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의 퇴행은 계속되고 있다

<아는 형님>의 퇴행은 계속되고 있다 ⓒ JTBC

 
JTBC <아는 형님>은 2015년 12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벌써 3년째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엄격한 성과주의에 의해 존폐가 갈리는 살벌한 예능판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실제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아는 형님>은 장수 예능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아는 형님>이 단순히 버티기만 했던 건 아니다. 4~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의 높고 안정적인 시청률은 이 프로그램의 두터운 인기를 잘 보여준다. 11월 5주차 '비드라마 TV 화제성'에서 2위를 차지(굿데이터코퍼레이션)하고, '2018년 1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5위를 기록(한국갤럽) 하는 등 <아는 형님>은 각종 조사에서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JTBC의 간판 예능을 넘어 국민적 사랑을 받는 예능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사랑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최악'으로 소개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는 형님>이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을 뿐더러 탄탄한 팬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비판하기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는 형님>이 2018년 최악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시청자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반성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아는 형님>의 한 장면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아는 형님>의 결정적인 실책은 '신정환'을 섭외한 일이었다. 제작진은 지난 12월 1일 <룰라> 편을 기획하면서 김지현, 채리나과 함께 신정환을 불러들였다. 문제는 대중들이 신정환에 대한 분노를 풀지 않고 있었다는 데 있다. 신정환이 불법 원정도박으로 자숙에 들어간 지 7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동일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에 비하면 훨씬 더 긴 근신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신정환의 경우 재범(再犯)일 뿐더러, 대중들이 그를 거부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가 '뎅기열 사건'으로 대표되는 기만과 우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는 형님>은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했어야 마땅했다. 신정환을 섭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항의가 빗발쳤다. 포털 사이트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여론은 뜨겁게 분노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놀랍게도 <아는 형님>은 신정환의 출연을 강행했다. 

그 정도의 반발이 있으면 제작진은 섭외를 취소하고 사과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아는 형님>은 대중의 반응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시청자들은 시청 거부로 맞섰다. (해당 방송은 2.1%에 그쳤는데,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과 겹쳐 진정한 성과를 확인하긴 어렵다.) <아는 형님>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중들에 맞서 싸우는 모양새를 취했다. 도대체 그들에게 신정환의 출연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었던 것일까.
 
 <아는 형님>의 한 장면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아는 형님>은 2016년 3월 '형님 학교'라는 포맷을 취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MC와 게스트들이 학교를 배경으로 교복을 입고 서로 반말을 나누며 '노는' 것이 주 설정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아는 형님>은 반전에 성공하며 높은 인기를 얻게 됐다. 콩트에 최적화된 멤버들이 하나 둘씩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한편, 초대받은 게스트들의 활약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그런데 유독 '여성 게스트'가 출연할 때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강호동, 서장훈, 김영철, 이수근, 김희철, 민경훈, 이상민 등 죄다 '아저씨'들로 구성된 MC들은 여성 게스트(특히 여성 아이돌)가 출연하기만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응한다. (레드벨벳 편) 그 반응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불편하기까지 하다. 이상형을 고르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할 수 없으니, 원하는 시아버지의 외모를 고르라며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식이다. (트와이스 편) 
 
 <아는 형님>의 한 장면

<아는 형님>의 한 장면 ⓒ JTBC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 게스트들의 외모와 몸매를 품평하고, 어떨 때는 스킨십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우격다짐으로 러브라인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성희롱적 발언까지 난무한다. 반면, '셀럽파이브'가 출연했을 땐 대놓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가발이 왜 똑같아?", "봉선이 최근에 일부러 살을 찌우고 있는 거야?", "영미는 원래 이렇게 말랐나?"라는 MC들의 얼평(얼굴 평가)과 몸평(몸매 평가)이 잇따른다.

그 상황 속에서 여성 게스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떼를 쓰는 MC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뿐이고, 그 방법은 미소와 애교로 제한된다. <아는 형님>은 이러한 구도를 아예 시스템화 해버렸다. 그런가 하면 남성 게스트가 나왔을 땐 '야동'으로 합심하며, 남자들끼리의 진한 우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빅뱅 승리와 그룹 아이콘 편) 이렇듯 여성을 대상화하는 <아는 형님>의 웃음 문법은 변함이 없고, 오히려 더 공고해지고 있다. 

<아는 형님>은 2018년 현재 남성 중심 예능판의 정점이다. 진짜 문제는 그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신정환의 섭외에 항의하는 시청자들을 무시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는 형님>의 위태로운 질주, 아니 위태로운 퇴행은 2019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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