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에 새롭게 영입된 조 윌랜드.

KIA 타이거즈에 새롭게 영입된 조 윌랜드. ⓒ KIA타이거즈 제공/연합뉴스

 
KIA가 헥터를 대체할 선수를 영입하며 2019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출신의 우완 투수 조 윌랜드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30만+연봉70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3년 동안 46승을 올리며 양현종과 함께 KIA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헥터 노에시는 세금 문제 등으로 재계약 협상에서 난색을 표했고 KIA는 서둘러 새로운 선수 윌랜드와 계약하며 헥터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윌랜드는 4년 동안 3개 팀에서 12경기에 등판해 1승6패 평균자책점6.32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8년 동안 59승33패 3.8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작년과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소속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과연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윌랜드는 내년 시즌 헥터가 책임지던 KIA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을까.

세금 문제로 팀을 떠나게 된 외국인 에이스 헥터 노에시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필립 험버와 에반 믹, 조쉬 스틴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치자 KIA는 170만 달러를 투자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새 외국인 투수 헥터를 영입했다. 빅리그 5년 경력의 헥터는 201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8승을 따냈을 정도로 매우 수준이 높은 선발 투수였다.

가끔 명성이 높은 외국인 투수가 KBO리그를 무시했다가 큰 코를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헥터는 달랐다. 헥터는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6년부터 무려 206.2이닝을 소화하며 15승5패 ERA 3.40을 기록했다. 당시 양현종 대신 KIA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엔 많은 피홈런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2016년 헥터의 피홈런은 단 7개였다.

2016년에도 성적이 매우 좋았지만 첫 해 성적은 2017년의 대폭발을 위한 '워밍업'에 불과했다. 헥터는 작년 시즌 더욱 강력해진 팀 타선의 도움을 받으며 양현종과 함께 '동반 20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14승 무패를 기록하며 무섭게 질주했던 전반기에 비해 6승5패에 그친 후반기 활약은 다소 아쉬웠지만 헥터가 작년 KIA 통합 우승의 주역이란 사실은 변함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0만 달러에 재계약한 헥터는 6월6일 kt 위즈전까지 7승2패 ERA 3.83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급성 장염으로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헥터는 복귀 후 8경기에서 1승6패로 부진했다. 헥터는 정규시즌 11승10패 ERA 4.60으로 KBO리그 진출 후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리그를 호령하던 에이스로 활약하던 지난 2년과는 분명 다른 성적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헥터는 지난 6월 '세금 폭탄'을 받으면서 경기 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팬들은 구단이 발표한 연봉만 보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아무래도 세금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봉 200만 달러를 받고 11승에 그친 헥터는 내년 시즌 연봉 삭감이 불가피했다. 결국 헥터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공을 던지며 재계약 도장을 찍는데 난색을 표했고 결국 KIA는 헥터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한 90년생 투수, KIA의 원투펀치 될까

KIA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헥터에게 재계약 통보를 한 후에도 계약 결렬을 대비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꾸준히 알아 봤다는 점이다. 덕분에 KIA는 헥터와 결별한 다음날 곧바로 새 외국인 투수 윌랜드와의 계약을 발표할 수 있었다. 만약 KIA가 헥터의 결정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면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 영입에 상당한 혼란을 겪었을지 모른다.

윌랜드는 수 년 동안 여러 팀을 거치며 꾸준히 빅리그의 콜업을 받았지만 끝내 적응에 실패한 전형적인 AAAA 레벨(빅리거로는 아쉽고 마이너리거로는 아까운 선수)의 투수다. 이 때문에 윌랜드는 만 27세라는 제법 이른 나이에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와 계약하며 일찌감치 동양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윌랜드는 일본에서 2년 동안 14승 11패 ERA 3.80을 기록하며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윌랜드가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일본에서 좋은 조건에 재계약하지 못하고 KBO리그로 왔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윌랜드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마이클 보우덴이나 제이크 브리검(히어로즈) 등도 한국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바 있다. 한국보다 수준 높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경험은 분명 윌랜드의 커다란 장점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KBO리그에서는 기회가 흔치 않겠지만 윌랜드가 가진 또 하나의 재미 있는 특징은 바로 '뛰어난 타격솜씨'다.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엔 9년 동안 홈런이 1개도 없었던 윌랜드는 요코하마에서 활약한 2017년 21경기에서 타율 .229 3홈런을 기록했다. 내년 시즌 KIA에서도 엔트리를 모두 소모한 연장전에서 윌랜드가 대타로 타석에 서는 장면을 보게 될지 모른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무려 933.2이닝을 던졌다. 아무리 양현종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의 에이스라 하더라도 양현종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가 됐다.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년 시즌 KIA의 외국인 원투펀치로 나서게 될 윌랜드와 제이콥 터너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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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조 윌랜드 헥터 노에시 외국인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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