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애당초 미국에서 1점 초중반의 낮은 별점을 받고, 감독이 교체되는 등 갖은 수고를 겪었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영화는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얽히고설킨 문제를 극복하고 풀어나가는 데서 오는 서사적 카타르시스보다 극의 인기 요인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젊은 세대들에겐 "이 노래도 퀸 노래였어?" 하는 깨달음을 주고, 중년들에겐 그때 그 시절 추억 회상에 불을 붙여준 '퀸' 사운드는 별 볼 일 없을 것 같던 극의 강력한 한방이 돼 음악의 위대한 감화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숨어 있던 감정을 끌어 올리고,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노래의, 음악의 본래 기능인 것이다. 다사다난했을 한 해의 끝에서 5개의 곡을 전한다.

조금은 개인적일 수 있는 리스트지만 이것만은 지켰다. 인생과 삶을 노래한, 기억에서 조금은 잊힌 '그의', '그' 노래. 무엇보다 가사와 곡조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잠시나마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가올 한 해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보며 첫 곡을 소개한다.

1. '바다 끝' - 최백호
 
 지난해 2월 발매된 최백호의 싱글 앨범 <바다 끝> 커버 이미지.

지난해 2월 발매된 최백호의 싱글 앨범 <바다 끝> 커버 이미지.ⓒ (주)지니뮤직

 
"아름다웠던 그 때 우리, 노을 빛, 추억들이 
저 바다에 잠겨 어두워지면, 난 우리를 몰라."


최백호의 목소리는 묵직하다. 보컬은 기교를 섞지 않아 정직하고,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인 음색은 깊고 거칠며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준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으로 요약되는 '낭만에 대하여'로 각인되어 있겠지만, 사실 그는 '애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청사포' 등의 노래로 보다 윗세대의 고단함을 어루만져줘 온 고참 음악가다.

그러한 면에서 '바다 끝'은 젊은이와 중년층의 경계를 흐리며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트로트풍이 아닌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현악기로 분위기를 살려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 절제된 사운드를 바탕으로 세상의 많은 풍파를 품고, 품어 노래하는 최백호의 보컬은 우리의 많은 것을 무장 해제시킨다. 사랑과 추억을 모두 모아 저 바다 끝에 두고 오겠노라 외치는 가사에는 이해될 듯 이해할 수 없는 삶의 굴레가 녹아있다. 데뷔 40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기념 음반 <불혹>의 타이틀.
 
2. '삶은 여행' - 이상은
 
 지난 2007년 10월 발매된 이상은의 13집 앨범 < The Third Place> 커버 이미지. 타이틀곡이 '삶은 여행'이다.

지난 2007년 10월 발매된 이상은의 13집 앨범 < The Third Place> 커버 이미지. 타이틀곡이 '삶은 여행'이다.ⓒ 소니뮤직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대충 입은 흰색 체육복 바지에 숏커트를 하고 탬버린을 쥔 채 노래하는 20살 이상은의 모습은 지금 보아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MBC 강변 가요제 출신으로 '담다디'의 거대한 성공 이후 매니지먼트화 된 아이돌 시스템을 거부하고, 일본, 미국 등지를 오가며 <공무도하가>, <외롭고 웃긴 가게> 등의 실험적인 행보와 '언젠가는', '비밀의 화원' 같은 대중 친화적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정직하고 허심탄회하게 한 음 한 음 짚어내는 그녀의 가창은 삶을 되돌아볼 용기와 기회를 건네준다. 여행으로 생의 리듬을 가다듬는 것조차 버거운 우리네 일생에서 '삶은 여행'이라 노래하는 이 곡은 '그러니까 버티자'는 우격다짐이 아닌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괜찮아'하는 위로와 다독임을 전한다. 정규 13집 < The Third Place >의 머리곡으로 '언젠가는'과 함께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노래다.

3. '좋지 아니한가' - 크라잉넛
 
 영화 <좋지 아니한가> OST 앨범 커버 이미지.

영화 <좋지 아니한가> OST 앨범 커버 이미지.ⓒ (주)카카오M

 
"그래도 너는 좋지 아니한가, 바람에 흐를 세월 속에 우리 같이 있지 않나.
이렇게 우린 웃기지 않는가, 울고 있었다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에 우린 태어났으니까."


1998년 '조선 펑크'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완성된 연주력, 보컬 실력보다는 쓰리 코드 진행의 에너지 넘치는 원형 펑크로 등장한 크라잉넛. 데뷔 초 '말 달리자'의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가 뿜어낸 젊은 패기를 지나, 어느덧 그들은 지친 나날의 피로를 털어줄 밝고 신나는 곡을 써낼 만큼 성숙했다.

곡은 2007년 영화 <좋지 아니한가>의 OST로 비교적 단조로운 도입을 거쳐 중, 후반부 활기 넘치는 펑크 사운드로 쉽고 재밌게, 마음껏 뛰어놀 바탕을 만들어낸다. 갖은 수사를 겹치지 않고 명쾌하게 적어낸 가사와 단번에 귀에 박히는 멜로디는 단연 이 곡의 백미. 너도나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에 빠져 노래하다 보면 어두웠던 창밖이 금세 밝아질 것이다. '말 달리자'가 응어리진 감정의 한 면을 터트려주고, 소프트록 '밤이 깊었네'가 취기 어린 어느 밤을 떠올리게 했다면 '좋지 아니한가'는 말 그대로 쾌활하고 유쾌한 크라잉넛식 위로주다.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린 좋지 아니한가!

4. 'Let it be' - 비틀스
 
 비틀즈 < let it be > 앨범 커버 이미지.

비틀즈 < let it be > 앨범 커버 이미지.ⓒ 유니버설뮤직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한 뮤지션이자 역사에 다시없을 문화 아이콘 비틀스. 'Let it be'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 < Let It Be >의 타이틀로 멤버 간의 불화로 음반 자체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이 곡만큼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쉽고 친근한 작법을 선보이는 폴 매카트니가 만든 노래로 꿈속에 나타난 어머니의 말씀에 영감받아 제작했다. Let it be. 즉, 그냥 흘러가게 둬 라는 뜻으로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둬'라는 후렴구가 따뜻하고 기대고 싶은 감동을 자아낸다. 

'Don't let me down'의 절규보다, 'Across the universe'의 탐미적인 가사보다, 처량한 분위기의 사랑가 'Yesterday'보다 연말연시에는 'Let it be'에 먼저 손이 간다. 비록 비틀스의 불화가 최정상에 치달았을 때 만들어진 곡이지만, 그들은 해체됐지만 그들의 곡은 아직도 여기 남아 우리를 보살핀다.

5. '아직, 있다' - 루시드 폴
 
 2015년 발매된 루시드폴의 7집 <누군가를 위한,> 앨범 커버 이미지. 타이틀곡이 '아직, 있다.'이다

2015년 발매된 루시드폴의 7집 <누군가를 위한,> 앨범 커버 이미지. 타이틀곡이 '아직, 있다.'이다ⓒ (주)지니뮤직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하는 첫 구절만 들어봐도 익히 연상할 수 있듯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들이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적어냈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 위에 루시드 폴의 속삭이는 보컬이 얹힌 단출한 구성이지만 위로의 온기는 그 무엇보다 뜨겁다. 아름답고 따뜻한 분위기에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읊조리는 가사에 가슴 먹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너무 아픈 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노래는 천천히 다시 살아낼 용기를 준다.

꽃이 지고 사라져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을 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추모하며 마지막 선곡을 마친다. 음악과 함께 거친 순간들을 모두 녹여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 이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곡

'Bravo my life' – 봄여름가을겨울 
'한숨' - 이하이 
'Rainbow' - Kacey Musgraves 
'안녕 Hello n Bye' - 황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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