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1-2위 팀 주역... 이소영(GS칼텍스)과 어나이(IBK기업은행)

여자배구 1-2위 팀 주역... 이소영(GS칼텍스)과 어나이(IBK기업은행) ⓒ 박진철

 
이쯤되면 누구도 못 말린다. 여자배구를 보겠다는 팬들의 열망과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2018~2019시즌 V리그 여자배구가 프로 리그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의미 있는 수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청률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 평일 경기 시간을 오후 5시에서 남자배구와 똑같은 오후 7시로 옮겼다.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기존대로 오후 2시에 남자배구, 오후 4시에 여자배구 경기를 진행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라운드에서는 평일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동시에 열리도록 편성했다. 경기 시간이 겹치면서 각각 다른 방송사에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를 동시 생중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2라운드부터는 수요일에 여자배구만 오후 7시 동시간대에 2경기를 하고, 남자배구는 월·화·목·금요일에 1경기만 단독 경기를 하도록 편성했다. 이 시스템은 3~6라운드에도 계속 유지된다.

TV 시청률 측면에서 보면, 여자배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면에선 여자배구 시청률 상승세에 족쇄가 채워진 격이었다. 사실 V리그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0.78%였다. 프로 스포츠 시청률로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 케이블TV 시청률이 1%를 넘기면 '대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수요일에 여자배구를 동시에 2경기를 하기 때문에 시청률도 반토막으로 나뉘어질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평균 시청률 하락으로 여자배구에 대한 평가와 경쟁력도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었다. 

배구팬들도 둘 중 한 경기만 선택해서 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여자배구가 평일에는 수요일 하루만 열리기 때문에 여자배구 팬들은 월·화·목·금요일에 배구 갈증과 공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선수들도 경기 간격이 긴 경우에는 감각이 떨어져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때문에 여자배구 팬들은 KOVO를 향해 불만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배구 관련 기사 등에서 V리그 일정을 편성한 KOVO 담당자를 성토하는 의견이 급증하고 있다.

'조건 같은' 주말 경기 시청률, '남자배구 추월'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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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그러나 여자배구는 강했다. 매우 불리한 조건이지만, 치솟는 여자배구 인기에는 장벽이 되지 못했다. 프로 리그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여자배구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1라운드에는 0.69%였다. 2라운드는 0.83%로 껑충 뛰었다. 이는 지난 시즌 2라운드 평균 시청률 0.85%와 거의 같은 수치다. 지금 추세라면 3라운드부터는 지난 시즌 평균 시청률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존의 여자배구 시청자가 반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더 확장된 것이다.

이는 여자배구가 '동시 2경기 편성'이라는 악조건도 돌파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쟁력과 자생력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동시간대에 여자배구 2경기를 해도 이전과 똑같은 평균 시청률이 나온다는 건, 팀별로 팬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 부분은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남녀 배구가 경기 시간대가 겹치지 않고, 각각 1경기만 하는 주말(토·일)에는 오히려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를 추월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는 여자배구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V리그를 중계하는 한 방송사 담당 PD는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와 경기 시간이 안 겹치는 주말에는 매우 높게 나온다"며 "평일인 수요일에도 여자배구가 동시간대에 2경기를 하는 조건임에도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효녀 여자배구', 관중수 급증... 남자배구 감소분도 메워주다

관중수에서는 여자배구가 V리그 전체에 효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라운드까지 집계한 여자배구 관중수는 지난 시즌보다 23%나 급증했다.

지난 시즌 2라운드까지 여자배구 총 관중수는 5만4197명이었다. 올 시즌 2라운드까지 총 관중수는 6만6687명이다. 1만2490명이 증가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수도 2223명에 달한다. 지난 시즌에는 2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수가 1807명이었다.

반면 남자배구는 30일 2라운드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시즌 2라운드까지 관중수보다 9% 정도 감소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 남녀 프로배구를 합친 V리그 전체 관중수는 지난 시즌 2라운드까지보다 2% 정도 증가했다. 여자배구 증가폭이 남자배구 감소분을 너끈히 메우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여자배구 수요일 동시간대 2경기 편성만 아니었다면,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과 관중수가 더 높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영 '놀라운 득점이야' 지난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구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1세트 흥국생명 이재영(오른쪽)이 득점에 성공한 동료 김미연을 격려하고 있다.

▲ 이재영 '놀라운 득점이야' 지난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구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1세트 흥국생명 이재영(오른쪽)이 득점에 성공한 동료 김미연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자배구만 불리한' 조건, 개선 목소리 높다

일각에선 '여자배구 동시간대 2경기 편성'에 대해 'KOVO 고위층들이 여자배구만 홀대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KOVO 관계자는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여자배구를 수요일 동시간대 2경기를 편성하게 된 핵심 이유는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동시간대 경기를 할 경우 자칫 (시청률 등에서) 남녀가 동반으로 악영향을 받게 될 위험이 있어 맞대결 상황을 최소화하자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여자배구가 평일 오후 7시에도 시청률과 관중수에서 높은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오후 5시로 돌아가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수요일 동시간대 2경기 문제도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결과를 충분히 참고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여자배구는 선수와 팬들의 힘으로 모든 불리한 장벽을 뚫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과 관중수가 증가했다고, 여자배구에만 불리한 조건이 합리화되는 건 아니다. 다음 시즌에는 재검토와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월·화·목·금의 남자배구 경기 하나를 토요일 오후 7시로 옮기고, 그 자리에 여자배구 경기를 단독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남녀 배구가 겹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이례적으로 토요일 오후 7시에 경기를 했다. 그 경기가 챔피언결정전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고, 관중수도 제일 많았다.

팬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프로 리그는 결국 어느 시점에서 추락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 팬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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