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인 시대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인기 '크리에이터'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초등학교 선생님 '유튜버'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독자 20만 명, 7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 이현지씨는 초등학교 교사다. 지난 11월 28일, 경기도 안양역 근처 모 카페에서 이현지씨를 만나 그동안 걸어온 길과 하고 싶은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유튜버 '달지'를 소개해달라.
"처음엔 유튜버이자 래퍼로 알려졌는데 화정 초등학교 4년 차 선생님이다. 래퍼들의 활동명은 보통 영어로 된 멋있는 랩 네임이 많은데, 저는 친근하면서도 한글로 된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보름달을 좋아해 보름달의 '달'과 본명 이현지의 '지'를 따서 달지라고 지었다. 조금 촌스럽긴 해도 부르기도 쉽고 정감가는 것 같아 좋다. 

취미로 1년 넘게 음악활동을 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음악 관련 콘텐츠를 소개한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이 20개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김하온 님의 '붕붕'을 커버해서 부른 영상이 가장 인기가 많다. 곧 300만 조회수가 될 것 같다." 

- 랩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교육대학교를 진학하고 나만의 시간이 생겼는데 마땅한 취미가 없었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과 관련된 동아리를 하고 싶었다. 당시 한창 내가 빠져 있던 게 힙합이었고,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 랩 연습을 하게 됐다.

마침 그때쯤 Mnet <쇼미더머니>라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하면서 힙합열풍이 불었다.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동아리는 조그맣다 보니 더 열심히 했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는 노래만 듣다가, 본인이 살아가는 이야기나 자신의 철학 등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장르(힙합)를 처음 접했다. 어떤 주제를 얘기하든 음악이 된다는 게 멋지고 매력을 느꼈고 나도 내가 가진 고민을 음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 본인이 하는 힙합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면?
"내가 하는 힙합은 어려움을 겪은 뒤 이겨낸 이야기나 혹은 시대에 대한 저항 정신을 표출하기 위함은 아니다. '학교 선생님'인 제가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로 학생들에게 문학적인 비유를 가르치거나 음악을 가르치는 데 힙합을 활용한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된 점을 이용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편안한 매체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나에게 의미가 크다."

- 랩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랩은 본인 이야기를 담아 직접 쓰지 않으면 '가짜'라고 생각한다. 나는 랩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전제로 음악을 한다.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이야기를 담아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 초등학생들이 힙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랩에는 운율, 비유 등 시적인 부분도 많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학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나 역시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위로도 된다.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폭력적인 방향으로 해소하는 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승화시키는 게 '힙합' 장르다. 나름의 저항 방법이었던 것이고, 가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욕설 등 힙합의 나쁜 면만 보지 말고 위로 받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만의 싸움을 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기에 존중해 줬으면 한다."

- 유튜브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알았는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두셔서 감사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인터뷰 나가면 참 좋은 선생님으로 미화되는데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다른 선생님들이랑 똑같은 고민을 하는 평범한 선생님이다. 어느 선생님이든 붙잡고 묻는다면 이만큼 멋있을 것이다."

- 교실에서 찍은 영상들만 해도 조회수가 650만이 넘더라. 촬영장소가 교실이기에 더 눈길을 끌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어쩌다가 교실에서 찍게 되었나.
"대학교 때는 학교 축제 등 공연을 보여줄 기회들이 많았다. 그런데 교사가 되고 나서는 음악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직장인 음악 모임을 찾아가 열심히 활동했는데 연습할 공간이 필요했다. 선생님들이 퇴근하신 다음에 혼자 교실에서 연습하다 영상을 촬영하고 유튜브에 비공개로 올리면서 피드백하고 그랬다.

반 아이들에게 랩 한다고 하니까 보여 달라고 하는데 찍어 놓은 것 중에 하나를 보여주려고 공개를 한 곡이 '다이나믹 듀오-죽일 놈'이었다. 다시 혼자 계속 비공개로 올리다가 그 다음 해에 반 아이들이 작년에는 했는데 올해는 안 하냐고 해서 공개했던 게 '우원재 -시차'였다. 시차가 <인사이트>에 올라가면서 이슈가 됐다. 아이들을 위해 보여준 건데 이슈가 돼 많이 놀랐다. 의도치 않게 교실에서 찍은 걸 특이하게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경기도 교육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 교사 유튜버 '달지'의 모습.

경기도 교육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 교사 유튜버 '달지'의 모습.ⓒ 달지

 
- 교사이면서 래퍼로 활동하면서,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선생님이 유튜브를 한다' '돈 벌려고 발악한다' '돈 벌려고 애들 판다' '서민들은 피땀 흘려 돈 벌고 있는데 (교사가) 교실에 앉아서 저렇게 놀고 있다' 이런 반응이나 민원을 받기 전에는 선생님으로서 유튜브를 하는 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교사의 창작 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해당 교사는 교장의 허가에 따라 유튜브를 하고 있다.)

-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점이 있다면?  
"사실 교육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중에서 저보다 먼저 이 문을 열고 나가신 분이 있다. 뷰티 유튜버, 비트 메이킹, 팝송 등 여러 방면으로 아이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 중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인기가 많았는데도 비난을 받고 안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이 아쉽더라."

- 본인은 음악과 교사, 둘 다 앞으로 이어갈 것인가.
"선생님이랑 음악이랑 둘 다 가져가고 싶다. '래퍼로 돈 많이 벌고 유튜브가 커지면 선생 일을 그만둘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선생님이 되는 건 오래 전부터 꿈이어서 놓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음악은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반 아이들한테 감동 받은 적이 있다면?
"교장 선생님과 (유튜브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 회의하고, 복도에서 '내가 왜 사람들에게 돌을 맞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로 와서 아이들을 보는데 울컥하더라. 얼른 마음을 다잡고 있다가 애들한테 무심코 물어봤다. '선생님이 랩을 해서 행복하니?' 물어봤는데 '저희는 선생님 노래 너무 좋아요, 다른 반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지금까지의 학교생활 중에 제일 행복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길이구나'라는 마음에 복받쳐서 울었던 적이 있다."

- 이번에 나온 경기도 교육청 홍보 영상 삽입곡 '다시 만날 때'라는 가사가 특이하더라. 음원 반응이 좋았는데 기분이 어땠나?
"사실 슬럼프도 왔었다. '내가 돌을 맞고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내가 애들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이렇게 안 되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라고 생각을 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하면 되는데 왜 더 못한다고 고민을 하고 있지', '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아이들한테 더 좋은 게 아닌가'라는 마음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기억을 주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부터 가사를 쓰게 되었다.

저희 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쓴 건데 이 곡을 듣고 위로 받았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소중한 곡이다.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했다는 게 감격이었다. 선생님 중에서도 '달지 선생님 보고 힘을 얻어 당당하게 해보려고 한다' 또는 '달지 선생님 보면서 선생님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아서 저도 힘을 얻었다."
 

- 최근에 반 아이들과도 같이 공연을 했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이들이랑 곡을 만들기는 했는데 공연할 때마다 함께 할 수는 없었다. 혼자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안산 교육청에서 불러주셔서 감사했다. 한양대 ERICA캠퍼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안산 교육 가족 가을 음악회'에서 반 아이들과 '다시 만날 때'를 같이 불렀다. '내 메시지가 전달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아이들한테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많이 긴장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준 거 같아 뿌듯하다."
 
 
- 초등학생 친구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 양쪽 다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최근 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종종 아이들이 자극적인 영상을 직접 만들어서 올리기도 하다 보니, 깨끗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 실정이다. 선생님들이 유튜브를 시작하거나, 좋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제작한 영상들이 인정받기 시작하면 콘텐츠의 질이 올라가고 매체의 순기능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일반인들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파급력 있는 플랫폼이다. 교육자들도 당연히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은 이끌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책에서만 뭔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정보가 많다 보니 다양한 정보들을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이 궁금하면 포털사이트에 찾아보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찾아본다. 유튜브가 누군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니 아이들한테는 영향력이 되게 크다. 선생님들 같은 경우도 교육에 관련된 것들을 일상 속에 담아 올리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영상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진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길들이 있구나'라고 알게 되는 것 같다. (현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댓글 문화는 유튜브가 익명성이 크다 보니 댓글 창에서 싸움이 많이 일어난다. 필터링 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공격적인 댓글이나 아무 생각 없이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것 같다. 그나마 제 채널은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게 확실해서 좀 깨끗한 편이다. 가끔 무례한 사람들이 댓글을 달면 반 아이들이 진지하게 다시 댓글을 다는데 이걸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댓글에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제가 들어가서 하나하나 다 지웠었는데 어느 날 보니깐 애들이 댓글을 정중하게 달더라. 이런 게 애들한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누군가가 자기 소중한 사람이 악플에 상처 받으니깐 대신 싸워주고 그 사람들도 무례함을 피부로 느꼈으니 부끄러워서 도망가더라. 아이들 덕분에 댓글이 깨끗해졌다."
 
 버스킹 공연 중인 초등 교사 유튜버 '달지'의 모습.

버스킹 공연 중인 초등 교사 유튜버 '달지'의 모습.ⓒ 달지

 
- 12월에 공연 활동 계획이 있나.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페스티벌, 연말 교육 콘서트 등 선생님들끼리 하는 문화 예술 공연이 많다. 춤이나 음악으로 활동하시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번에 교사들을 위한 문화 예술 콘서트에서 감사하게도 초청을 많이 해주셨다. 공연들이 더 있는데 자세한 일정들은 달지 SNS들을 참조해 달라."

- 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이 보고 싶을텐데 언제든지 선생님 생각이 나면 연락해.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