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어웨이 시스템으로 두 경기를 뛰어야 끝나는 외나무다리 끝장 대결에서 겨우 1/4도 끝나지 않은 시각에 수비수는 경솔했다. 20분 전에 동료 미드필더의 아름다운 선취골로 분위기도 좋았지만 내뻗지 말아야 할 왼발 끝이 두고두고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홈 팀 선수들이 10명으로 줄자 골 결정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던 어웨이 팀이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축구의 상대성 이론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이 6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사흘 뒤 홈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지 않는다면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 선물을 받아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호물로의 놀라운 골! 그러나... 퇴장으로 주저앉은 부산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부산 권진영이 퇴장 당하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부산 권진영이 퇴장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어닥친 목요일 저녁, 부산 구덕운동장 관중석에 놀라운 숫자가 찍혔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무려 1만 127명이라는 많은 팬들이 찾아온 것이다. 부산 로열즈 시절 안정환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었던 오래 전 구덕 운동장의 축구 열기가 떠오를 정도였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승강 플레이오프에 도전하는 홈 팀 부산 아이파크는 이렇게 뜨거운 축구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전반전을 그들의 뜻대로 풀어나갔다. 경기 시작 후 23분 만에 간판 미드필더 호물로가 터뜨린 벼락 골로 분위기까지 휘어잡은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 한지호가 밀어준 공을 받은 호물로는 작정한 듯 간결한 준비 동작으로 왼발 중거리슛을 비교적 먼 거리에서 날렸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도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슈퍼 골이었다. 

부산 아이파크의 이 상승 기류라면 지난해 상주 상무에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밀려난 아픔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20분 만에 그라운드에 찬물을 뿌린 것처럼 악재가 쏟아졌다. 센터백 권진영이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으며 퇴장당한 것이다. 21분에 먼저 받은 카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FC 서울 윤주태의 드리블을 막아내려다가 왼발 축구화 바닥으로 윤주태를 넘어뜨린 것이다. 

이에 김우성 주심은 두 번째 카드를 꺼내들며 권진영의 퇴장을 명령했다. 뜨겁게 열기가 올라오던 구덕 그라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한 명이 부족한 어려움은 곧바로 경기력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반전 추가 시간 2분이 다 지났을 즈음 FC 서울 오른쪽 윙백 윤종규의 왼발 돌려차기가 부산 골문을 크게 위협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구상민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후반전에 불어닥칠 칼바람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영욱의 그림같은 동점골로 살아난 FC 서울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서울 정현철이 후반 추가골을 넣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서울 정현철이 후반 추가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어웨이 팀 FC 서울은 2016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리그 클래식 우승, FA(축구협회)컵 준우승,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팀이 2018 K리그 1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38라운드 종료 결과 11위로 미끄러지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것이다. 상주 상무와의 2018 K리그 원 38라운드 어웨이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38경기를 치르며 40득점(경기당 1.05골)에 그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2018 K리그 1 최소 득점 팀이라는 불명예 바로 그것이었다. 

이 경기 흐름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는 홈 팀에게 질질 끌려다녔다. 하지만 43분에 부산 아이파크 센터백 권진영의 경고 누적 퇴장으로 말미암아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덕분에 후반전은 그들의 뜻대로 경기가 술술 풀렸다. 그 중심에 골잡이 조영욱이 우뚝 섰다. 2019 AFC 아시안컵을 한 달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효과가 단번에 나타난 셈이다.

FC 서울의 희망 조영욱은 59분에 동료 미드필더 하대성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몸을 날리는 오른발 아웃사이드 발리 슛을 성공시키는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슛 각도도 넉넉하지 않은 자리였지만 자신감 넘치는 몸놀림을 기막히게 적중시켰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동점골을 성공시킨 FC 서울은 78분에 고요한의 다이빙 헤더 역전 골까지 만들어냈다. 1명 적은 부산 아이파크가 수비에 치중하는 틈을 타 수비수 김동우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크로스한 공이 고요한을 빛낸 것이다. 

이 역전골만으로도 어웨이 팀 FC 서울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런데 89분에 더 완벽한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후반전 교체 선수 박주영이 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정현철이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적용하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이 골은 큰 의미를 지녔다고 봐야 한다. 

FC 서울의 부끄러운 연고 이전(안양→서울) 역사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 K리그 팬들은 정의 구현을 외치며 부산 아이파크를 응원하고 있지만 오는 9일 오후 2시 1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홈 팀 FC 서울이 매우 유리한 형편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부산 아이파크의 정의 구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3-0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정 팀 그라운드를 밟는 골잡이 김현성이 고경민, 한지호와 호흡을 이뤄 어느 정도 결정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주목할 부분이다.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서울 고요한이 역전골을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6일 오후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플레이오프 FC서울과 부산아이파크 1차전. 서울 고요한이 역전골을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6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

★ 부산 아이파크 1-3 FC 서울 [득점 : 호물로(23분,도움-한지호) / 조영욱(59분,도움-하대성), 고요한(78분,도움-김동우), 정현철(89분,도움-박주영)]

◎ 부산 선수들
FW : 김현성(46분↔이청웅), 한지호(83분↔이동준)
MF : 김치우, 이재권, 호물로, 김진규(77분↔고경민), 김문환
DF : 구현준, 권진영, 노행석
GK : 구상민

◎ FC 서울 선수들
FW : 윤주태(55분↔박주영), 조영욱
MF : 김한길, 고요한, 정현철(90+1분↔김원식), 하대성(82분↔에반드로), 윤종규
DF : 이웅희, 김원균, 김동우
GK : 양한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부산 아이파크 44%, FC 서울 56%
유효 슛 : 부산 아이파크 6개, FC 서울 8개
슛 : 부산 아이파크 11개, FC 서울 12개
코너킥 : 부산 아이파크 4개, FC 서울 7개
프리킥 : 부산 아이파크 9개, FC 서울 17개
오프사이드 : 부산 아이파크 1개, FC 서울 2개
파울 : 부산 아이파크 8개, FC 서울 15개
경고 : 부산 아이파크 2장(21분+43분 권진영), FC 서울 1장(25분 윤주태)
퇴장 : 부산 아이파크 1장(43분 권진영-경고 누적), FC 서울 없음

◇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일정(12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1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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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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