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개 속 소녀>의 포스터.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포스터. ⓒ 미디어 마그나

 

스릴러 영화는 '반전'이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반전하면 떠오르는 여러 작품이 있지만 그만큼 많이 변주된 탓일까. 최근 국내 개봉작 중에선 더이상 반전에 힘을 주는 식이 아닌 이야기 흐름에서 긴장감을 강조하면서 캐릭터를 입체화하는 쪽의 스릴러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곤 했다.

물론 그런 정통 스릴러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강한 반전에 대한 향수가 있는 관객이라면 곧 개봉할 <안개 속 소녀>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 미디어 마그나

 
의심에 의심을 더하다

영화는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진 소녀 실종 사건에 얽힌 여러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해당 마을에 갓 이사 온 교수 마티니(아레시오 보니), 사건을 수사하러 온 형사 보겔(토니 세르빌로), 그리고 정신상담가 플로레스(장 르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소녀 실종 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뒤집힌다. 워낙 타지인의 발길이 뜸하고 고립된 지형 탓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잘 안다. 작은 일에도 관심을 보이며 서로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퍼뜨린다. 영화는 정보의 왜곡, 미디어의 속성,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를 십분 활용해 긴장감을 담보해 나간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일반적인 스릴러라면 여기에 방점을 찍고 선 굵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겠지만 <안개 속 소녀>는 오히려 디테일에 집중했다. 목표 의식이 다른 각 캐릭터의 허점을 곳곳에 제시하며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사건을 함께 추리하도록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예상외의 인물을 의심하게 되거나 당연한 인물에 대한 의심을 깊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마티니 교수가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과정에서, 형사 보겔이 미디어를 이용해 마티니를 궁지에 모는 장면 등에서 충분히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범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각 캐릭터들이 상대방의 수를 얼마나 내다보고 있는지, 또 어떤 식으로 사건을 확대하거나 축소시키려 하는지 그 과정이 영화에 꽤 자세히 묘사돼있다.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 미디어 마그나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영화 <안개 속 소녀>의 한 장면. ⓒ 미디어 마그나

   
특히 영화는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마티니에 대한 정보를 아주 조금씩 노출하면서 보겔과 그 주변을 맴도는 기자들 간 기싸움을 밑밥처럼 깔아 놓는다. 사건의 진실을 찾는다는 기자들과 사건을 해결한다는 형사들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재료 삼아서 영화 끝에 어떤 반전을 꾀한 것.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액자 구성이다. 정신분석을 가장해 보겔과 사건 이야기를 나누는 플로레스의 모습이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사건에 대한 주요 단서와 퍼즐이 발견되고 완성된다. 

구성이 탄탄하면서도 꽤 복잡하다. 이러한 이유로 단 한 번의 관람으로 이 영화의 묘미를 온전히 즐기려 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보길 추천한다. 도나토 카리시 소설 <안개 속 소녀>가 원작이다.

한 줄 평 : 신선한 반전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영화
평점 :★★★☆(3.5/5) 

 
영화 <안개 속 소녀> 관련 정보 

연출 : 도나토 카리시
출연 : 토니 세르빌로, 아레시오 보니, 로렌조 리첼미, 장 르노
수입 및 배급 : 미디어 마그나
제공 : JP 인베스트먼트
러닝타임 : 128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8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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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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