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포스터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디즈니 영화의 팬들이라면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4년 전부터 겨울이면 'Let it go'를 울러 퍼지게 만든 디즈니의 히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처럼 크리스마스와 겨울을 공간적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겨울용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설렘이 있었다. 여기에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등 자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애니메이션 명가로 소문난 디즈니가 영화도 잘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환상적인 영상미와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다.(참고로 디즈니는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2012년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며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에 있어서도 계속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두 공동감독, 라세 할스트롬과 조 존스톤의 장점이 균형 맞게 조화를 이룬 영화라 할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이를 잊으려는 아버지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는 클라라는 가족 내에서 갈등을 겪는다. 따뜻한 가족영화를 만들어 왔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클라라의 심리를 만들어 나간다. <길버트 그레이프>, <개 같은 내 인생> 등 가슴을 적시는 따뜻한 이야기를 선보여 왔던 그는 어머니를 상실한 소녀 클라라의 슬픔을 감동의 원천으로 마련한다. 마법의 세계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변화를 겪는 클라라의 모습은 따뜻함을 준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스틸컷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클라라가 어머니의 유품을 열 열쇠를 찾기 위해 마법의 세계를 향하며 펼쳐지는 모험은 조 존스톤 감독의 장점이 도드라진다. <영 인디아나 존스>, <쥬만지> 등을 통해 어드벤처의 재미와 독특한 세계관을 흥미롭게 표현해내는 그의 능력은 클라라가 마법 세계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두 감독의 조합은 작품 안에서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영역표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낸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디즈니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영화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와 판타지, 여기에 환상적인 영상미는 이 영화가 지닌 큰 무기라 할 수 있다. 기존 디즈니 스타일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영상미 하나만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는 세계관에 온전히 빠져들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클라라가 향한 마법의 세계는 그녀의 어머니가 만든 세계이다.
 
왕국을 지키는 슈가 플럼을 비롯, 어머니의 유품을 열어줄 열쇠를 훔쳐가는 악당 마더 진저, 제4왕국의 입구를 지키는 군인 필립 호프만 모두 그녀의 어머니가 만든 세계에 속한 인물들이다. 헌데 이 세계를 만든 핵심 인물인 클라라의 어머니 캐릭터가 전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여긴 무슨 세계이고 이 인물들은 대체 왜 존재하는지, 왜 이들은 이 세계를 지켜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스틸컷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를 예로 들자면 성주가 마녀에게 저주를 받아 야수가 되었다는 설정, 장미꽃 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야만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세계관의 설정이 큰 감동을 주었다. 반면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세계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클라라의 어머니의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다 보니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세계관을 움직이는 동력이 부족하다.
 
'동화적인 설정 때문'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동화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동력을 설정함에 있어 빈 틈이 없다. 이런 어설픈 세계관의 설정 때문에 인물들의 동력이 부족해서인지 그들이 하는 선택 하나하나는 예측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 전형성을 보여준다. 전형성이 보여주는 정직하고 착한 선택이 때론 감동을 주지만 이 작품에서는 예외로 작용한다.
 
디즈니 특유의 영상미와 동화 같은 판타지의 재현은 이 영화의 확실한 매력이다. 다만 이를 흥미롭게 이끌어 나갈 캐릭터들의 동력 부족과 세계관에 대한 설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확실한 동력을 장착했다면 작품의 영상미를 살리면서 이야기의 멋도 품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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