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포스터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주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형태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주부의 삶은 정형화되어 있다. 관념 속의 주부들은 아이의 학교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자주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며 집안일을 꼼꼼히 한다. 늘 가족들을 위해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고 그런 요리 실력으로 부업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도중에 싱글맘이 돼 버린다면, 시야는 더 좁아지고 그저 하던 일에만 더 몰입하게 되어 주변 사람과 교류는 점점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싱글맘 삶의 형태는 이런 이미지들로 고착화되어 있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싱글맘인 스테파니(안나 켄드릭)의 이야기다. 스테파니는 아들을 키우며 요리를 취미 삼아 인터넷 방송을 하는 싱글맘이면서 전형적인 주부다. 그는 남편을 잃은 이후부터 사람들과 교류에 소극적이고 많은 일에 서툴러 늘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평범한 엄마다. 그가 어느 날 아들 마일스의 친구인 니키의 엄마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를 만나면서 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싱글맘과 커리어 우먼의 명확한 대비

극 중 스테파니와 에밀리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스테파니는 평범한 싱글맘이며 특별한 직업이 없고 전문적인 능력은 없지만 요리에는 소질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앞으로의 막막한 삶과 진로를 계속 고민하는 인물이다. 반면 에밀리는 좋은 직장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고 솔직하고 자신감 있게 주변을 대하는 인물이다. 그의 남편 숀(헨리 골딩)도 지역 대학의 교수이자 작가이며 아들과 함께 좋은 집에 사는 성공한 부유층이다.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에 이끌려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이 둘은 아주 짧은 시간에 서로 시간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다.

영화는 싱글맘과 커리어우먼을 명확히 대비시키며 그들이 친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스테파니와 에밀리를 다양한 환경으로 대비시키는데, 먼저 그들의 패션 스타일이 다르다. 스테파니가 러블리하고 귀엽고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을 주로 입는다면, 에밀리는 포멀한 정장이나 과감하게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다.

그들이 일하는 환경도 다르다. 에밀리가 큰 패션 회사에서 근무하며 큰 건물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독립된 방을 가지고 있다. 반면 스테파니의 작업공간은 요리를 하는 작은 주방이다. 주방을 스튜디오처럼 꾸며 방송하면서 그는 자신의 밝은 미래를 꿈꾼다. 육아 방식도 다르다. 스테파니는 하나하나 알려주고 챙기는 스타일이지만, 에밀리는 자유방임형이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그들은 과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다른 면에서 흥미를 느끼고 대화를 계속하게 된다. 특히 상대방의 행동 양식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느낀다. 실제 현실에서 싱글맘과 커리어우먼이 가질 법한 결핍과 갈망들을 두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드러내면서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 두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싱글맘과 커리어우먼의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기 때문이다.

에밀리의 실종 이후 흩뿌려진 정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스터리

영화 중반쯤 에밀리가 실종된 후 시체로 발견되면서 영화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다양한 반전이 있어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후반부의 이야기는 싱글맘 스테파니의 변화를 담고 있다.

스테파니는 개인적으로 에밀리의 숨겨진 과거의 단서를 찾아 쫒아가게 된다. 사실 영화 속에서 스테파니의 과거도, 에밀리의 과거도 그들 자신의 입을 통해 이야기되지만 100%의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스테파니가 찾아가려는 에밀리의 과거는 파헤치기 어렵고 그가 알고 있던 진실과 괴리가 있다. 또한 그가 알아내는 단서들이 관객에게 전달될 때, 어떤 것이 진실인지 관객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영화 속 미스터리는 인물들이 가진 정보가 각자 다른 것에서 기인한다. 스테파니, 에밀리 그리고 숀이 알고 있는 상대방의 과거와 현재는 모두 다르다. 영화는 관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로 인해 관객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영화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의 후반부에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순간, 관객 자신이 아는 정보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되고 이는 결국 영화의 반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의 미스터리는 영화 후반부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스테파니와 에밀리의 과거는 꽤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스테파니가 과거 장례식 후에 했던 행동은 현재 시점에서 그대로 재현되는데, 이 또한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에밀리의 과거는 영화 후반부까지 공개되지 않으며, 그 자체도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미스터리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미스터리 장르 속에 녹여낸 싱글맘의 성장기

"강한 사람은 강하게 맞받아쳐야 해"라는 에밀리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죽음 이후 그만의 방식으로 이상한 점을 추적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에밀리는 스테파니로부터 배운 행동들을 실행에 옮기고 그의 패션이나 화장을 그대로 흉내내기도 한다.

영화는 후반부에 스테파니는 싱글맘이나 커리어우먼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즉, 싱글맘이 가진 특유의 아이디어와 커리어우먼의 태도를 결합하여 싱글맘이 결국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을 담는다. 스테파니는 싱글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킴으로써 그 자신이 가려는 방향을 찾는다. 그 모습을 보는 관객도 싱글맘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치정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속에 싱글맘의 성장 스토리를 끼워 넣음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시선을 끈다. 스테파니 역할을 한 안나 켄드릭과 에밀리 역할을 맡은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그들이 현재 가진 이미지에 딱 맞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캐스팅이 매우 훌륭함을 증명한다. 영화는 12월 12일 개봉 예정.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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