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

배우 공효진이 영화 <도어락>으로 관객과 만난다.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평범한 여성이 괴한의 습격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 매니지먼트 숲

 
1인 가구 여성, 밤에 홀로 걷는 귀갓길, 서비스업종 비정규직 등. 영화 <도어락> 속 주인공 경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들이다. 막연한 불안감이 실체로 다가왔을 때 이 여성은 과연 무사히 그 위협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시스템은 안이했고, 사람들의 무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바로 거기서 비롯됐다.

경민이 되기 직전 공효진은 감독에게 여러 차례 물었다고 한다. "이 인물을 제가 연기해야 할 이유가 꼭 있는지 물었다. 왜냐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배우가 해도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았다"며 공효진은 경민에 얽힌 자신의 의구심부터 전했다. 결과적으로 공효진은 선택했고, 그렇게 소심하면서 끝까지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경민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현실적 공포

극중 경민은 자신의 집 주변을 배회하는 괴한이 점차 정체를 드러낼수록 더욱 강한 힘을 낸다. 경찰에도 신고했고, 이웃에도 호소했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 <도어락>은 결국 한 여성이 극한의 위험을 스스로 헤쳐나오는 과정을 공포, 스릴러 장르에 녹여낸 작품이다. 

"참, 혼자 사시는 분이 많은 요즘인데 면목 없다(웃음). 개인적으론 절 고군분투하게 할 영화를 만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전작이 <미씽> <싱글라이더>인데 뭔가 거기선 죽을 힘을 다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였거든. 절 괴롭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도어락>을 결정하기까진 오래 걸렸다. <미쓰 홍당무> 때처럼 이 영화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더라. 다른 배우가 해도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며 감독님에게 많은 얘길 했다. 근데 작품은 운명인 것 같다. 결국 이 작품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나중엔 들더라."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공효진은 이권 감독과 많은 토론을 했고, 아이디어 역시 제공했다.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표현되는 것들을 지양하면서 최대한 경민이 극에서 할 만한 행동을 찾아가려 했다"고 공효진이 말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좀 과장됐다고 생각했다. 제 원래 성격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귀신은 무서워하지만(웃음). 근데 경민은 할 말도 못 하고 뭔가 누르고 있잖나. 답답하긴 했다. 감독님이 여성의 불안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셨는데 거기 나오는 1인 가구 여성은 집에 와도 10분 동안은 불을 안 켜더라. 누군가 자기 방 호수를 세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니 비슷했다. 남편이 안 들어오는 날이나 혼자 있을 때 그런 불안감이 든다더라.

단순히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릴러 주인공을 피하려 했다. 피해자로서 쉽게 표현되는 것을 뒤집어 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근데 스릴러 장르 안이라 한계가 있더라. 변주의 폭이 크지 않아서 답답증을 느끼기도 했다. 열심히는 찍었는데 끝나고 나니 내가 잘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아쉬움을 차기작에서 해결해야겠다(웃음). 물론 제 연기에서 아쉬움도 있지. 편집하면서 제 연기가 뚝뚝 끊기는 부분이 있더라. 뭐 영화 하면서 그건 견딜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 스릴러를 하면서 저도 원래 겁먹고 불안했는데 변화를 주면서 하려고 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홈쇼핑 아이디어? "직접 제안한 것"

공효진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본 이라면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소 다른 그만의 기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공블리'라는 별명을 있게 한 드라마 <파스타> 등에서처럼 TV 속에서 공효진은 사랑스럽고 당찬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영화에선 폭이 훨씬 넓다. 매우 지질하거나, 엉뚱하거나 때론 무미건조한 아내이기도 했다. 공효진은 "영화는 드라마보다 훨씬 대범하게 택하는 면이 있다"며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보통 비슷한 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넓은 시청자층을 고려한 것이겠고, 영화에선 더욱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전했다.

<도어락>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남에게 기댈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경민은 공효진에겐 난생처음 해보는 약하디약한 캐릭터였다.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인 구도 때문일까. 일각에선 <도어락>이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공효진은 "만약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남자였고, 범인이 여자였으면 덜 무서웠을까?"라고 반문하며 분명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미져리>라는 영화는 여성이 범인이잖나. 지금까지 나온 집착 관련 영화 중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도어락>을 하면서 여성과 남성 묘사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와 일대일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것에 집중했지. 예를 들어 침대 밑에 숨어든 범인이 여자였다 해도 전 엄청 무서웠을 것 같다. 성별이 이 영화에선 크게 중요치 않다. 제가 만약 범인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해도 배우로서 되게 흥미로워하며 택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혐오) 이슈가 있어서 그런 틀로 보시는 것 같다. 정말 개봉 때 사회 이슈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지금 우리 영화가 개봉하는 게 좋을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적어도 가벼운 영화로 남진 않을 것 같아서 그건 좋다고 생각한다. 아마 보시고 씁쓸하거나 답답할 수도 있는데 상영관을 나오면서 다 잊고 나오는 오락 영화만이 정답은 아니잖나. 우리 영화는 화두를 던졌고, 그 이후의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배우 공효진.

"단순히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릴러 주인공을 피하려 했다. 피해자로서 쉽게 표현되는 것을 뒤집어 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 매니지먼트 숲

 
그만큼 <도어락>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또다른 증거 중 하나가 최근 홈쇼핑에 직접 공효진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예능 프로에선 아무래도 영화 얘기하려면 눈치도 봐야 하고 한계가 있는데 홈쇼핑에 나가면 끊임없이 할 수 있지 않나"며 그는 "사실 <미씽> 홍보할 때 냈다가 무산됐던 건데 이번에 다시 제안한 것"이라 설명했다.

"마동석 오빠의 <성난 황소>와 대결하는데 상당히 겁이 난다. <천군> 때 같이 출연했었거든. 그때 그 추운 날 오빠가 웃통 벗고 낙동강 물에 들어가 촬영했다. 그때와 지금이 변함없더라.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범죄도시>를 봤는데 동석 오빠의 연기가 호감형이더라. 견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사실 따지면 경력으로 보나 '블리계'(마동석도 몇 년 전부터 마블리라는 별명이 생겼다-기자 주)로 보나 제가 선배거든(웃음)."

이제 관객을 만날 일만 남았다. 개봉하면 작품을 떠나보내야 하는 게 배우의 숙명. 공효진은 "점점 지내오면서 어떤 흥행 숫자나 평점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며 "그래도 제가 예상한 것보단 반응이 좋지 않을지 기대는 했었는데 또 너무 무섭다고 하시니 기대를 말아야 겠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남긴 마무리 홍보 말은 "강심장만 이 영화를 봐달라"였다.
 
 배우 공효진.

"보시고 씁쓸하거나 답답할 수도 있는데 상영관을 나오면서 다 잊고 나오는 오락 영화만이 정답은 아니잖나. 우리 영화는 화두를 던졌고, 그 이후의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매니지먼트 숲

 
공효진 도어락 김성오 김예원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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