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차이. 사전에는 동일 집단 내의 개인 간 또는 서로 다른 집단 간의 경험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되는 다양한 의식, 태도, 행위양식, 가치관 등을 말한다고 적혀 있다. 이 단어가 사용되는 때는 주로 기존의 생활양식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갈등 상황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tvN에서 4부작으로 편성돼 방영 중인 <나이거참>은 할아버지와 10대가 함께 하며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소통을 보여주기 위한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2화가 방영된 <나이거참>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원책, 변희봉, 설운도 등의 할아버지들이 여전히 일방적인 소통을 보여주는 반면에 오히려 영자매, 이솔립, 김강훈 등의 아이들이 훨씬 적극적이고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첫 화에서 끝없는 잔소리를 시전하여 영자매를 힘들게 만들었던 설운도. 이번에 그는 자매의 집에 방문하게 됐다. 집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지켜야 할 규칙이 귀엽게 적혀 있었다. '잔소리는 금지', '편식하지 말라는 말 금지', '틱톡하라는 것 하기', 'ASMR 먹방 해주기' 등이었다. 잔소리가 많다고 무작정 싫어하지 않고 타협점을 찾아보려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잔소리를 좀 해야겠어. 왜냐하면 침대를 자고 난 뒤에 정돈을 해야지."
 
하지만 이 규칙은 곧 무너졌다. 자매의 방에 들어간 설운도는 잔소리를 해야겠다며 침대를 정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영은 오히려 수학문제를 물어봤다. 당황한 설운도는 곧 악기로 시선을 돌리며 또 다시 잔소리를 시전 했다. 이번에는 왜 복습을 위해서 집에 악기를 가져오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더 많은 배움을 위해 계속 복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게다가 동요를 잘 모른다며 음악에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집중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5살들도 이제는 동요가 아니라 아이돌의 노래를 부른다는 소영이의 말처럼.

아이들에게도 집중하고 싶은 것들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5살들도 이제는 동요가 아니라 아이돌의 노래를 부른다는 소영이의 말처럼.ⓒ tvN

 
초등학교 수학 문제도 모른다고 회피하던 사람에게 나오기에는 민망한 말들이었다. 초등학교 수학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음악을 좋아했고 그래서 음악에 집중하며 다른 것들을 잊기도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5살들도 이제는 동요가 아니라 아이돌의 노래를 부른다는 소영이의 말처럼.
 
그래도 설운도는 양호했다. 해보지 않았을 일들이지만 커버영상 어플리케이션을 함께 찍자는 말에 즐거워하며 함께하기도 했고 손수 라면을 끓여 함께 ASMR 먹방을 열심히 찍기도 했다. 여전히 김치를 강요한다거나 아이들의 말을 잘 안 들어주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본인은 80점을, 소영이는 38점을 준 것에서 반성할 필요는 있겠지만 말이다.
 
"늘 위대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봐. 자기 꿈을 이루려면 자기 자신을 봐야해. 위대한 어른들이 무슨 얘기를 했는가 하면 하루에 3번 반성해라. 일일삼성이라고 해."
 
전원책 변호사는 여전히 불통(不通)이었다. 그는 이번에 이솔립이 다니는 학교에 재능기부 수업을 하게 됐다. 자기 이야기만 할까봐 걱정이라는 이솔립의 말처럼 전원책 변호사는 질문 몇 가지를 받아준 이후 어려운 이야기들만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좋은 이야기는 맞다. 자신을 잘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고 지난 행동들을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니까. 하지만 대상이 틀렸다. 이 이야기는 자라나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말이다. 아이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곧 이어졌다. 무슨 반성을 했는지, 술과 담배를 반성한다면서 왜 자꾸 반복하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또한, 어른들은 안 좋다면서 그 일을 왜 몰래 하는지를 묻기도 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동문서답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서 희망이 보였다 
 
 전원책 변호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동문서답을 하기 시작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동문서답을 하기 시작했다.ⓒ tvN

 
이렇게 실망만 하나 싶었다. 어른과 아이들의 세대차이는 깨질 수 없고 어른들의 불통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게 되나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반전이 시작됐다. 지루한 이야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솔립이는 혼자 계속 웃었다. 지루하다며 언제 끝나는지 묻는 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난 후 솔립이는 밝게 웃으며 전원책 변호사에게 재밌었다고 말해줬다.
 
말은 들어주지 않고 매번 지루한 이야기만 하는 전원책 변호사가 싫을 만도 했지만. 솔립이는 우리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오히려 격려를 했고 자기의 이야기를 더 꺼냈다. 누가 어른인가.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양식을 여전히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이 어른인가, 모르는 것은 천천히 알려주며 이해하고 오히려 격려를 권하는 10대가 어른인가. 아이들에게서 이 방송의 목적이 제대로 보였다. 세대 간의 차이를 깨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이는 아이들이었다. 거기서 감동과 웃음이 나왔다.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처럼 나도 눈시울이 시큼했다. 이제는 질릴 대로 질려 기성세대를 보고 꼰대라고 말하며 피하기만 하던 나와 달리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38점이 80점이 될 때까지. 불통(不通)이 소통이 될 때까지. 그 모습이 참 감동적이고 좋았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이 재미이자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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