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세번째 골을 넣은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2.8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 세번째 골을 넣은 대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2.8ⓒ 연합뉴스

 
대구가 구단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중심에는 세징야의 놀라운 퍼포먼스가 있었다.

대구 FC가 8일 오후 1시 30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울산 현대를 3-0으로 완파하며 합산 스코어 5-1로 울산을 누르고 FA컵의 최종 승자로 등극했다.

2003년 창단한 대구는 이번 FA컵 우승으로 각종 대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아울러 대구는 FA컵 우승팀으로서 내년 열리는 2019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도 획득하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대구의 우승 행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은 단연 세징야였다.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결승전 포함 FA컵에서만 5골을 잡아낸 세징야는 득점왕을 비롯해 대회 MVP까지 수상하며 이번 FA컵을 완전히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결승전은 세징야의 쇼타임이었다. 대구는 객관적 전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파이브백을 기반으로 역습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우수한 공격 자원을 보유한 울산은 대구의 밀집 수비를 기어코 뚫어냈다. 결승 1차전 후반 5분 황일수의 정확한 중거리 슈팅이 조현우를 지나 골망을 갈랐다. 세간의 예상대로 울산이 FA컵 2연패를 달성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 순간 세징야가 등장했다. 울산이 선제골에 취해있던 후반 6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울산 미드필더들의 실수를 틈타 공을 잡은 세징야는 과감히 전진했고, 수비수 강민수를 앞에 두고 정밀한 오른발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세징야 덕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대구는 그대로 선수비-후역습 전략을 유지했고, 후반 막판 터진 에드가의 헤딩골로 역전에 성공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1차전에 세징야에게 호되게 당한 울산은 2차전에서는 중원에 기동성이 좋은 이영재를 투입하며 대비책을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차전에서도 세징야는 후방에서 넘어오는 공을 잡고 여유롭게 울산 수비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세징야의 월등한 개인 기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파울 뿐이었다. 울산은 승리를 위해 지속적인 공격이 필요했지만, 세징야의 효율적인 역습 플레이에 온전히 공격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종일관 울산을 괴롭히던 세징야는 기어코 골도 넣었다. 후반 14분 김대원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조급함을 느끼던 울산의 약점을 파고 들어 쐐기골을 박았다. 박용우의 실책으로 공을 낚아챈 세징야는 가볍게 추가골을 터뜨렸다. 울산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박살내는 사실상의 결승골이었다. 대구는 경기 막바지에 에드가의 쐐기골까지 엮어 완벽한 우승을 자축했다.

최초·최다의 주인공, 대구의 살아있는 전설 세징야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FC 세징야가 MVP를 수상하고 있다. 2018.12.8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대구FC 세징야가 MVP를 수상하고 있다. 2018.12.8ⓒ 연합뉴스

 
이번 우승으로 세징야는 부정할 수 없는 대구의 전설이 됐다. 대구의 수많은 '최초'와 '최다' 기록을 보유한 세징야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먼저 앞서 언급한 세징야의 FA컵 MVP 수상은 대구 역사에 있어서 최초의 사건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만 11도움을 올린 세징야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아길라르(10도움)를 제치고 도움왕에 등극했다. 2004년 홍순학에 이어 대구 역사상 두 번째 도움왕이자, 현 12개 구단 체제에서는 첫 번째 수상이다.

또한 세징야는 대구 16년 역사상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한 선수다. 2016년 대구에 합류한 세징야는 3년 동안 리그에서만 26골(K리그1 15골, K리그2 11골)과 26개의(K리그1 18도움, K리그2 8도움) 도움을 만들며 52개의 공격포인트를 양산했다. 득점은 조나탄(K리그2 40골)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고 어시스트는 독보적인 1위다.   

사실 세징야는 공격포인트로만 설명이 불가능한 선수다. 최근 3년 간 대구의 공격을 홀로 이끌었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펼쳐왔다. 세징야는 공을 쉽게 잃지 않고 동료의 움직임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자신의 공격포인트를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몸을 부딪친다. 세징야가 K리그에서 받은 2번의 레드카드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시즌이 세징야 K리그 경력의 하이라이트였다. 세징야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은 전반기 대구의 승점은 고작 7점(1승 4무 9패)에 불과했다. 강등이 유력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세징야가 컨디션을 되찾자 반전이 시작됐다. 대구는 후반기에만 승점 43점(13승 4무 7패)을 쓸어담으며 안정적으로 리그 7위에 안착하며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세징야와 함께 2년 연속 K리그1 잔류와 동시에 FA컵 챔피언까지 차지한 대구의 2018년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대구는 내년 새롭게 개장하는 포레스트 아레나(가칭)에서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세징야가 팀에 그대로 남는다면 다음 시즌에도 대구의 에이스는 역시 세징야일 것이다. 대구 입단 인터뷰에서 "대구에서 역사를 쓰고 싶다"던 세징야의 포부는 이제 희망을 넘어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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