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가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인터넷 1인 방송 제작'을 소재로 한 예능 제작 홍수를 언급할 수 있다. JTBC <랜선라이프>를 비롯해서 SBS <가로채널>, JTBC <요즘 애들>과 <날 보러와요>, MBN  <어느 별에서 왔니?> 등은 전문 인터넷 크리에이터의 TV 무대 진출, 유명 연예인의 인터넷 방송 제작 도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최근엔 예능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강호동, 유재석 역시 이를 소재로 한 새 예능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강호동은 연예인들의 '1인 방송 제작기' <가로채널>로 오랜만에 지상파 새 예능을 선보였다. 유재석은 1020세대가 직접 제작한 영상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JTBC <요즘 애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종편 방송에 발을 내디뎠다. 두 사람의 신규 예능은 '인터넷 동영상' 제작이라는 소재 측면에선 다소 비슷하지만 이를 풀어내고 접근하는 방식에서는 차이를 드러낸다.

강호동의 고군분투 인터넷 방송 도전기 <가로채널>
 
 매주 목요일 밤에 방영중인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매주 목요일 밤에 방영중인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SBS

 
지난 추석 연휴 파일럿으로 방송돼, 톱스타 이영애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가로채널>은 11월 정규 편성에 성공했다.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1~2% 대의 낮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과 화제성에선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다.

기본적인 틀은 연예인들이 각각 준비한 3편의 인터넷 영상물 제작기를 소개하고 스튜디오 패널들이 이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택한다. 강호동이 여러 연예인들과 벌칙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는 '강하대(강호동의 하찮은 대결)', 양세형의 맛집 기행 '맛장(맛집 장부)', 그리고 초대 손님들이 만드는 영상물들이 <가로채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여러 방송을 통해 알려졌듯, 강호동은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익숙지 않다. 당연하게도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을 힘들어 할 만큼 IT 환경과는 거리가 먼 연예인이다. 그런 강호동이 유튜브 용 인터넷 동영상을 제작한다는 기획 자체는 분명 신선한 도전이다.
 
 매주 목요일 밤 방영중인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IT 및 최신 인터넷 흐름에 익숙치 않은 강호동은 ASMR 등 생소한 영역에도 발을 내딛었다.

매주 목요일 밤 방영중인 SBS < 가로채널 >의 한 장면. IT 및 최신 인터넷 흐름에 익숙치 않은 강호동은 ASMR 등 생소한 영역에도 발을 내딛었다.ⓒ SBS

 
그런데 <가로채널>이 프로그램을 풀어가는 방식은 아직 1인 크리에이터의 작업물이라기 보단 기존 지상파 예능의 익숙한 장면들을 나열한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1대 1 대결을 펼쳐서 패자는 얼굴에 색칠하는 벌칙을 당하게 되는 것 역시 예전부터 흔히 봐왔던 것들이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엔 힘이 부족했다. 양세형의 '맛집 탐방' 영상 역시 너무 익숙한 포맷이라 눈길을 모으기는 어려웠다.

<가로채널>은 전문 유튜버 혹은 1인 크리에이터들의 방식을 흉내 냈지만 기존 지상파 방송 제작의 화법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생산한 영상물은 결과적으론 이도 저도 아닌 내용이 되고 말았다. 구독자 혹은 유튜브 이용자들과의 소통 혹은 교감이 있는 것도 아닌, 단순히 제작한 영상들을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리고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최근 인기를 얻는 크리에이터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저 "요새 유튜브가 인기 있으니까"라는 정도에서 <가로채널>의 기획이 시작되었다면 조금 안일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로 그들을 이해하다 <요즘 애들>
 
 지난 2일 첫 방송된 JTBC < 요즘애들 >의 한 장면

지난 2일 첫 방송된 JTBC < 요즘애들 >의 한 장면ⓒ JTBC

 
<요즘 애들>에서도 인터넷 동영상이 큰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건 연예인이 아닌, 10~20대 시청자들이다. 전문 유튜버라기 보단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인 이들은 자신의 생각, 장기, 생활 방식들을 영상에 담아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한다. 이를 유재석, 안정환 등 스튜디오 패널들의 투표로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각기 3개 팀으로 나뉘어 젊은이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취지는 부모님 vs. 자녀의 갈등 해소를 목적으로 제작된 과거 SBS <동상이몽> 시즌1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요즘애들>에선 오직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고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기나 장기 등 재미있는 영상들을 통해 소위 '인싸'로 불리는 청년들의 재기발랄함, 톡톡 튀는 자기 표현 등을 담아 나름의 차별성을 만들고 있다.

학교를 자퇴하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유재석, 안정환 등 10대 자녀를 둔 기성세대들은 자녀 또래 청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슬기, 김하온, 한현민 등 젊은 스타들 역시 어른 세대와 소통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 요즘애들 >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송된 JTBC < 요즘애들 >의 한 장면ⓒ JTBC


교감 및 소통이라는 장점은 유익했으나 <요즘 애들> 첫 회 역시 예능의 재미로는 물음표가 남았다. 지난 2일 방송된 첫 회에선 10개가 넘는 참가자들의 영상을 일일히 소개하느라 장시간을 소모한 데다 작품들의 흥미 편차도 제각각이었다. 이 때문에 연예인 출연진들의 재밌는 대화에 비해 시청자들에겐 지루함을 안겨줬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의 영상을 TV로 소개하려는 제작진 측의 의욕은 이해되지만 자칫 프로그램 진행의 흐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느린 속도의 전개가 계속된다면, 정작 참가자들 또래의 시청자들이 <요즘 애들>을 외면할 수도 있다. <요즘 애들>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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