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FC가 흔들리고 있다. 첼시는 지난 6일 새벽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와의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2-1로 패했다. 첼시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 11월 25일 토트넘 홋스퍼 FC와의 경기에서 참패한 후 이어진 풀럼 FC전에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상대적 약체인 울버햄튼에게 잡히며 다시 기세가 꺾이게 되었다.

첼시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맨체스터 시티 FC, 리버풀 FC와 함께 우승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점점 공격이 단조로워지고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토트넘이 지난 라운드에서 아스널 FC에게 발목을 잡힌 덕에 리그 3위로 올라섰지만 이번 라운드 패배로 다시 4위로 내려갔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유지한 첼시는 현재 5위 아스날과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4위에 올라 있다.

많은 팬들은 첼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측면 수비를 지적한다. 현대 축구에서 좌우 풀백들은 공격의 핵심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적인 수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호르디 알바,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루, 유벤투스의 알렉스 산드로 등은 모두 공격적인 수비수들이다.

그러나 첼시의 풀백들은 공격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첼시의 좌우 측면 수비는 마르코스 알론소와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담당하고 있다. 보통 알론소가 높은 지역까지 공격에 가담하고, 아스필리쿠에타는 후방에 남아 균형을 지키면서 공간이 생기면 공격에 가담하는 형태로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이 이루어진다.

첼시의 주장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아스필리쿠에타는 리그 최고의 라이트백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전에는 공격 재능으로 주목을 받았던 아스필리쿠에타는 첼시에서 훌륭한 수비력으로 팀에 도움을 주었다. 지난 시즌 콘테 체제 하에서는 3백의 오른쪽 스토퍼를 맡았을 정도다.

덕분에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능력을 가지게 된 아스필리쿠에타지만 상대적으로 공격 능력이 많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발이 느리지는 않지만 특출나게 빠르지도 않다. 크로스의 정확성도 높은 편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탈압박 능력과 전진 드리블 능력이 부족해 좁은 공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유형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레 알론소에게 더욱 공격적인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알론소는 첼시 이적 이후 핵심 선수로 활약해왔다. 리그 최고의 레프트백으로 평가받으며 스페인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장점인 위치선정과 적절한 침투를 통해 많은 기회를 창출해낸다. 하지만 가장 큰 약점은 느린 발이다. 알론소는 큰 체구를 가지고 있지만 발이 느리기 때문에 공격가담 시 뒷공간에 약점을 노출한다. 보통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풀백들은 발이 빠르다. 공수를 빠르게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호르디 알바, 마르셀로, 카일 워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알론소는 발이 느리다보니 뒷공간을 커버할 선수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쓰리백과 캉테가 이를 커버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캉테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하고 있으며, 포백 활용으로 뒷공간이 허술해졌다. 이를 커버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조르지뉴도 발이 느리다. 결국 첼시는 지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 뒷공간을 철저하게 공략당하면서 손흥민에게 원더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알론소가 공격적으로 좋은 기회를 창출해냈기 때문에 이러한 약점이 조금은 무마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알론소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훌륭한 위치선정으로 1골 1도움을 기록,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계속된 강행군에 지친 모양인지 최근에는 공격적인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점점 상대하는 팀들이 첼시 파훼법을 익히고 있다. 압박을 강하게 하여 짧은 패스를 방해하고 무의미한 패스만 이어지게 한다. 수비로 완전히 내려앉아서는 간격을 좁게 유지해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아자르, 코바시치 그리고 알론소로 이어지는 왼쪽 측면은 첼시 공격의 주된 루트였다. 하지만 공간이 생기지 않아 돌파가 어려워지고, 결국은 아자르와 코바시치의 개인 능력에 의지하게 된다.

알론소는 이러한 상황에서 크로스를 통해 공격수들에게 볼을 전달하거나 반대쪽으로 전환해 공격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알론소는 데드볼 상황에서 매우 정확한 킥을 보이지만,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지 못한다. 킥력은 좋지만 정확도가 낮아 공격수가 받지 못할 위치로 크로스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 반대 측면에서 침투할 수 있는 선수는 공격수 외에 캉테와 아스필리쿠에타, 윌리안 등이다. 모두 신장에서 약점을 가진 선수다. 결국 첼시의 공격은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첼시는 여전히 리그에서 강팀이다. 그리고 첼시는 지난 시즌 실패를 이겨내고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선수인 아자르와 캉테를 지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과연 첼시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은 첼시팬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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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5기 서서빈
축구 해외축구 첼시 아스필리쿠에타 알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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