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은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히어로즈의 외야수 고종욱이 SK 와이번스로, SK의 외야수 김동엽이 삼성 라이온즈로, 삼성의 포수 이지영이 히어로즈로 각각 이적하는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 나오지만 KBO리그에서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은 사상 처음 나온 일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트레이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종욱과 김동엽, 이지영은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거나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와 동시에 올 시즌 소속팀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삼각 트레이드는 각 구단이 서로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움과 동시에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3년 연속 3할 타율에 빛나는 고종욱, SK에서 새로운 경쟁 돌입

 
 넥센 히어로즈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된 고종욱 선수

넥센 히어로즈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된 고종욱 선수ⓒ 넥센 히어로즈

 
2011년 프로에 입단한 고종욱은 2013년 상무 전역 후 습관성 어깨 탈구 수술을 받으며 2014년 단 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15년 히어로즈의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한 고종욱은 3년 연속 3할 타율과 120개 이상의 안타, 50개 이상의 타점, 15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6년에는 타율 .334 8홈런72타점 92득점 28도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 중견수 임병욱와 좌익수 이정후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서 고종욱의 입지는 예년에 비해 다소 줄어 들었다. 신예 김규민의 등장 역시 고종욱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었다(고종욱은 어깨가 약한 편이라 우익수 수비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결국 고종욱은 들쭉날쭉한 출전기회 속에 타율 .279 92안타 6홈런 54타점 47득점으로 주전으로 등극한 2015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경기 1타수 무안타,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 5타수 1안타 2삼진에 그친 고종욱은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물론 SK에는 김강민, 김재현, 노수광, 정의윤, 정진기, 한동민 등 외야 요원들이 상당히 풍부한 편이다. 경우에 따라 외국인 선수 제이미 로맥도 코너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고종욱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2015~2017년 동안 매년 .450이 넘는 장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호리호리한 체격과 많은 도루 숫자 때문에 '똑딱이'로 오해 받지만 통산 장타율이 .443에 달할 정도로 의외의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 히어로즈 시절에 보인 정확성을 유지한 채 인천SK 행복드림구장의 기운을 얻어 장타까지 늘어난다면 고종욱은 SK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타자로 활약할 수 있다.

팀 홈런 9위 사자군단에 합류한 27홈런의 20대 젊은 거포
 
 SK 와이번스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된 김동엽 선수

SK 와이번스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된 김동엽 선수ⓒ SK와이번스


2009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전체 86순위)로 SK에 지명된 김동엽은 한화 이글스의 주전 포수였던 김상국의 아들로 더 유명했다. 하지만 입단 첫 해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6 6홈런26타점 OPS .877로 남다른 타격재능을 뽐내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김동엽은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한 작년 시즌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하며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77 22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김동엽은 올 시즌에도 27홈런 76타점으로 SK 외야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잡았다. 김동엽의 27홈런은 홈런군단 SK 내에서도 로맥(43개), 한동민(41개), 최정(35개)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홈런이다. 게다가 186cm 101kg의 거구임에도 올 시즌 도루가 11개였을 정도로 의외의 빠른 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김동엽에게는 폭발적인 장타력에 가려진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심각한 선구안이다. 김동엽은 올해 .285의 출루율로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의 선수 중에서 가장 출루율이 낮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에서 시즌 출루율이 3할이 채 되지 않는 유일한 선수가 바로 김동엽이다. 득점권 타율 .330에 30개 가까운 홈런을 때려 낸 20대의 거포 외야수가 트레이드 카드로 쓰인 이유다.

김동엽의 새 소속팀 삼성은 올 시즌 146개의 팀 홈런으로 10개 구단 중에서 9위에 머물렀다. 시즌 20홈런을 넘긴 선수가 4명이었지만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를 제외하면 타석에서 확실한 무게감을 줄 수 있는 거포형 타자가 부족했다. 이런 삼성에 2년 연속 20홈런 70타점을 기록한 김동엽의 가세는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다. 삼성이 왕조 시대의 주전 포수를 포기하면서까지 김동엽을 영입한 이유다.

우승 경험 3회의 베테랑 포수 이지영, 유망주 주효상의 멘토 될까

비록 2008년 육성 선수로 힘들게 프로에 입문했지만 이지영은 3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하며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들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다.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내고 상무에 입단해 군복무를 마친 이지영은 2012년 진갑용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진갑용이 일선에서 물러난 2013년부터 삼성의 주전 마스크를 쓴 이지영은 삼성의 통합 4연패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빛나는 '왕조시대'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주전 도약 첫 해 .238에 머물렀던 타율도 2014년 .278, 2015년 .305로 상승하며 타격에도 점점 눈을 뜨고 있다고 평가 받았다. 삼성팬들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명포수 버스터 포지를 빗대 이지영에게 '버스터 포지영'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삼성이 2년 연속 9위에 머무르며 부진했고 이지영도 2017년 타율이 .238로 떨어지며 슬럼프를 겪었다. 이에 삼성에서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 강민호를 4년80억 원에 영입했다. 이지영은 올 시즌 .343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강민호의 백업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비록 삼성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히어로즈에서 이지영의 입지는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히어로즈의 안방을 책임졌던 김재현이 상무에 지원하며 포수 자리에 큰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에 1군에서만 737경기를 출전한 이지영의 경험이라면 유망주 주효상이 성장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물론 이지영에게도 이번 이적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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