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 장혜정씨.(왼쪽부터)ⓒ 시네마달

 
18년 만에 시설에서 동생을 데리고 나온 언니는 함께 살기로 한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발달장애인 혜정과 그의 언니 혜영은 안녕할까.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은 두 사람의 좌충우돌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 4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영화의 주역인 장혜영 감독, 장혜정, 그리고 촬영을 맡은 윤정민촬영감독이 참석했다.    

"관객 입장에선 뭔가 성장을 기대하고 보셨을 것 같은데 저 역시 그 관점을 갖고 시작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혜영 선배나 혜정 누나가 성장하는 게 아닌 우리의 편견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자 내 시점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윤정민 촬영감독)

윤정민 감독의 말이 이 영화의 본질 중 하나일 것이다. 피를 나눈 자매지만 떨어진 시간 만큼 이들은 가까워지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 

영화의 시작

장혜영 감독은 "혜정과 살기로 하면서 정부 지원을 알아보는 중에 서울에 최소 6개월을 살지 않으면 지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그걸 감당해야 한다면 단순히 우리만의 생활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식이면 어떨까 해서 만들게 됐다"고 영화의 시작점을 알렸다. 물론 순탄치는 않았다. 장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중요한 원칙은 우리의 생활이 먼저고 작품은 그 다음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시설에서 살다가 나오게 됐는데 혜정이에게 카메라가 늘 찍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단 혜정을 중심으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망하는 작품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출연 자체를 싫어할 수 있었는데 틈틈이 유튜브 작업을 해오면서 일단 카메라에 담기는 자체를 꺼리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여러 심적 고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건 혜정에게서 나온 게 아닌 제 마음의 문제였다. 혜정을 안다고 생각해서 뭔가를 정해놓고 해나가려는 관성이 있었다. 영화에선 그걸 버려가는 과정이었다. 편집하면서 보니 제가 변해가는 지점이 있더라. 혜정이가 이 작품을 잘 본다. 다른 영화를 볼 땐 나가버리기도 하는데 <어른이 되면> 상영은 끝까지 본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와서 춤추기도 하고.. (웃음)." (장혜영 감독)

 

▲ 영화 ‘어른이 되면’ 언론 시사회이 영상은 영화 ‘어른이 되면’ 언론 시사회 현장이 담겨 있다. (취재 : 이선필 / 영상 : 정교진)ⓒ 정교진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시네마달

 
이날 간담회에서도 혜정씨는 종종 노래를 부르거나 해맑게 장혜영 감독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는 등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했다. 본인의 삶과 동생을 돌보는 보호자로서의 삶을 묻는 말에 장 감독은 "영화 초반만 해도 그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그게 분리돼 있지 않더라"며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 왜 시작했는지 물어본다면 제가 진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고 말하곤 한다"고 답했다. 

"비장애인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발달장애인을 떠나 장애인 돌봄이 그 가족에게 전가되는 현실이다. 시설을 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안은 없는 답답함이 있다. 저도 그런 시간 보내왔는데 더이상 모르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 비장애인 시민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주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제 개인 삶과 혜정 언니의 삶이 그렇게 분리돼 있지 않더라." (장혜영 감독) 

"꾸준히 우리 이야기 해나갈 것"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촬영감독이자 출연자인 윤정민.ⓒ 시네마달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주역들.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 장혜정, 윤정민 촬영감독.ⓒ 시네마달

 
장 감독은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 발표 초청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 발달 장애인 관련 크고 작은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정부 역시 공감대가 있었다고 본다"며 장혜영 감독은 "이름에 맞는 그런 정책이었으면 반가웠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정책은 아니었다. 기존에 실행되고 있는 걸 조금 늘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쁨을 누렸는데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수준의 지원에선 턱없이 부족했다. 대통령께서 발표하는 걸 들으며 진정성은 있지만 그 진정성에 비해 왜 예산은 미흡하고 제도도 미진할까 생각하게 됐다. 관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발달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보다 더 살아가는 게 힘들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불평등에 대한 개선이지 불행에 대한 개선이 아니거든. 

발달장애인을 특별한 불행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건 동정과 시혜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헌법이 보장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말씀하는 것이라면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얘길 영화로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장혜영 감독)


이어 장 감독은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칭할 때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에 대해 "나에게 중심을 두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 장애인과 보통사람이 되겠지만 장애인 중심으로 생각하면 난 장애가 있고, 넌 없으니 비장애인이라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12월 13일 개봉한다. 하지만 감독의 카메라는 꺼지지 않았다. 장혜영 감독은 "얘기를 시작한 이상 끝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제 욕심은 지금 영화에 청년 혜영과 혜정이 담겨 있다면 다음에 중년 혜영과 혜정, 그리고 바라는 바 노년의 혜영, 혜정의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우리가 잘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뜻일 것이다. 영화는 밝게 만들었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괴담이기도 하다. 혜정이 웃고 즐거운 건 공적 시스템 덕이 아닌 저로 인한 것이거든. 제가 아프거나 다치면 그 웃음이 휘발할 것이다. 사회가 더 좋아지면 이런 현실도 나아지지 않을까. 틈틈이 촬영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말씀드릴 것 같다." (장혜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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