8위를 기록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작년5월 감독대행 부임 후 9승11무6패로 대구의 잔류를 이끈 안드레 감독은 그 해 11월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대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렸던 올 시즌 러시아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14경기에서 1승4무9패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구에게 월드컵이 끝난 후 커다란 반전이 찾아올 거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FA컵 우승으로 대구스타디움과 아름다운 마무리

11명의 선수가 필드에서 뛰는 축구에서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가 한 명 있다고 해서 팀 전력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그 선수의 존재가 팀 동료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박지성이라는 든든한 캡틴의 존재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한국 대표팀이 좋은 예다.

스타 기근에 시달렸던 대구도 러시아 월드컵 이후 조현우 골키퍼라는 전국구 스타 플레이어를 거느리게 됐다. 월드컵 독일전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 골키퍼는 소속팀 복귀 후 경기마다 많은 관중들을 몰고 다녔고 이는 동료 선수들의 사기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그 결과 대구는 월드컵 휴식기 이후 24경기에서 13승3무7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하위 스플릿 1위에 해당하는 7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대구는 FA컵을 통해 2018년의 기적을 완성했다. K리그1 소속팀 자격으로 본선 32강에 직행한 대구는 용인대와 양평FC, 목포시청 등 K리그3팀과 내셔널리그 팀들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대구는 전남 드래곤즈와의 4강에서도 경기 초반에 터진 에드가와 김대원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남의 추격을 뿌리치고 2-1로 승리했다. 결승 상대는 올해 K리그1 3위팀이자 전년도 챔피언 울산. 대구는 사상 첫 FA컵 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홈앤 어웨이로 치러진 결승에서 대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들었다. 대구는 2013년 이후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 없던 울산을 상대로 원정 1차전에서 선취골을 허용하고도 2-1로 역전승을 따냈다. 기세가 오른 대구는 안방에서 열린 8일 2차전에서도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구단 중에서 가장 먼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당시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한 대구스타디움과의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대구는 내년 시즌부터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 49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한 대구 포레스트 아레나(가칭)를 새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고 지나치게 규모(6만6000석)가 컸던 대구스타디움에 비해 교통도 편리하고 규모(1만2000석)도 아담한 축구 전용경기장이다. 내년 시즌에도 대구의 선전이 이어진다면 내년 대구의 새 홈구장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축구팬들이 늘어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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