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플레이앤씨, 달 컴퍼니


"여성으로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배우들은 여배우만으로 구성된 뮤지컬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는 기대감에 매우 상기된 모습이었다. <베르나르다 알바> 열풍에 이어, '여성 뮤지컬은 흥행이 안 된다'는 징크스를 이들은 또 한 번 깰 수 있을까.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 BBCH홀에서 진행된 <메노포즈>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이경미, 문희경, 신효범, 김선경, 유보영, 조혜련, 황석정, 홍지민, 백주연, 주아, 장이주, 박준면과 이윤표 연출이 참석했다.
 
개그우먼 이영자, 김숙, 가수 노사연 등 톱스타들이 거쳐 간 <메노포즈>는 갱년기를 맞은 중년기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로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메노포즈>는 이번에도 조혜련, 홍지민, 이경미, 신효범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뮤지컬 <메노포즈> 프레스콜이 영상은 뮤지컬 <메노포즈> 프레스콜 현장을 담고 있다. (취재 : 오수미 / 영상 : 정교진)ⓒ 정교진

 
이윤표 연출은 캐스팅 당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중년 여배우 총 출동이라도 불러도 될 만큼 화려한 캐스팅인 만큼 연습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 그는 "모두 센 (이미지의) 배우들이지 않나. 나도 고민을 많이 했고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함께 연습해보고 깜짝 놀랐다. 많이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조혜련도, 신효범도 모두 천사였다. 역할마다 3명씩 캐스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자신의 개성을 살려 잘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플레이앤씨, 달 컴퍼니

 
여성 캐릭터만으로 구성된 <메노포즈>에는 총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최근 여성 호르몬의 이상으로 우울증이 생긴 '전업 주부'(이경미/조혜련/박준면)와 사업적으로 성공했지만 점점 늘어나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전문직'(문희경/신효범/홍지민), 우아해보이려고 나이와 투쟁 중인 한물 간 연속극 '배우'(김선경/백주연/주아) 그리고 교외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남편과 함께 살지만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주부'(유보영/황석정/장이주)다.

2005년 초연에 참여한 뒤 13년 만에 다시 <메노포즈>에 출연하게 된 이경미는 그동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때는 갱년기나 폐경기에 대해 몰랐다. 2018년이 돼서 중년의 여배우가 많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뮤지컬에 나이 많은 여배우가 많지 않았다. 어린 내가 하게 됐는데, 그때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하고 공연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13년이 흐르니까 이제 예전에는 쉽게 얘기하지 못했던 걸 후배들과 이야기하고 나누게 되더라.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2006년 두번째 시즌부터 꾸준히 이 작품에 참여한 홍지민 역시 12년 동안 달라진 게 많다고 했다. 홍지민은 작품 제의가 왔을 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메노포즈>를 다시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출산을 하고 30kg을 감량했다. '이 타이밍에 굳이 갱년기를 다룬 뮤지컬을 해야 하냐'는 주변의 만류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굉장히 사랑한다. 여성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30대 어린 나이에 이 작품에 참여할 때는 많이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내년이면 47살이 된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이제 예전보다는 여유있고 편안하게 연기한다. 이번에도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플레이앤씨, 달 컴퍼니

 
조혜련에게 <메노포즈>는 지난해 <넌센스2>로 뮤지컬에 첫 도전한 이후 맞는 두번째 작품이다. 그는 "'아나까나' 이후 노래한 적이 없는데 내게 또 다시 뮤지컬의 기회가 오게 돼 기쁘다"라며 "노래가 23곡인데 60% 이상 다른 배우들과 함께 노래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노래가 많이 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러다가 곧 개그계의 옥주현이 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들에게 <메노포즈>는 여배우들만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어 보였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남배우들 위주로 구성되는 데다 '여배우들 위주의 작품은 흥행하기 어렵다'는 징크스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최근 공연계는 변하고 있다. 올해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여배우들만으로 구성된 뮤지컬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황석정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고백했다.

"두 작품을 연이어 출연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다 알바>를 할 때도 배우들이 굉장히 두려워 했다. '사람들이 올까', '관심있어 할까'. 그런데 정말 많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사랑해줬다. '시대가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여성으로서 우리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 우리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남성 권력 횡포와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의 100년 전 삶을 그렸다면, <메노포즈>는 서로 숨기고 있었던 아픔을 꺼내놓고 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는 선언을 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러브유어셀프'다. 방탄소년단(이 생각난다). 올해 연말이 여성에게 뜻깊은, 여성들이 부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다."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뮤지컬 <메노포즈>의 공연 장면.ⓒ ㈜플레이앤씨, 달 컴퍼니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갱년기를 겪는 중년 여성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은 넘버 '갱년기'부터 '세월 흘러가네' '잠을 못 자' '푹푹 살이 찌네' 등 총 6곡이 공연됐다. 'Only you' 'YMCA' 'New attitude' 등 1960~80년대 팝송을 개사한 넘버가 흥을 돋워, <보헤미안 랩소디>에 이어 또 한번 중장년층의 올드팝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은 '메노포즈'(갱년기)를 겪는 중년 여성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이 공연을 꼭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경은 "여자가 갱년기를 겪으면, 남자도 같이 힘든 시기를 겪는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계신 선배 배우가 '와이프에게 갱년기가 오니까 내가 못 살겠더라'고 고백하더라. 여러분의 가정을 위해 갱년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내 옆에 아내를 이해하기 위한 공연이니 많이 봐 달라"고 말했고 황석정 역시 "내 인생의 반을 함께한 여성 혹은 나를 낳아준 여성이 가진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남자로서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남자들이 이 공연을 꼭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뮤지컬 <메노포즈>는 내년 1월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는 한 끗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더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